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정부의 정보 공개 촉구, 대 국회 압박, 국민 선전을 진행하며 한미FTA의 본질을 폭로한 그 중심에는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있다.
북핵의 여파로 한미FTA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이들의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노동,사회,지식인 등 한국 사회의 모든 운동이 총망라 돼 있는 범국본. 한해의 절반 이상을 '한미FTA 저지'싸움에 보낸 이들의 솔직한 얘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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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세'님 |
'만세'님은 연구공간 수유+너머 연구원으로 범국본 선전팀에 결합해 지금까지 계속 활동해 왔다. 한동안 네이버 top과 daum의 아고라 논쟁 판을 이끌었던 인터넷 페이지 'F-킬라'의 주요 회원이기도 하다. 물론 전국 행진에 참여해 '에프킬라의 장정'에도 참여, 책을 놓고 전국을 발로 뛰며 '한미FTA 협상의 문제점'과 '새만금', '평택'의 주제를 지역 주민들과 함께 나눴다.
연구자이기도 한 그는 4월 부터 실질적인 외부 활동, 범국본 선전팀 회의에 참가하거나, 행진을 다니거나, 공청회를 참가하거나 등등의 활동을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활동이라고 까지 하긴 그렇지만(머슥^^:) 4월 부터 뭔가를 하려고 계속 시도했던 것 같아요. 사실 그 때 제가 연구소에서 브리핑을 해야 했거든요. FTA관련 브리핑을 준비하고, 자료도 모으고, 연구실 사람들이랑 얘기를 하는 도대체 이런 FTA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정부가 이런 협상을 할까?"
시작을 일상에서 부터 였다. 한미FTA 관련해서 떠드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하는데 도대체 연구자인 자신이 봐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보통은 이렇게 큰 사안을 정부가 추진한다면 나름대로 논리도 있고 근거도 있어야 하는데 눈 씻고도 찾아 볼 수가 없었던 것. 특히 정부의 빈약한 논리와 더불어 더욱 짙어지는 4대 선결과제의 의혹들. 자료를 모으고 알아갈 수록 베일에 싸여 가는 한미FTA 추진 과정을 보면서 '뭔가 있지 않을까? 한번 같이 공부해보자'고 같이 모였던 사람들이 이리저리 굴리다가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공부하다 보니 뭔가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밥 먹으면서 얘기 하다가 우리가 잘할 수 있는게 뭘까 얘기가 나왔는데요, 당시 나온 자료들이 상당히 어려웠거든요, 자료가 너무 어려우니가 우리가 쉽게 풀어서 설명하되면 되지 않을까. 경제적인 이득을 따지기 보다 삶의 문제를 지적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거죠. 다들 인터넷 많이 하니까 우리는 온라인에서 얘기를 해보자 해서 활동도 제안하고 까페도 만들게 됐는데 상당한 호흥을 얻은 거죠"
이렇게 탄생한 'F-킬라(http://cafe.naver.com/ftakiller.cafe)'. 한참 한미FTA와 관련한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던 시기에는 (숫자를 좀 보태) 하루에도 수십만이 이 까페를 방문했다. 덧글도 수십개에 올라오는 글도 페이지를 넘기기 일수였다. 유명 포탈에는 F-킬라의 글들이 포스팅 되어 띄워져 있었고, 검색 자료 첫순위를 대거 차지할 만큼 인터넷 공간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가 왠지 모를 '운동권'(?)의 느낌에 사람들의 접근하기 어려웠다면, F-킬라는 이런 부담을 최소화 하고 말그대로 자발적인 인터넷 누리꾼들이 정보를 얻고 자신들의 답답함을 토로하는 최대의 반FTA의 논쟁소굴이 됐다. 범국본 내에서는 '몇 안되게 성공한 사업(?)'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을 만큼 범국본이 채우지 못한 국민들과의 접점을 인터넷에서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중에는 '만세'님도 있었다.
혹시 운동권들이 만든 페이지를 누리꾼들에게 그럴싸하게 숨겼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아니다. 이들은 처음부터 범국본 단위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한 사람들이 아니라 '한미FTA를 반대하는데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인연이 닿은 이들 자체가 사실상 누리꾼들 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재밌었죠. 내용도 워낙 방대하니 알릴 것도 많고 이것도 해보자 저것도 해보자. F-킬라 만들고 운영하고, 사진도 찍고 포스팅도 하고, 뉴스 브리핑도 시도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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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킬라 홈페이지 |
사실 한미FTA과 관련한 국민들의 관심이 폭발하기 직전, '만세'님을 포함한 연구소 사람들은 '한미FTA 저지 싸움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것에 생각을 모았다. 그래서 F-킬라의 온라인 공간이 아닌 전국 행진을 통한 '대장정'을 시작한다. 새만금, 평택, 그리고 FTA의 주제를 갖고 전국에 땀방울을 쏟아 냈다. (전국행진은 '에프킬라의 장정일기'로 참세상에 연재 되기도 했다)
"처음엔 연구소에서 브리핑 하다가 고민이 시작됐죠. 우리는 공부하는 사람들이니 어떻게 하면 지식이 죽은것이 아니라 산지식으로 만들 수 있겠는가를 고민하면서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제일 기억에 남는 거는 A&Q 작업인거 같아요. 말 그대로 정부가 낸 자료의 Q&A 형식의 자료집을 보고 나서 만든거죠. 정부가 질문에 대한 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여전히 질문이 남았거든요, 그러니 정부에게 다시 질문을 하고 저희가 답을 만들어 본거죠"
당연히 만든 자료는 F-킬라 까페에도 올리고, 여기 저기 배포했다. 유명 포탈 여기 저기에도 올리고 댓글 논쟁도 제기해봤다. 말 그대로 재밌었단다.
