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태 미군기지확장반대팽성대책위 위원장은 2월 28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쓴 편지에서 “천천히 말려 죽이지 마시고, 그리고 갈기갈기 찢기어진 주민들의 심장에 더 이상 바늘을 꽂지 마시고, 한칼에 가게 해 주십시오”라고 썼다. 싸움이 막바지로 치닫는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며칠 전 국방부가 6일과 7일 중에 팽성읍 일대 농지에 철조망을 설치하여 영농 행위를 원천봉쇄하겠다는 계획이 지방언론에서 확인되었다. 평택범대위는 4일 긴급지침을 내렸다. “주민대책위, 범대위 주요간부들에 대한 사법처리 등이 알려지고, 예상외로 대규모 경찰병력이 동원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불가피하게 평택범대위 긴급지침으로 가능한 모든 대오는 현지(대추초등학교)로 집결”하라는 요청이었다.
▲ 권회승 기자 |
대추초등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5일 오후 4시쯤. 학교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길, 긴장과 평화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미군기지 철조망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당장이라도 전쟁을 일으킬듯 움츠러들게 한다. 운동장 풍경은 애절하고 평화롭고 긴박하다... 이 현장에서 받는 느낌을 사실대로 표현하기에는 글과 단어가 참으로 짧기만 하다.
귀에 익숙한 미군기지 반대 노래가 운동장을 휘감았다. 대책위 사람들과 주민과 어린이 10여 명은 연을 날리고 있다. 정문에서 운동장 한복판을 가로질러 트랙터와 경운기 따위의 농기계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저마다 깃발 하나씩 꽂아들고 개선장군처럼 자리잡았다. 이 평화가 유지될 수 있을까 문득 두려움이 엄습한다.
▲ 도서관지기 일을 하는 진재연 씨/용오 기자 |
솔부엉이 도서관은 여느 도서관처럼 꾸며져 있지 않았다. 안타까운 표현이지만 을씨년스러웠다. 평화로운 도서관을 상상했던 터였을까. 솔부엉이 도서관은 평화를 간절히 원하는 포스터와 찌라시와 그림과 낙서로 꾸며져 있었지만 조금도 평화롭지 않는 도서관이었다. 솔부엉이들이 시위를 하고 있었다. ‘대추리의 평화제작소’라는 별칭을 들으니 애간장이 더한다. 여기도 마찬가지, 전쟁중이다. 대추초등학교는 지난 3년간 수차례 포격을 당한 모습이다. 이곳저곳에 포탄에 맞은 잔해들이 나뒹굴고 있었고 솔부엉이 도서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진재연 씨가 씁쓸한 목소리로 소망을 이야기했다.
“언제나 아이들과 주민들이 찾아와서 책을 읽고 마음 누일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 탁 트인 황새울 들녘처럼 마음을 열고, 대추리를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을 반갑게 맞는 곳이었으면 한다. 하지만 지금 솔부엉이 도서관은 강제 철거 위기에 놓여있어요.”
▲ 용오 기자 |
이곳 도서관에서 방학 중에 계속 범대위 활동을 했다는 김정은 한신대 학생을 잠깐 만났다. 대추초등학교에 머물면서 고추 모종 심기도 도와주고 촛불집회도 참석하면서 미군기지 반대 투쟁을 해왔다고 한다.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이곳에 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엠티를 이곳에 와서 하면 의미가 남다를 것이라는 제안이다.
“어제는 운동장에 트랙터가 모였어요. 트랙터 옮기는 작업도 하고 학교 정문도 막았어요. 1시간 간격으로 대책위 분들이랑 학생들이 돌아가며 불침번을 서고, 잠은 비닐하우스에서 자고...” 지난 하루가 길었다는듯 말끝을 흐린다.
