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한,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토론회 : 삼성과 정검언 동맹] 민경한 민변 사법위원장

민경한 민변 사법위원장은 삼성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검찰과 언론의 태도를 비판했다.

민경한 위원장은 무소불휘의 권력을 행사하는 삼성과 함께 "삼성의 유혹과 비리 제의를 단호히 거절하지 못하고 이에 야합하여 법과 양심에 어긋나게 직무를 처리하여 삼성에 온갖 혜택을 주는 정치인, 검찰, 언론인, 고위 공무원들도 삼성 못지않게 비난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한 위원장은 재벌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검찰의 사례로, 1998년 참여연대가 5대 재벌그룹의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로 5대 그룹의 회장, 임직원 83명을 업무상 배임죄로 고발한 사건, 2000년 6월 법학교수 43명이 삼성 이건희 회장 등 에버랜드 이사진과 계열사 사장 등 33명을 에버랜드 편법 증여 사건으로 고발한 사건을 들었다.

이로부터 민경한 위원장은 "검찰이나 법원이 사법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윤리규정 하나 만드는 것보다 피고인별, 변호사별로 차등을 두지 말고 형평성을 유지하며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하는 것이 사법 신뢰회복의 첩경"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의 삼성 보도와 관련해서도 "삼성의 압박과 회유가 있었는지 아니면 삼성이 큰 광고주니까 신문사가 알아서 기었는지 알 수 없으나, 신문이라면 비판 기사도 실을 수 있는 것인데, 하물며 삼성을 비판하는 책 광고마저 게재하지 못하는 여러 신문사들이 측은해 보인다" 최근 언론의 행태를 씁쓸해 했다.

민경한 위원장은 이하 글을 발제하는 형식으로 토론에 참여했다.


서론

주제가 삼성과 정, 검, 언 동맹인데 동맹은 긍적적인 의미로 쓰인 경우가 많으므로 동맹보다 유착이라는 표현이 더 적확할 것 같음.

국민들 사이에 삼성 공화국, 삼성 장학생, 삼성의 정보력이 국정원의 정보력보다 낫다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이는 삼성이 금력, 권력, 정보력 등을 이용하여 권력기관인 정치, 검찰, 언론, 관료사회 등을 관리 통제하면서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우리나라 온갖 시스템을 부패시키고 있고 그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지적하는 말일 것임.

삼성이 위와 같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여 우리 나라를 부패시키는 것은 정말 잘못됐고 비난 받아야 하고 없어져야 한다. 그러나, 삼성의 유혹과 비리 제의를 단호히 거절하지 못하고 이에 야합하여 법과 양심에 어긋나게 직무를 처리하여 삼성에 온갖 혜택을 주는 정치인, 검찰, 언론인, 고위 공무원들도 삼성 못지않게 비난받고 책임을 져야 하고 반성해야 한다.

아무리 삼성이 나쁜 짓을 저질러도 정치인, 검찰, 언론인, 고위 공무원들이 삼성의 유혹과 비리 제의를 단호히 거절하고 원칙대로 업무를 처리하면 삼성이 그런 행동을 못 할 것이다. 저는 재벌에 대한 검찰과 언론의 문제점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지적해 보기로 한다.

재벌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검찰(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사례1)
1998년 참여연대가 삼성, 현대 등 5대 재벌그룹의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로 5대 그룹의 회장, 임직원 83명을 업무상 배임죄로 고발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미 부당내부 거래행위를 인정하여 5대 재벌그룹에 수백억 원의 과징금까지 물린 사건이고, 시민단체나 경제학 교수들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한 사안이어서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건이었다.

그런데 검찰은 오랫동안(6년 동안) 거의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가 공소시효를 얼마 남겨 놓지 않고 졸속수사를 하여 2004년 9월 추석연휴 때 81명은 무혐의 처리하고 1명은 기소유예 처분을 하였고, 1명은 이미 사망했다.

이 사건은 검찰이 철저하고 적극적인 수사를 했다면 공소시효에 몰릴 정도로 7년이나 걸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수사결과 처분내용이 정당했다면 당당히 발표를 해야지 추석 연휴기간에 슬쩍 결과를 발표하여 국민들의 오해를 살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검찰이 삼성, 현대 등 5대 재벌이 아니고 30대, 40대 기업이었어도 6년씩이나 수사를 하지 않고 가지고 있었을까요. 언론 등도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여론을 환기하는데 너무 소홀하였다.

(사례2)
2000년 6월엔 법학교수 43명이 삼성 이건희 회장 등 에버랜드 이사진과 계열사 사장 등 33명을 에버랜드 편법 증여 사건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2003년 12월 공소시효를 하루 남겨두고 피고발인 33명 중 에버랜드의 전, 현직 사장인 허태학, 박노빈 두 사람만 특정경제 가중처벌법의 배임혐의로 기소하여 현재 상고심이 진행중이다.

