북경 쑨의구에서 만난 한국 기업

[특별기획 : 2005년 한국의 노동자](12) - 해외 공장이전①

한국 사회에서 해외공장 이전 현상은 '산업 공동화론'으로 이어지며 노동과 자본의 공동 이슈였다. 공장의 이전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는 노동자들에게는 공장이전에 생존권이 걸린 '결단코 막아내야 할' 절박한 문제다. 공장 이전을 결정하는 기업은 해외 생산 및 판매처를 발굴하는 새로운 시장 개척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한 '강성 노조, 값비싼 임금 때문에 한국에서 기업 못해먹겠다'는 논리를 펼치며 당당하게 이데올로기화 해 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공장이 이전하는 문제는 단순히 '공장 하나를 다른 나라에 더 세우는 것만의 문제'는 아니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4년 7월 현재 외국환은행에 해외투자를 신고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해외무역관을 통해 조사한 결과' 2004년 5월 말 현재 6,623개 투자법인 및 지사, 상사가 해외에서 운영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43.6%인 2,888개가 중국에 몰려 있고, 국가별로 보면 중국에 이어 미국이 698개, 인도네시아가 408개 베트남이 310개, 일본 242개, 필리핀이 184개 업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동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투자진출 한국계 기업의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56%(3,659개 업체)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제조업의 블랙홀'이라 불리는 가깝고, 환율 효과를 노릴 수 있고, 13억 인구의 무한 시장을 가졌다는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절대적으로 많은 것은 여러 기관의 통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외국인 투자 유치정책에 적극적인 중국에는 많은 한국인들, 한국 기업들이 있다. 특히 정치의 중심인 수도 '북경(베이징)'에는 시내 곳곳에 한국 말로 된 간판을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한국인들의 진출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대한상공회의소 북경사무소의 입구 모습
사실 한국과 중국간의 교류는 급속도로 확대 되 교역이 시작된 지난 13년 간 교역 규모가 20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의 중국과 교역규모는 1위이고, 중국에겐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유학생 수도 4만 3천명으로 일본 1만 9천명 보다 배 이상 많고, 현재 중국에 상주하고 있는 한국인 규모가 30만 명을 넘어 서고 있다. 현재 중국한인상회 자료에 따르면 현재 33개 지역에 한인 상회가 구성되어 있다. 회원 분포를 보면 대련 186, 할빈 34, 상해 137, 북경 149, 천진 491, 심천 87, 위해 276, 서안 25, 청도 544개 등으로 중국의 서부 해안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김영진 북경 주재 중국한국상회 연구원은 "중국의 방방곡곡에 한국 업체들이 진출 있다. 가장 많은 곳은 산동성 청도, 이외에 동북삼성, 천진, 하남성, 하북성, 남쪽으로는 심천, 광주 등이 있다"며 지역적 분포를 확인했다. 또한 "초기에는 합자, 합작회사가 많았지만 지금은 독자 진출이 많다. 이런 이유는 중국의 개방절차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 즉 초기에는 어떤 업종은 독자 회사 설립이 불가능했다는 얘기이다. 현재는 개방범위가 넓고, 확대되고 있어 독자회사 설립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라며 현지 상황을 설명했다.

박창식 한국무역협회 북경대표소(KITA)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의 판매 이익률이 30% 정도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현지 실정을 설명했다. 나아가 "최근 들어 대기업의 중국 투자 비율이 더 높은 상황이다. 합작형태로 진출했다가 독자기업으로 자리 매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예를 들어 SK나 삼성의 경우도 중국시장 진출 이후 삼성은 지난 95년에, SK는 2004년에 지주회사로 형식 전환을 했다"며 현지 상황을 덧붙였다.


북경- 쑨의(順義)구에서 만난 한국 기업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경우 업종에 따라 지역별 특성을 구분짓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북경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는 최근 두드러지는 특징들이 있다. 수도인 북경이 가지는 정치적 특성, 그리고 2002년 북경에 진출한 '북경현대기차(북경현대차)'의 후광 효과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것.