▲ 권회승 기자 |
▲ 권회승 기자 |
3월 17일 공동논갈이 앞두고 국방부 다급
3월 17일은 공동 논갈이 하는 날이다. 전농에서 시군구 결의를 해서 대추리에 트랙터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날 트랙터가 몰려오면 하루 종일 땅을 갈 텐데 분기점이 될 것이다. 주민들은 농사가 시작되면 국방부가 질 것이라 생각한다. 농사꾼의 정서가 그렇다는 것이다. 이건 논리나 증거자료로 확인되는 게 아니다. 땅을 갈아 살아왔던 농사꾼만이 느끼는 본능에 가까운 정서다. 국방부는 진짜 농사를 못 짓게 하려는 듯 하다. 국방부는 한국농촌공사(구 농업기반공사)에다 ‘물을 끊어라, 농수로를 끊어라’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김지태 이장이 한국농촌공사 찾아가 만나서 따지자 자기들도 농사 시작된 곳에 물을 끊는 게 난처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단다. 농사를 못 짓게 하려는 것이다.
3월 17일 이야기가 나오자 국방부가 마음이 쫓기기 시작했다. 국방부는 농지 주변에 철조망을 치고 트랙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구덩이를 크게 판다는 계획인데 그 일정이 6-7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그 작업을 위해 대추초등학교를 상황실과 자재 창고로 사용하고, 운동장을 전투경찰의 주차장으로 삼겠다는 그림이다. 대추초등학교가 주민에 있어서는 평화와 생존을 지키기 위한 물러설 수 없는 진지이고, 국방부에 있어서는 미군기지 확장을 위해 반드시 찬탈해야 하는 거점인 셈이다.
범대위의 한 활동가는 "병술로 따지면 이 전쟁의 핵심 고지가 대추초등학교거든요“라고 한 마디 건넨다.
철조망 치고 구덩이 파는 게 국방부로서도 장난이 아닐 텐데 어떤 작전이 예상되냐고 물었다. 범대위 활동가는 “철조망 농지 11개 구역으로 나누고 구역마다 감시초소 설치한다고 들었다. 철거하듯이 용역을 부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병력을 대거 투입해서 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큰 격돌이 불가피하다는 대답이다.
진재연 씨는 “주민들의 생각은 철조망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싸우고, 그래도 안 되면 철조망을 뜯는 싸움을 하고, 그러다 연행되면 감옥가는 싸움을 하고 그런 각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3차 평화대행진 때 3천 명 정도가 모였다. 그러나 1,2,3차 평화대행진이 진행될수록 주민들이 줄어드는 것도 큰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모두 140가구 정도 되는데, 협의매수는 약 70가구 정도가 했고, 실제 이사를 간 가구는 약 30가구 정도 된다. 진재연 씨는 마을 공동체가 망가뜨려지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 권회승 기자 |
▲ 권회승 기자 |
“마을 공동체를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한데, 마을에서 살고 마을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찬성과 반대 간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반대하다가 찬성 쪽으로 돌아서서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구네 집이 찬성으로 돌아섰다더라, 누가 새벽에 몰래 이사를 갔다더라 라는 이야기 나오고, 그게 사람들을 지치게 한다. 마을 공동체 내부가 이미 깨진 상황이다. 평온한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4일 오후 고 구본주 예술가가 만든 조형물 제막식이 있었다. 이날 한 할머니가 제막식을 보려고 참여했는데 또다른 할머니가 우리 편 아니다 라고 해서 진재연 씨는 어쩔줄 몰랐다고 한다. 옆집 숟가락 숫자까지 알던 주민들이 이처럼 반목하는 일이 생겨버린 것이다. 지난 3년간 하나씩 하나씩 공작해온 결과인데, 이토록 무시무시한 마을 공동체 파괴 공작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대추초등학교에 비 세운다고 했어”
▲ 용오 기자 |
내 고향은 여기가 아니고 안중이야. 이사왔는데 처음 올 당시에는 여기(대추초등학교)가 그냥 밭이었어. 69년도에 와서 애들도 여기서 낳았지. 교육 문제 때문에 땅을 부지해주면 우리가 여기에 학교 세우겠다 해서, 그 당시 살 한 가마씩 내고, 어려운 사람들은 한 말, 다섯 말씩 내고 해서 학교를 세운 거야.
당시에는 기계도 없었고 구르마(소마차), 리어카 이용해서 어려운 시기에 피땀 흘려 이 학교를 세웠지. 70년도...
