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를 향한 외침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비정규직 전시회 시즌1


‘88만원 세대’가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요즘 20대를 지칭하는 것으로, 20대가 사회에 처음 나와서 받는 평균임금이 88만원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것은 단지 임금 액수만의 문제가 아닌 요즘 20대가 사회에 처음 나와서 불안정노동, 즉 비정규직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몇 년 사이에 대학에서는 사회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투쟁했던 학생들은 사라지고, 비정규직으로서의 삶을 살지 않기 위해서 학점관리와 토익점수를 관리하는 데에만 급급한 학생들이 대다수가 되었다. 새벽부터 도서관에 길게 늘어선 줄이 대학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개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5%를 제외한 대부분의 20대들은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서의 삶이 강제된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신자유주의 공세 속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는 없어지고 불안정한 일자리만 늘어나기 때문이며,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버둥거려도 비정규직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성공회대 민주자료관에서는 이런 ‘88만원 세대’들에게 지금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가 남의 문제가 아닌 바로 닥칠 우리의 미래이고, 또한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앉아서 토익책과 전공서적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를 직시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내기 위해 ‘비정규직 전시회 시즌 1’을 열었다.

여기에는 지금 투쟁하고 있는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이 어떻게 싸우고 있고, 그들의 어려움과 그들이 느끼는 점이 무엇인지를 나타내는 투쟁기록물과 롯데호텔 룸메이드 노동자들의 투쟁기록물이 전시되어 있다. 또 학습지노동자, 건설노동자 등 노동자들이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음식으로 표현한 노동인권밥상도 함께 전시되어 있으며, 비정규직 투쟁을 지지하는 시민·학생들의 지지글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또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구로선경오피스텔노동자들, 광주시청비정규직, 건설노동자, KTX여승무원’ 등의 생생한 기록이 담겨있는 영상물도 상영되고 있다.

‘시즌 1’이라는 명칭에서 짐작되듯 전시회는 이번 한 번으로 끝이 아니다. 연 4회로 이주, 비정규직 등 불안정노동 전반에 관련된 전시회와 더불어 지금 투쟁하고 있는 이들과 학생들이 만나서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과 같이 더욱 생생하게 투쟁 현장과 교육 현장을 연결해 갈 계획을 구상중이다.

‘88만원세대’ 더 이상 현실 앞에서 절망하지 않고, 세상을 바꿔나간 선배노동자들의 투쟁에서 희망을 느끼면서 ‘토익책과 전공서적’ 앞이 아닌 투쟁의 거리에서 자신들의 살아가야 할 사회를 직접 바꿔 나아가야 된다는 것을 알아나가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이 전시회가 전국 곳곳에 널리 퍼져서 많은 미래노동자들이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