현대자동차의 북경진출이 성공했냐 잘했냐의 평가를 하기에 앞서 현대자동차가 북경에 진출함으로 인해 자생적으로 협력업체, 동반 성장하는 중소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북경시내 곳곳에서 현대차를 볼 수 있다.

합작기간 30년, 현대자동차와 북경기차투자공사가 50:50의 합작회사인 북경현대차는 북경 쑨의구에 부지 25만평과 판매달러, 3천 여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02년 12월 EF 소나타의 생산 판매 개시 이후, 공장 규모를 계속확장하고 있고, 북경의 택시 공급 계약을 체결한 성과로 북경시내 곳곳에서 현대자동차를 목격할 수 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가 북경에 진출하면서 "협력 업체 61개 중 동반진출업체가 49개, 중국 현지 업체가 12개"의 규모라고 설명하고 있다. 화학, 철강 등 종합산업으로 불리는 자동차 산업의 중국 현지 진출은 다수의 협력 업체들이 자동차 산업을 발판으로 중국시장에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9월 말 참세상이 북경 현지 취재를 진행한 중소기업들의 경우도 이런 경우에 속한다.

이 두 기업은 공통적으로 △한국 기업을 상대로 초기 기업 기틀을 잡는다 △소수의 주재원과 다수의 현지인(중국인) 채용한다 △중국 내 시장 개척을 위한 합작 형태(지분, 구성인자)를 취한다는 공통적 특징이 있다. 물론 이는 중국에 진출한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나아가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전도 유망한' 기업들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북경태과방기전설비유한공사,
'한국 모기업과 중국 공장의 역할은 구분 되어 있다'


쑨의구를 한국에 빗대 보면 '구로공단'과 같은 곳으로 공장들이 집결된 공단으로 엄청나게 더 큰 규모를 갖고 있는 곳이다. 북경태과방기전설비유한공사는 쑨의와 통주라는 위성시의 연결부분에 위치한 공장이다. 설명에 따르면 공장들이 모여있는 쑨의 지역과 상품의 해외 판매가 용의한 통주 위성시와의 연결 부분에 공장이 있어 지리적인 장점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공장 주변에는 아직 개발 중이라 중국의 미개발 지역의 낙후함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북경태과방기전설비유한공사 입구


현재 북경태과방기전설비유한공사에는 24명의 중국 현장 노동자들과 4명의 조선족 관리자, 2명의 한국인 주재원, 임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이 공장은 한국 안산지역에 Techone('테크원 엔지니어링')이라는 모기업을 두고 있는 '중국 직접 투자 자 기업'이다. 한국에 있는 Techone은 안산에 본사, 울산에 지사를 두고 그 공장을 기반으로 중국생산 공장을 개척한 형태인 것이다.

북경태과방기전설비유한공사의 경우 한국 모기업에서는 자동차 씰링 분야의 각 종 application 및 localization을 생산하고, 이 상품의 중국 판매와 A/S를 담당하고 있다. 물론 북경 공장에서도 철 구조물, 저장 탱크, 콘베어 시스템 들 현지 생산을 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주말도 없이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는 북경태과방기전설비유한공사도 현대자동차의 협력업체로 초기 기틀을 잡은 공장이다.

공장에서 만난 이광혁 관리부장(조선족)은 한국에 있는 모기업, 본사와의 관계에 대해 "쌍방의 상충 보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까지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과의 계약이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 본사가 계약을 한국에서 직접 처리한다"며 "북경공장 생산품이 한국으로 역수출되는 경우는 없고, 중국 공장은 중국시장을 겨냥한 중국의 생산 공장, 판매처라는 것"이라며 역할 구분이 있음을 설명했다.

또한 '중국 공장 이전에 따른 한국공장의 축소 및 폐쇄 가능성에 대한 부분'에 대한 질문에 이광혁 관리부장은 "모기업인 한국 사람들이 종종 중국을 방문하고, 같이 회의를 하기도 하지만 그런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 있는 공장은 한국에서의 역할이 있고, 중국 공장은 중국에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견을 밝혔다.