당시에는 학생수도 300명이 넘었어. 차츰 객사리 학교가 불교학교라서 천주교 댕기는 사람이 많다보니 평택에 내보내고 그랬는데, 학생수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결국 분교가 되었고, 지금은 폐교가 된 거여.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이런 학교를 미군이 지배하러 온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지. 밭이 있어 뭐가 있어. 농사 져서 세금 내고 아들딸 공부 가르키는 일이 전부인데 그걸 못 하게 한다니, 저녁이면 잠을 못자, 잠을. 여기 이 곡식 잘 되는 땅에다가 골프장 짓고 수영장 짓는다니 그게 말이 되여? 그래서 나간 놈(협의매수당한 주민)들 보고 그러는 거여. 나간 놈들은 나라 팔아먹고 나가는 거라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내 땅을, 내 나라를 지키는 거여.
그런데 우리 힘으로는 못 막아여. 늙은이들이 무슨 힘이 있어. 밖에서 오는 사람들이 도와줘야 혀. 컴퓨터 갖고 있는 사람들이 알려서 막아내야지.
개미 새끼 한 마리 안 나타나. 평택시장, 도지사, 국회의원들 다 나쁜 놈이여. 내 손으로 뽑아준 놈들이 어쩌면 한 마디 안 하고 진짜 챙피시러워요. 일꾼을 잘못 뽑은 것이지.
그래서 며칠 전에 주민등록증 없앤다 할 때 1번으로 냈어. 미군기지 때문에. 혈압도 높지, 성질은 급하지, 이기진 못하지... 일밖에 모르고 엄청 고생했는데 여길 떠나면 뭐여. 난 3년만 있으면 70인데 이 나이에 죽어도 말이 없어. 그렇지만 젊은 세대가 어떻게 사느냐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할 거 아녀.
보상금? 우리 고향(안중)에서는 한 평 팔면 댓 평 사는데, 여기는 한 평 팔아도 딴 데 가서 한 평을 못 사요. 그리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살던 땅을 어찌... 죽어도 여기서 죽어야지. 폭탄을 갖고 와서 동네 주민 다 죽이고 니들 하고픈 대로 하라고 했어. 다 죽이면 깨끗해질 거 아녀. 얼른 다 죽이고 미군부대 다 들어오라 그래.
이미 2004년에 지장물 조사 들어왔을 때 주민들 열댓 명 돌아가셨어. 나이가 있기도 했지만 대부분 화병으로 죽었어. 주민들 그렇게 고생해서 그나마 살기 좋게 만들어놓은 마을인데 미군기지 한다고 지장물 조사 들어오니 화병 안 생기면 그게 이상하지. 나도 그래. 심장이 뛰어서 잠을 못 자요, 잠을. 내 사촌들 형제들 보고 그래. 대추초등학교에 비 세울 테니 구경하러 오라고 악담을 했어요.
저녁 7시, 551회 촛불집회
저녁 7시, 어둑어둑해졌다. ‘갑오농민전쟁’ 옆으로 자리잡은 비닐하우스. 할머니, 할아버지 등 주민과 범대위 단체 활동가, 학생 500여 명이 가득 메웠다. 551회 촛불집회를 시작했다.
▲ 권회승 기자 |
권혁범 팽성대책위 교육부장이 “모두 촛불을 들어주십시오. 551일 째 행사를 힘찬 함성으로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외쳤다. 함성 소리가 비닐하우스를 찢을 듯 우렁찼다.
“미군기지 확장을 막아내고 풍요로운 곡식을 수확하자. 저들이 강제집행하기 위해서 우리 순진한 농사꾼들을 몰아내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생명의 땅을 지켜내기 위해, 정부에 자주권을, 민족에게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 여기에 모였다”고 말문을 열자 주민들과 참석자들이 환호를 보냈다.
“오는미군 막아내고 올해에도 농사짓자” “오는미군 막아내고 있는미군 몰아내자” 구호가 이어졌다.
