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손호철 발언에 주목한다

진보 가르는 기준으로 반신자유주의 타당, 문제는 현실

손호철 교수는 "신자유주의 지지 세력과 반신자유주의 세력은 하나가 될 수 없으며, 이를 반수구 전선에서 하나의 입장으로 보는 관점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강조한 손호철 교수의 입장을 지지한다.

'레디앙' 지면을 타고 시작된 연구자들의 논쟁은 노무현 대통령의 기고로 증폭되고, 민주노동당 집권전략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토론회 쟁점은 전선 논쟁과 세력 재편 문제였다. 대선을 앞두고 진보운동이 어떤 전선을 형성하고, 어떻게 싸워, 어떤 세력관계를 형성하느냐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열린우리당의 분열에 따라 진보-중도-보수로 재편되고 있으니 광범위한 진보대연합을 구성하자는 주장, 중도 담론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진보-보수의 구도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주장, 계급적 전선(반신자유주의)과 국민적 전선(반보수주의)의 이중전선이 필요하다는 주장, 자유주의 신자유주의 세력과 냉전적 신자유주의 세력에 맞선 진보세력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 등이 펼쳐졌다.

민주노동당 집권전략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인만큼, 주최측은 패널의 범위도 의도에 따라 세심하게 안배했을 것이다. 따라서 진보대연합 주장이 강하게 제기된 것은 익히 예상된 일이다. 이상현 민주노동당 기관지위원장은 주발제를 통해 진보-중도-보수로 전체 지형이 재편되고 있어 녹색-노동-시민의 3각 진보동맹으로 능동적인 진보대연합을 구성하자는 주장을 폈다. 당사자가 민주노동당의 집권전략위원으로,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역할과 함께 진보진영의 진보대연합을 꾀하자고 제안한 것은 하나의 주장이란 점에서 십분 이해되는 대목이긴 하다. 그러나 2007년 진보운동의 과제를 이야기하는 한 진보대연합 주장은 범위와 경로가 모호하고, 위험을 내포할 수도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지배체제는 신자유주의지배체제이며, 사회구성원의 삶을 지배하는 정치는 신자유주의정치이다. 더군다나 지난 10여 년간 앞장서서 이 지배체제를 유지 강화해온 세력은 오히려 개혁세력이었으며, 앞으로도 이 지배체제를 유지 강화해야 한다고 믿는 세력도 개혁세력이다. 보수세력과 개혁세력간 대립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이후에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 전선은 신자유주의지배체제의 유지 강화라는 계급적 공모 위에서 이루어지는 권력관계에 불과하며, 개혁세력의 힘의 우위로 이어져 개혁이 확대되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 자체로 진보적 성격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10여 년간 목도했듯이 민주화와 개혁은 그 성장, 발전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정치의 재생산을 위한 변명이자 수단으로 동원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던진 개헌 논의에서 보이듯이 개혁세력의 응집을 위한 기획은 대선 전에도 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총선을 경과하며 지배세력의 한 축을 형성한다는 구도가 분명한 것이다.

물론 개혁세력 모두를 죄악시할 이유는 없다. 그래서 지금 진보를 가르는 최소한의 기준을 적용해야 하고, 그 기준에 준해 나쁜 것과 좋을 것을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반신자유주의를 그 기준으로 삼는 것은 지극히 마땅하다. 그래서 신자유주의정치의 맥락을 조금이라도 담는 한 중도를 표방하던, 개혁을 표방하던, 진보개혁을 표방하던 진보운동의 '연합' 세력으로 간주하는 것은 위험하다. 지금종 사무총장의 진보-보수가 미심쩍은 이유도, 조희연 교수의 이중전선 주장이 아슬아슬해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손호철 교수는 지금까지 '냉전적 보수'(수구)-'개혁적 보수'(자유주의)-'진보'의 삼분 구도로 세력관계를 읽어왔다. 아울러 민주개혁을 둘러싼 민주전선과 신자유주의를 둘러싼 신자유주의전선 등 두 개의 전선이 형성되어 있다고 바라본다. 그리고 최근 논쟁에서 "반신자유주의에 동의하는지가 진보진영 단결의 관건"이라는 입장을 강조한다. 어떤 진보냐, 어떤 진보운동이냐에 따라 성격도 달라지겠지만, 최소한 오늘날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체제와 정치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하지 않는 진보는 불온하며, 최소한 신자유주의지배체제와 신자유주의정치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갖지 않는 진보는 위험하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진보운동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모양을 갖추려면 반신자유주의 여부를 전선의 성격과 세력재편을 위한 기초 출발점으로 이해해야 하고, 손호철 교수의 입장은 출발점으로 손색이 없다.

문제는 남는다. 지금까지 민중운동은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의지대로 실현하지 못했다. 좌파운동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고 한국진보연대는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희화화했다. 손호철 교수의 반신자유주의 전선 주장은 타당하고 앞으로도 응당 그래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반신자유주의에 근거한 새로운 세력관계 형성 흐름을 창출하지 못하는 한 그저 날선 주장에 불과할 것이다. 논리와 주장으로 반신자유주의를 이야기하는 한계를 넘어야 하고, 그 실천 전망을 마련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지난 해 한미FTA, 평택, 로드맵 대응 투쟁 등 대중운동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반신자유주의 전선은 유실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신자유주의정치와 자본운동 자체에 맞서는 사회구성원들의 새로운 저항의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미약하다 하더라도 대중운동의 저항의 맥락과 함께 하지 않는 전선 논쟁은 무익하며, 세력관계 재편에 대한 희망사항도 관념일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므로 손호철 교수 역시 반신자유주의 다음 발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