기억에 남는 일 하나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 이광혁 관리부장은 "참, 이건 좀 다른 문제일 수도 있는데"라며 말문을 열었다. 처음 중국 현지 노동자들을 접한 후 한참을 "이 사람들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싶었다는 것이다. 기술을 제대로 배운 적도 없고, 생산품들을 만들어 본적도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 였기 때문에 사실 공장을 시작하면서도 대부분의 고민은 부족한 '인력 인프라'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되더라구요. 어떨 때는 설계도면 놓고 설명하는 것 보다 자기 들 끼리 회의하고 툭탁툭탁 하면서 만들어 내요. 정말 신기하더라구요. 섣부르게 판단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경우도 있다. 중국에는 17%의 증취세(부가가치세)의 세금을 내야 하는 제도가 있다. 공장의 규모에 따라 지방 정부에서 세금영수증 발급권한을 준다고 한다. 영수증 발급을 위해 지방 관리가 공장에 실사도 나오고, 꽤나 긴장 속에 무려 4개월에 걸쳐 지난한 검토와 심사를 받았다고 한다.(특정한 사정에 의해 기간이 늘어난 것) 이 과정 이후 10만 위엔(1위엔 130월 계산시 대략 한화 1천3백만원) 단위의 영수증 발급권한을 받았다고 한다.

이광혁 관리부장은 "영수증 발급 액수를 정부에서 한도를 정하기 때문에 정부가 기업의 발전 가능성에 근거해 액수를 책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발급 액수의 문제는 기업의 안정성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고, 이는 기업 마케팅의 측면 등 기업활동에 유리한 조건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장 가동 4개월도 채 되지 않는 신생 기업으로 '중국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셈'이라며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갑자기 중국인 노동자가 '잘 만든 것 같냐'는 질문을 던졌고, "저장탱크 처럼 보인다"고 대답했다. 뭔가 칭찬을 받고 싶어하는 듯한(?) 분위기.

중국의 토지

중국의 도시 토지는 국가가 소유하고 있고, 농촌과 도시 외곽의 토지는 법률이 국가 소유라고 규정한 이외에는 집단 소유에 속한다. 국가가 법률이 규정한 범위 내에서 국유토지사용권을 행정 배당한 것을 제외하고 국가는 법에 따라 국유토지의 유상 사용제도를 실시한다. 외국투자기업은 유상 및 사용기간을 약정하는 방식으로 토지사용권을 취득할 수 있다. 현지에서 만난 문기호(가명, 조선족)씨의 설명에 따르면 "지방 정부가 토지사용권을 사용료를 받고 기업에 사용권한을 넘겨주게 된다. 보통 주택용지는 70년, 공업·교육·과학기술·문화·보건위생·체육 용지는 50년, 상업·관광·오락 용지는 40년, 종합 또는 기타 용지는 50년 이지만, 토지사용권의 재 이전(다른 사람에게 매매하는 행위)도 가능하고, 별도의 정부 정책이 없는 이상 연장 사용도 수월한 상황이다. 그러나 북경시의 경우 2005년 토지소유제도의 개편에 따라 이전에 가능했던 '토지 사용권' 매매 정책이 '사용권을 매매할 수 없도록 강제'하고 있는 규정으로 바뀌고 있고, 사용 기간도 30년으로 연도가 변경 됐다"고 설명한다.

북경한림기계설비유한공사,
'중국 파트너를 잘 만나면 절반은 성공', '타이밍을 잡는 것이 중요'


북경태과방기전설비유한공사가 한국에 모기업을 두고, 중국시장에 직접투자 공장을 세운 경우라면, 북경한림기계설비유한 공사는 한국인과 중국인이 협력한 합작회사이다.