이상렬 본부장은 “551일동안 국정을 바로잡기 위해 참석해주신 어른들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하고 “정부나 국방부에서는 몸이 달은 모양이다. 법대로 다 처리했기 때문에 순수한 농민들 전국에서 이땅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시는 분들의 뜻을 아직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라고 항변했다.
문정현 신부가 발언을 이었다. 권혁범 교육부장이 “형은 허연수염 동생은 꺼먼수염”이라고 말해 참가자들의 웃음을 이끌었다.
"깨어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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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설중인 문정현 신부/권회승 기자 |
핸드폰에 들어있는 전화번호에 전부 문자를 보냈는데, '초조 긴장 증폭 5일 강제 탈환 긴급 소집' 이랬더니 '온다는 사람은 전화가 안 오고 맨 못 와서 미안합니다' 이 전화만 하루종일 받았어요. 메시지도 함부로 보낼 게 아니구나.
그런데 확실한 건 옵니다. 오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죽는다... 그래, 누구든지 죽는 게 확실하다. 언제 죽느냐, 지극히 불확실하다. 미, 국방부가 쳐들어오는 건 확실한데 언제 어떻게 들어오느냐 하는 방법은 지극히 불확실하다. 그러니 깨어있으라. 이게 오늘 제 결론입니다.
이 싸움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군사적인 면에 있어 하더라도 이것을 막으면 아시아 태평양의 판도를 바꾸는 이런 중대한 싸움입니다. 그러고요, 나라가 흉흉해. 참 흉흉해... 투표 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내가 찍은 대통령이 한 사람도 안 되었습니다. 그런데 참여정부에 많은 이들이 찍었을 줄 압니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그 힘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 수구냉전의 힘이 훨씬 셉니다. 지자체에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여? 바로 그 해답이 이 싸움을 저희들이 이길 때 이 냉전 수구세력을 견제하는 대안이 되는 겁니다. .
그래서 이건 이주 중차대한 임무입니다. 민주노총 총파업중이 아닙니까. 또 영화감독 배우들이 왔다갔지 않습니까. 도처에서 우리와 비슷한 투쟁의 대열이 있습니다. 이것이 검불처럼 모아진다면 열린우리당이 잘 되고 안 되는 것 문제 아닙니다. 정말로 우리 민중 세력이 민족자주와 통일의 대안세력을 만드느냐 없느냐 할 때 우리들이 그 횃불입니다. 이 횃불이 사라지는 날은 아마 30년 후퇴할 겁니다. 이 횃불이 타오른다면 30년 앞당기는 겁니다. 그만큼 중요합니다.
이 시점에서 마음의 자세 뿐 아니라 흥분되었다가 긴장되었다가 그럽니다. 내일 일을 잘 모르니까 그런 것 아닙니까. 그런데 저자들이 여기를 간단히 생각했으면 벌써 쳤지 않겠습니까. 쉽게 생각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단상을 하나 쓰는데 와서 보세요, 와서 보는 자는 생각이 달라져요. 와서 보는 자는 마음이 굳어져요. 이 비옥한 땅을 군사기지로 그것도 미군 기지로 줄 수 없다는 것이 굳어져요.
내일이라도 전경을 풀고 그것도 심각합니다. 집달리, 용역, 말이 참 많지만 많이 봤지 않습니까? 연세대 옥상에서.. 진압은 선수지만 진압으로 이기느냐. 그렇다면 516 박정희가 영웅이 되어야지요. 노태우도 영웅이어야지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수치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때 당한 사람들이 기세등등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당한 사람들이 정당성이 있기에 지금 얼굴을 내놓을 수 있는 겁니다.
전두환이가 어떻게 낯짝을 내밀고 도둑놈처럼 골프나 치고 다니는지. 그렇습니다. 강제로 강탈을 해라, 시대가 갈수록 빨라지기 때문에 박정희 치부가 30년만에 드러났지만, 노무현이 힘으로 주민을 몰아낸다면 바로 내년에 드러날 것입니다. 민주를 가장하고 민주화운동을 가장하고 그 거짓이 드러날 것입니다. 그래도 저희들이 정당성을 무기로 해서 체포되면 체포됩시다. 제판하면 재판받고 감옥으로 가두면 감옥 갑시다. 그것이 우리의 승리의 길입니다. 그래서 의연하게 대처합시다. 여기 동상 있지요?