검찰은 2000년 6월 고발 접수한 사건을 3년 반 동안 가지고 있으면서 공소시효 완성 하루 전에 33명 중 2명만 기소하고 나머지 31명에 대해서는 수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공소시효는 공범의 재판 확정시까지만 정지되므로 공범들이 단순 업무상 배임죄로 판결이 확정되면 이건희 부자를 비롯한 나머지 31명에 대한 공소시효는 하루밖에 남지 않는다.

공소시효가 정지된 2003년 12월부터 나머지 31명에 대하여 철저히 수사를 했다면 이미 수사가 마무리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거의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가 항소심 재판부에서 입증을 촉구하고 석명을 구하자 그때서야 홍석현 씨를 소환하는 등 수사를 하려고 하였다. 홍석현 씨는 출두 약속을 했다가 검찰의 약점을 간파하고 공소시효를 넘길 속셈으로 출두를 거부하다가 뒤늦게 수사에 응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홍석현 씨가 출두를 했는지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아직까지 홍석현 씨에 대한 수사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검찰은 항소심 진행 중에 항소심 재판결과를 보고 이건희 회장을 소환하겠다고 했다가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이 선고되자 이제는 대법원 재판결과를 보고 소환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 검찰은 고발한 지 7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 수사를 종결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검찰의 무능인지 삼성 봐주기인지 알 수가 없다.

1, 2심에서 모두 유죄가 나온 데다 허태학, 박노빈 두 사장이 스스로 처리하였고 이건희 부자가 무관할 것이라고 생각한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므로 검찰은 허태학, 박노빈 등을 수사할 때나 아니면 늦어도 1심 재판 중에 수사를 했어야 한다. 검찰은 대법원 재판결과에 관계없이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수사를 종료하여 기소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월급쟁이인 전.현직 애버랜드 사장을 배임혐의로 기소하고도 검찰 스스로도 사건을 계획하고 주도한 실질적 책임자라고 의심하는 이건희 회장이나 삼성 구조본 책임자들에 대해서는 기소여부를 미루고 있다는 보도를 하였는데 올바른 지적이다. 최근에 이건희 회장이 자주 한국 경제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수사에 영향을 주려 한다는 보도가 있다. 한국경제가 어려운 지도 의문이지만 한국경제를 살리는 것과 이 회장의 수사나 처벌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이건희 부자나 홍석현 등도 꼼수를 쓰거나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들을 앞세워 방패막이를 하려 하지 말고 우리나라 제 1의 기업의 총수와 그 최측근답게 검찰 수사에 응해야 한다. 우리 검찰은 재벌 앞에만 서면 왜 이렇게 작아지고 움츠려드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검찰은 재벌수사를 통해 추락된 위상을 회복하기 바란다. (경향신문 2006. 8. 23. 자 31면 오피니언)

(법원)
위 사건은 2003년 12월1일 기소되어 1심 재판이 2004년 2월23일 첫 공판이 시작되었고 2005년 10월4일 판결이 선고되어 기소된 때로부터 1년10개월이 걸렸다. 모두 21회의 공판(2회의 변경 기일 제외함)이 열렸고 8명의 증인신문이 이루어졌다. 항소심은 2005년 12월 20일 첫 공판이 시작되어 2007년 4월 19일까지 10회 이상 (2회의 변경기일 제외)의 공판이 진행되었다. 설사 법적 쟁점이 많고 어렵더라도 1심에서 21회 기일이나 필요하였는지도 의문이고, 1심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심리하였으면서도 항소심에서 10회 이상의 변론이 필요하였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재판부가 사건 결과에 부담을 갖지는 않는지, 변호사들의 영향력은 없었는지, 삼성이 자신에게 불리하니까 지연작전을 쓰지 않았는지 의문이 간다.

검찰이나 법원이 사법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윤리규정 하나 만드는 것보다 피고인별, 변호사별로 차등을 두지 말고 형평성을 유지하며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하는 것이 사법 신뢰회복의 첩경일 것이다.

재벌의 왜곡된 법무실

최근에 삼성을 비롯한 주요 재벌 그룹들은 법무실 등에 법원,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을 많이 두고 있다. 재벌들도 경영이 투명해지고 준법경영을 하게 되고 분쟁이 복잡다단해져 회사를 경영하기 위해서는 법률 검토나 자문, 분쟁의 예방 및 해결을 위해 변호사들이 필요하다.

이런 목적이라면 금융, 조세, 회사법, 행정, 형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되어야 하고, 또 이들이 소송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재벌들은 회사문제나 총수들의 법률문제에 대하여 법무실 변호사들이 변론을 하지 않고 거의 대부분 대형로펌 변호사들에게 거액의 수임료를 주고 민, 형사상 소송을 의뢰한다. 형사 문제는 검찰 중견간부 출신 몇 명이면 충분하고 여러 명의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를 고액의 연봉을 주고 채용할 필요도 없다. 김 변호사가 삼성이 에버랜드 사건 이후 검찰, 법원 고위직 출신 변호사를 여러 명 영입했다고 말하였듯이 그 배경은 뻔한 것이다.