북경한림기계설비유한공사는 2003년 설립된 자동차생산설비 관련 전반에 걸친 utility, 제관물, 장비제작, 설치 안장 및 유지 보수 등을 담당하는 기계 설비업체이다. 지속적인 성장 매출을 기록하고 있고, 현대모비스를 비롯해 다수의 중국에 진출한 한국회사들의 설비작업들을 해 왔다. 한림기계설비유한공사도 마찬가지로 북경현대차의 북경 진출에 따른 기계설비 사업을 발판으로 산업간 간접자본의 취약한 틈세 시장을 파고들어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다.

또한 합작 기업으로 사장은 중국인이고, 총경리(공동 사장 개념)는 한국인이 맡고 있고 고용된 노동자들은 전체 120여명으로 사무직 1인과 기술직 4인의 한국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국인(조선족 포함), 현지인 들이다.

  북경한림기계설비유한공사 입구

  공장 내부 모습. 토요일에도 나와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었다.

이날 만난 이원근 총경리는 "3년 간 연휴도, 밤낮도 없이 달려왔다"며 기업 상황을 설명했다. 총 3동의 공장을 두고 있는 한림기계설비유한공사는 현재는 자산가치 800만 위안으로 연간 3,000만 위안(한화 40억 원)의 연소득을 내고 있다. 잘 나가는 중소기업인 것이다.

아직 '성공했다'고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이원근 총경리는 중국 진출의 성과를 "사업적 마인드가 있는 중국 파트너를 잘 만난 결과"라고 평가한다. 보통의 경우 합자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의향서와 협의서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합자회사를 설립한 이후 회사를 통째로 빼앗기는 경우가 부지기수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엮시나 한림기계설비유한공사의 확실한 발판이 되었던 것 역시도 북경현대차이다. 현대자동차가 중국시장 진출을 염두하며 진행한 연구작업에 참여한 이원근 총경리는 이후 현대자동차의 북경시장 진출을 염두하고, 사업 파트너를 물색, 쑨의구에 공장을 세운 것이다.

"사실 중국인과 한국인들 많이 달라요. 처음 공장 운영할 때 조회라는 것을 했는데 처음 노동자들 만나서 얼마나 놀랐는지. 비하하는게 아니라 도대체 저런 모습으로 어떻게 일을 할까 싶을 만큼 부시시하고, 더럽고. 그래서 우선 샤워시설과 식당을 만들었습니다"

복지적 차원에서 샤워시설과 식당을 만들었지만 둘다 요원한 시설이었다. 샤워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식당의 밥을 먹기보다는 오히려 돈으로 달라는 요구가 더 많았던 것이다. 결국 식당운영은 폐지 됐고, 샤워 시설도 무용지물이 되었다고 한다.

"억지로 강요하고 나의 시각에 맞추는 것 보다는 그들의 문화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살아남은 한국 기업 활동가들이 말하는 것들

중국 현지에서 만나 기업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바가 있다. 철저한 준비 없이, 큰 시장 값싼 인건비만 노리고 온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이템만 있으면 13억 중국인을 상대로 큰 돈 벌수 있다는 섣부른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북경 외곽에 있는 왕징은 한인타운이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거주할 뿐만 아니라 한국 상품, 가게도 즐비하다. 간판도 한글로.

왕징(望京; 북경시에 위치한 한국인 타운)에서 만난 박유석(가명, 한국인)씨는 중국에서 사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던 자신의 경험을 뼈저리게 이야기했다.

"물가도 싸고, 인건비도 싸다는 강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인 안목이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특히 중국인들의 '만만디' 한 특성, 중국의 관행, 중국 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덤벼들었다가는 저 처럼(^^;) 되기 쉽상이죠"

"5년 면세 혜택 이후에는 엄청나게 세금 때려 버리는 거죠. 그러니 4년쯤 됐을 때 회사 정리하고 다시 차리는 형태의 편법들도 있습니다. 물론 관리들한테 엄청나게 뇌물 돌려야 하겠지만요. 그래도 그게 더 낫다는 판단에 그렇게들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주중 주재원들의 경우는 대부분 중국에 진출해서 사업에 성공하는 비율은 10% 전후라고 입을 모은다. 90% 가량은 사업에 실패해 한국으로 되돌아가거나 그대로 눌러 앉아 새로운 사업의 재기를 꿈꾸거나, 음식, 서비스업종 등 업종을 바꿔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일들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원근 총경리도 같은 지적을 한다.