▲ 권회승 기자 |
야~ 갑오동학전쟁이라는 제목인데 저 이름을 뭐라 붙여야 하까 했는데 이마 눈 코 입 이 핏줄 가슴 무릎 발 보고, 어~ 이거 대추리 주민들이네, 어~ 이 동상 어디서 맹글어온 게 아니라 땅속에서 쑥 솟아오른 가서 보십시오. 지금 가서 보십시오, 지금 저 동상이 팽성 주민 마음 그대로 드러낸 것이데 폭력집단 거짓집단 굴복시킬 수 있습니다.
소가 여러 마리 준비되어 있습니다. 5백마원 짜리 소를 낸다. 손도장까지 찍었어요.. 그 날이 오면 소 4마리 잡아서 큰 잔치 할 겁니다. 로또복권으로 생각하고 그날을 향해서 매진합시다.
"새우와 고래가 싸우면 누가 이기는 지 아십니까“
한신대 총학생회장과 엄주영 부총학생회장이 올라왔다. 한신대 학생들은 4일 ‘오아시스프로젝트’에 따라 빈집을 하나 점거하고 고사도 지냈다. 엄주영 총학생회장은 고사에 주민들이 참여해준 데 감사 인사를 하고 “대추리에 미군기지가 들어와서 몇 십년간 일군 땅을 빼앗기면 안 된다 싶어서 집을 한 채 마련했다. 평생 이 땅에서 농사지으며 살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주원종 향린교회 목사는 교회 신도들과 함께 짧은 인사말을 건넨 후 ‘뜻 없이 무릎 꿇는...’으로 시작하는 찬송가를 불렀다. 마치 80년대 초반 군사독재에 맞서 싸우던 교회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미 제국주의의 침탈,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동북아기동군 이라는 말이 횡행하는 오늘, 7,80년대 반독재민주화 투사들이 불렀음직한 찬송가를 팽성 주민들이 함께 부르고 있었다.
전용준 여주농민회 사무국장은 “여주군 농민 뿐만 아니라 전국의 농민 끝까지 함께 하겠다. 17일 전후해서 280만평 논을 다 가는 날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박영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자문변호사는 “이 동네 한 바퀴 둘러보고 석양 노을 그 멋진 세상을 보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노을과 철새들의 땅을 우리 힘으로 지켜야 한다”며 연대 의사를 밝혔다.
민주노총 대협국장은 “도쿄, 오끼나와에서 미일 군사재편을 반대하는 집회가 같은 시간에 열려 범대위와 공동으로 연대메시지를 작성했다”고 말하고 발표했다. 연대메시지에는 △미일 합동군과 주한미군의 선제 타격형 아태기동군 재편 반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평택미군기지 확장 반대 △주일미군과 일본자위대의 침략동맹군화 규탄 △야만적 침략과 봉쇄를 일삼는 미군은 아시아에서 떠나라 등의 내용을 담았다.
구호를 따라 외치는 주민들, 무슨 말인지 훤히 잘 안다. 551일간 교양하고 토론하고 싸워왔던 너무나 '쉬운' 내용이다. 권혁범 교육부장은 사회 말미에 퀴즈를 던졌다. “새우와 고래가 싸우면 누가 이기는 지 아십니까?” 새우가 이긴다고 했다. 고래는 밥이고 새우는 깡이랜다. 감칠맛 나는 사회로 시선을 모았다.
▲ 권회승 기자 |
8시 10분경, 주민들이 돌아가고 이호성 범대위 상황실장이 이끄는 짧은 결의시간을 가졌다. 이호성 상황실장은 “내일 벌어질 침탈에 대비해 불편하겠지만 비닐하우스에서 밤샘농성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촛불집회가 끝난 대추초등학교 운동장에는 다시 긴장이 흐르기 시작했다. 불침번과 몇몇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은 불 주위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칠흑같은 어둠 속, 고 구본주의 ‘갑오농민전쟁’은 살아 꿈틀대는데...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