균형감각을 잃은 언론보도

가. 편파적인 보도

김 변호사의 삼성비리 폭로는 신정아, 변양균 사건보다 파장도 훨씬 크고 국민들도 매우 관심을 갖고 있는 사건이며 보도할 가치도 크다고 본다. 기사의 크기나 게재 면수는 전적으로 신문사의 전권사항이라고는 하지만 신정아 사건은 며칠 동안 몇 면에 걸쳐서 신문에 도배를 하였으면서 김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의 비리 사건은 대부분의 신문에서 12면 등에 2단 기사로 실릴 정도의 사건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약 폭로자나 폭로 내용이 삼성이 아니고 청와대 비서관이나 고위 공무원이 같은 내용을 폭로했더라도 언론들이 침묵을 지켰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작년에 주간지인 시사저널 기자들이 편집권 독립을 쟁취하고 정도 경영을 위해서 그렇게 오랫동안 투쟁을 하였다. 그 발단도 결국 삼성에 관한 기사보도 문제였는데 많은 언론들이 그 문제에 대하여 침묵을 지킨 것을 보고 기자들의 수준이 의심스러웠다. 그 배경이 삼성이 아니고 다른 대기업의 보도문제였더라도 언론이 침묵을 지켰을까요.

언론의 사명은 사회적인 이슈나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건에 관하여 균형감각을 가지고 공정하게 보도하고 비판, 감시, 견제를 하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본연의 사명이다. 언론은 많이 반성하고 제대로 해야 한다.

나. 광고주의 압력과 회유에 굴복하는 언론

몇 년 전 삼성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가 삼성 인력개발원에서 교육팀장으로 퇴직한 제 친한 친구가 금년 여름에 자신의 경험과 충실한 자료를 근거로 삼성과 재벌그룹, 언론사, 법조계, 정부관료, 시민단체의 문제점을 통렬하게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재벌 비판서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라는 책자를 발간하였습니다.

위 책의 광고를 하기 위해서 여러 신문사에 광고 문의를 하였는데 두개의 신문사를 제외하고 모두 거절하였다고 한다. 1개의 신문사는 3회 컬러, 2회 흑백으로 게재하기로 했는데 1회 게재 후 중단했다. 모 경제신문사는 광고료까지 수령한 뒤에 약속 일자에 갑자기 광고가 넘쳐서 게재하지 못한다고 하여 친구가 급한 것 아니니까 며칠 뒤에 해도 괜챦다고 했으나 계속 게재하지 않아 항의하자 우리도 먹고 살려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광고료를 반환해 주었다고 한다.

삼성의 압박과 회유가 있었는지 아니면 삼성이 큰 광고주니까 신문사가 알아서 기었는지 알 수 없으나 신문이라면 비판 기사도 실을 수 있는 것인데 하물며 삼성을 비판하는 책 광고마저 게재하지 못하는 여러 신문사들이 측은해 보인다.

다.

신문 방송에서 경제 정책이나 동향, 통계를 인용할 때도 엘지 경제연구소나 다른 경제연구소도 많이 있는데, 압도적으로 삼성경제연구소의 자료를 많이 인용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다른 연구소보다 우수해서 많이 인용하는 것일까? 삼성 장학생의 역할, 삼성의 로비결과는 아닐까. 삼성은 자신들의 제안이나 통계가 정부정책에 반영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닐까요.

언론인들은 광고료 비중이 너무 높아서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할지 모릅니다. 제조업이나 기타 분야에서도 갑과 을의 관계는 수없이 많지만 이렇게 비굴하고 저자세는 아니다. 공무원이 박봉에 시달리니가 뇌물을 받았다고 합리화할 수 는 없는 것이다. 광고료 의존도가 높다고 하여 정당시 되지는 않는다. 일본은 구독료 수입이 50 내지 60%인데 우리의 신문사의 광고료 수입이 90%에 달한다는 것을 보고 놀랬다. 언론 환경이 다르겠지만 일본을 벤치마킹한다거나 구독료 수입을 위한 노력을 해보았는가. 삼성이 골프접대, 향응제공, 촌지를 줄 때 거절할 기자가 몇 명이나 될까요. 오늘 토론을 하신 이상호 기자는 X파일 포함하여 많은 비리를 폭로하였는데 비리를 접하면 굴하지 말고 폭로를 하고 비리를 거절하는 기자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대부분의 언론 특히 메이저 신문들은 검찰처럼 재벌 특히 삼성 앞에만 서면 왜 이렇게 작아지고 움츠려드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 모두 삼성의 압력과 회유에 굴하지 말고 비리 제의에 응하지 말고 자긍심을 가지고 자기의 직분에 충실하고 원칙과 양심에 입각해서 일을 처리하면 많은 부분이 개선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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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 이건희 , 비자금 , 김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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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

    ㅎㄺ쇼ㅕㅕㅅ

  • ㅕㅕㅕㅕㅕㅕㅕㅕㅕㅕㅕㅕㅕㅕㅏㅏㅏㅏ

  • 아무나기자

    무소불휘가 아니라 무소불위. 이건 오타가 아니라 기자 무식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