"사실상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와서 중국 기업을 상대로 사업을 한다는 것이 사실상 정말 힘들거든요. 지금의 (한림기계) 안전 기반도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그 토대를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기업 상대로 한다는 것이 정말 만만치 않거든요. 아니면 대기업처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생산, 판매를 해야 하는데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광혁 관리부장도 역시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을 한다는 것이 사실상 중국의 관행이나, 중국 시장의 특성들에 기반하지 않으면 섣부르게 도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지에서 만난 조선족 사업가 문기철(가명)씨도 ‘한국기업이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많을 것’이라는 지적에 동의를 표했다. 한국 기업의 경우 언어의 문제는 고사하고 ‘현지화’를 시도해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도 않을 뿐더러 현지화를 잘 못해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사업을 하려면 중국의 법 사이로 로비도 하고, 특혜도 따내고 해야 하는데, 한국인들이 중국에서 그런 영업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고, 어디다 어떻게 영업을 하고 로비를 해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기철씨는 이런 상황을 중국의 신호등과 거리에 빗대어 설명했다. 중국에 방문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교통 신호등 체계를 보고 한국과 다름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신호등이 있어도 신호등과 상관없이 사람들이나 자전거, 자동차들이 질주한다. 물론 도로가 혼잡해 지기도 하고, 때론 차가 밀리게 되거나, 사람과 차가 뒤엉키기도 한다. 그러나 누구 하나 고성을 지르거나 하지 않는다. 바로 그게 중국의 특성에 기반한 숨겨진 무질서 속의 질서 라는 것이다. 그것을 한국인들이 찾아내야 하는데 그게 한국인들의 정서와 문화상으로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도 있다. 중국어가 서투른 한국 사람들이 중국에서 기업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조선족을 '끼고'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 중간 통역이나, 중간 관리자로 조선족을 배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간의 마찰이나 갈등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조선족인 이광혁 관리부장도 "그런 사례들이 다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같이 공장하다가고 배신하거나 사기를 당하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간에 살아남겠다는 신뢰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사람들의 경우 종종 중국사람들을, 조선족들을 무시하는 경향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극복해야 중국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원근 총경리도 "중국에서 사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국가대표 기분으로 왔으면 좋겠다. 겸손하게 외국인답게 상대국과 국민들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지, 경제적 우월감으로 설치는 행동들을 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얘기도 전하기도 했다.

특별기획 '2005년 한국의 노동자' 순서

1회차(8월 22일) 시장화! 유연화!
2회차(8월 23일) 양극화와 사회통합
3회차(8월 25일) 고령화의 진실
4회차(8월 30일) 세상을 바꾸는 이수호 집행부
5회차(9월 1일) 노사대립과 노사정위원회
6회차(9월 6일) 노동운동 위기 논쟁의 촉발
7회차(9월 8일) 위기, 그후
8회차(9월13일) 대공장 노동운동의 현주소
9회차(9월15일) 산별은 정말 대안인가
10회차(9월20일) 정규-비정규직 차별, 해답은 없나
11회차(9월22일) 해외 공장 이전(1)
12회차(9월27일) 해외 공장 이전(2)
13회차(9월29일) 노동운동을 움직이는 사람들
14회차(10월4일) 절망의 현장, 일어서는 노동자(1)
15회차(10월4일) 절망의 현장, 일어서는 노동자(2)


특별기획취재팀
- 유영주 편집국장
- 최하은 기자
- 문형구 기자
- 최인희 기자
- 라은영 기자
- 윤태곤 기자
- 이꽃맘 기자
- 참세상 영상팀
덧붙이는 말

중국 사회의 특성상 인터뷰 내용에 따라 '가명'을 사용했음에 대한 양해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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