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공동화' 중층적 판단이 필요하다

[특별기획 : 2005년 한국의 노동자](12) - 해외 공장이전③

해외 공장 이전과 관련한 취재를 진행하는 과정은 생산 공동화의 현상를 둘러싼 논쟁과 맞닿아 있었다. 특히 제조업 공동화, 생산 공동화 주장이 급부상했던 배경에는 국내 투자의 감소와 해외 직접 투자의 증가라는 두드러진 현상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공장 이전과 관련한 다양한 주장들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취재과정에서 수집한 자료나, 만난 사람들의 주장도 다양했다. 공동화 현상을 심각하게 보는 단위도 있었고, 해외 직접 투자의 증가 현상으로만 해석하는 경향도 있었다. 관련한 주장들을 한번 정리해 본다.

현재 지역별, 투자 업종 별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현황은 다음과 같다.


또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2004년 7월 현재 외국환은행에 해외투자를 신고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해외무역관을 통해 조사한 결과 2004년 5월 말 현재 6,623개 투자법인 및 지사, 상사가 해외에서 운영중인 것'으로 집계됐고, 이중 43.6%인 2,888개가 중국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자료를 참고할 때, 한국의 중국에 대한 투자 건수와 총투자 금액도 지속적으로 증가, 최근 들어 더욱 증가하고 있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제조업 공동화 또는 탈 공업화 단계로 볼 수 없다

2004년 LG경제연구소의 백래정, 양희승 연구위원은 '제조업 공동화 논란의 허실'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고용 구조, 부가가치 생산 비중, 노동생산성 등으로 분석할 때 한국 경제상황은 ‘제조업 공동화’ 또는 ‘탈공업화’ 단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동 보고서를 보면, 1970년대 10% 수준이던 제조업의 부가가치 생산 비중이 98년 30%를 넘어선 뒤 최근까지 33~34%를 오르내리고 있고, 미국(1977년)과 일본(1980년)이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에 진입하던 시기에 제조업의 부가가치 비중이 각각 22.8%와 28.2%였던 것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그리 낮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물론 보고서는 "1980년대 후반에 전체의 30%에 육박하던 제조업 고용인원이 98년 20% 아래로 떨어졌지만, 이후 지난해까지 19% 안팎의 비중을 꾸준히 지켰다"고 지적하며 '고용부문에 있어서도 별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맥락에서 박창식 한국무역협회 북경대표처(KITA) 연구원은 "공동화라는 주장은 애매한 표현이다. 사실 그런 말 보다는 한국에서의 제조업 투자가 활발하지 않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겠는가"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산업공동화라 함은 이전을 통한 산업의 부재, 공동화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외진출을 염두한 용어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박창식 연구원은 "현실적인 지표를 고려했을 때 해외 투자가 많이 되고 그에 반해 상대적으로 국내 투자가 적은 트렌드의 반영"이라고 주장했다.

좀 다른 맥락이지만 박하순 사회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은 "생산 공동화라고 주장하기보다는 사회적 결과물들이 사회에 재환원 되는, 투자가 부족한 현실을 집어야 하는게 아니겠는가"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중국무역중심(무역센터), 한국무역협회가 이 건물에 있다.
공동화 여부, 중층적으로 살펴봐야

그러나 이덕규 노사정위원회 연구위원은 좀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낸다. 이덕규 연구위원은 "생산공동화를 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GDP에서 차지하는 제조업 비율, 생산비율 , 무역수지 및 역수입, R&D비중 등 다양한 주장과 근거들이 있다. 한국 상황을 고려 했을 때 89년을 정점으로 제조업 비율을 일정수준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해외 직접 판매와 관련해서 보면 수출, 수입 비율이 OECD 국가 중, 자본수지가 현저하게 낮은 것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고용과 관련한 지표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총제조업 투자가치에서 고용 지수로는 크게 드러나기 때문에 공동화 논쟁이 제기되는 것이고, 실제 고용의 영역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선진국이 GDP 대비 30%정도 되는데, 고용지수가 25% 정도 된다. 이에 반해 한국은 17-18% 정도 규모다. 여타 연구소에서 1-2%의 감소는 별로 아닌 것 처럼 설명하지만 사회현상적으로 1-2%의 변화는 엄청나게 파장이 큰 것이다. 현재 OECD 국가들 보다 평균 7-8%의 격차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덕규 연구위원은 "한국은 주로 고도산업화 하는 과정에서 자본집약적인 공업이 성장해 왔다. 외환위기 이후 수익성 중심의 기업경영형태가 가속화되고, 자본이 효율을 통한 자동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기존관행들도 변하고 있다. 사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공동화에도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장에 따르면 "비용 절감 효과를 노리고 해외 이전하는 노동 집약적, 저임금, 경공업은 중국, 동남아시아로 이동을 하기 때문에 공동화의 타격이 큰 반면 대기업은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해외진출은 비용 절감보다는 해외 시장 개척의 의미가 더 크다"는 것이다. 또한 해외 진출의 형태나 규모 및 건수에도 차이가 상당히 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북미 진출기업의 경우 숫자는 규모가 크고, 중국 동남아는 규모는 작으나 숫자가 크게 나타나 공동화 현상에도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덕규 연구위원은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세계의 물적 조건의 특성도 또한 영향을 끼치고, 외환위기 이후 제도적 통제가 되지 않아 복합적이고 중층적으로 일어난다. 공동화가 있냐, 없냐에 대한 질적인 측면이 아니라 중층적인 지표를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산업자원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 제조업 투자 이유가 물론 비용 절감과 시장 개척이 우선 순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우선순위의 차이를 나타낸다.
  자료 : 해외제조업 투자실상 및 실태조사 결과 분석(산업자원부 산업정책과 2003.11.26)