그렇지만 현재를 그 때와 비교해 본다면 한풀 꺾인 상황. 사실상 2차 협상 이후 여름휴가 기간을 거치고 기나긴 추석 연휴를 보낸 상황에서 북핵실험문제 까지 터졌으니 한미FTA 반대 진영이 소강 국면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F-킬라도 연구소도 7-8월간 소강 국면이었죠. 9월에 다시 뭔가 해볼까 하는 요량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강 '괴물'문화제를 제안했었는데, 다른 분들이 적극적으로 결합한것에 비해 연구소가 참여가 소극적이어서 '치고 빠졌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었는데요(웃음)..."
"연구실에서 처음에는 재밌고, 신기하고 그래서 열심히 했던 국면은 넘어간 것 같아요. 익숙해 지고, 협상도 진행되는 과정에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이간에 대한 고민이 다시 연구소 안으로 들어온 거죠. 공부하는 사람들의 고민도 있구요. 그때 처럼 어떻게 하면 재밌게 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예요"
'만세'님의 지금 고민은 우선은 '재밌게 할 수 있는게 뭐 있을까' 그리고 '좀더 다른 관점에서 FTA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내용이 뭘까'이다. 산 지식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다.
"예를 들어 서울 시청 앞에 광장 있잖아요. 광장을 만들고, 광장을 입맛에 맞게 팔아먹는 상품의 보습이 아니라, 삶의 모습을 파괴하는 것이 아닌 다른 과점에서 광장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죠. 좀더 장기적으로 상품 수출의 FTA가 아닌, 삶이 주변화 되고 지금 처럼 파편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우리의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인거죠. 이런 장기적인 고민을 현재는 준비중 이라고 할 수 있겠죠"
공부하는 사람들이 충격을 줄 수 있게 내용들을 생산하고, 전파해야 하고, 이론적인 삶을 분석하고 뒤집어 낼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한데 참 쉽지 않다고 한다.
"당면 분석 + 이론적 논거 마련 + 인터넷 홍보 ..해왔던 것 그리고 해야 겠다고 고민하고 있어요. 한미FTA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이 초기에 높았던 것 처럼, A&Q를 만들었던 것 처럼, 자본의 천국 시리즈물을 만들었던 것 처럼 말이죠"
"계속된 협상이 한미FTA를 찬성하던, 반대하던 힘빠지게 하는 것 만은 사실인 거 같아요. 3차도 4차도 어쨋든 협상은 진행되니까요. 저희도 긴장이 많이 떨어진게 사실이죠. 처음에 비하면. 긴장이 떨어진 우리 모습을 확인할 때마다 위기감이 느껴져요. 여론도 이렇게 감이 떨어지는데 이대로 가면 스르륵 FTA 체결돼 버릴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물론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이 당연히 들죠. 근데 그게 참 어려워요. 어떻게 반전을 시켜야 할지 아직까지 답을 찾지는 못했거든요. 4차 협상 이후 자체 비전이 명확하지 않아서 계속 고민중이라는 말밖에 못하겠네요. 음..근데, 이런 내용이 기사로 나가면 힘빠지고 너무 재미없겠죠?(--;)"
11월 22일은 사실 올 한해 한미FTA 반대를 외쳐온 단위들이 정한 '민중총궐기'의 약속의 날이다. 이날은 하루 집회를 하는 날이 아니라 이날 부터 집회가 시작되는 날, 말그대로 한미FTA 반대를 거리에서 외치기 시작하는 날이다.
"11월 22일 그 때까지는 수를 내야 겠죠. 재밌게 가자 그 생각은 변함 없슴다. 처음에 그렇게 시작했던 것 처럼 자체적인 활동을 통해 반등의 기회를 만들 겁니다. FTA 그냥 체결되면 안되잖아요"
인터뷰라는데 너무 솔직하다. 소강 국면에 놓인 상황, 처음 시작 했을때의 즐거움이 표정에도 녹아난다. 4월 부터 왔으면 1년의 절반 이상을 한미FTA 반대 싸움에 쏟아 부은 셈이다. 아직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을 지라도 처음 시작했던 그 동기 만큼은 변하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한미FTA 저지 싸움은 이런 구비 고개를 넘은 사람들이 다시 운동화 끈을 메면서 시작되는게 아닐까. 그래서 해피엔딩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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