한국 제조업의 고용 감소세는 1996~2001년 평균으로 -1.8%(광공업 제조업 조사 통계 기준)에 달했으며, 이는 일본의 1990년대 전반기 수준인 -1.6%를 능가하는 감소세라고 할 수 있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2002년에도 -0.6%(경제활동 인구조사 기준)의 감소세를 보였다.

공장이전이 국내 노동과 관련된 문제

2004년 금속노조 산업공동화 연구팀이 제출한 '제조업공동화 현황과 노동조합의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금속노조 지부 중 다수가 중국에 진출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속노조는 보고서를 통해 "삼성, 현대, 엘지 등 자동차나 반도체 관련 대공장 하나가 이전하면, 기술력 있는 1차 하청업체는 따라갈 수 있지만, 2차 3차 하청은 문을 닫거나 업종 전환을 해야 한다. 이들은 단순작업 수준으로 중국에 가도 현지기업과 차별성이 거의 없으므로 생존할 수 없다. 대기업 하나가 이전하면 관련 국내기업들이 덩쿨 채 사라질 수 있는 것"이라며 국내 고용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음을 주장했다.

민주노총의 2004년 '섬유산업 공동화의 현황과 대응방향'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IMF 이후 상황이 급반전되어 호황을 누렸던 화섬업계는 차입금으로 충당한 설비증설 자금에 대한 금리부담, 중국의 자체 생산 확대 등으로 위기상황을 맞았다.결국 화섬기업들은 워크아웃(고합, 새한, 동국무역), 법정관리(한일합섬), 화의(금강화섬), 청산(대하합섬)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해오고 있다. 축소 지향적인 급격한 구조조정은 화섬산업의 기반마저 무너뜨리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섬유 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생존권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직물과 염색에 이어 화섬업종까지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라고 주장했다.

사실 공동화(空洞化)는 일본에서 주로 제기됐던 개념으로, 다른 국가들의 경우는 탈공업화라는 개념을 좀더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제조업공동화를 일반적으로 기업이 해외직접투자로 생산시설을 해외에 이전함으로써 제조업의 비중이 하락하고,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낮아지는 상황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의하고 있다. 즉, 경제발전 과정에서 해외투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자국내 제조업의 국내에서의 생산, 투자, 고용이 줄어드는 현상을 일컫는 것이다.

'동남아진출 한국기업 부당노동행위 실태 조사 보고'회의에서 만난 최재훈 국제민주연대 활동가는 "제조업의 해외 공장 이전과 관련해 자국내 일자리의 문제로만 국한해, 자국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기 때문에 개입하고, 자국 기업들이 외국으로 빠져 나가지 않도록 하는 식의 접근을 한다면 한계가 많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별기획 '2005년 한국의 노동자' 순서

1회차(8월 22일) 시장화! 유연화!
2회차(8월 23일) 양극화와 사회통합
3회차(8월 25일) 고령화의 진실
4회차(8월 30일) 세상을 바꾸는 이수호 집행부
5회차(9월 1일) 노사대립과 노사정위원회
6회차(9월 6일) 노동운동 위기 논쟁의 촉발
7회차(9월 8일) 위기, 그후
8회차(9월13일) 대공장 노동운동의 현주소
9회차(9월15일) 산별은 정말 대안인가
10회차(9월20일) 정규-비정규직 차별, 해답은 없나
11회차(9월22일) 해외 공장 이전(1)
12회차(9월27일) 해외 공장 이전(2)
13회차(9월29일) 노동운동을 움직이는 사람들
14회차(10월4일) 절망의 현장, 일어서는 노동자(1)
15회차(10월4일) 절망의 현장, 일어서는 노동자(2)


특별기획취재팀
- 유영주 편집국장
- 최하은 기자
- 문형구 기자
- 최인희 기자
- 라은영 기자
- 윤태곤 기자
- 이꽃맘 기자
- 참세상 영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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