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경제가 더욱 암울해 지고 있다.
주택담보 대출, 학자금 대출과 같은 ‘생계형 금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해 가계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물가까지 빠르게 치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는 지난 해 같은 달 보다 3.5% 상승, 전년 동기간대비 2.4% 상승하며, 3년 1개월 만에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통계청은 원유와 곡물 등 국제원자재가 상승에 따른 경유, 휘발유 등 석유류와 금반지 등 공업제품 상승, 지역난방비, 도시가스 등 공공서비스부문의 인상 그리고 태풍과 잦은 비로 인한 농산물 가격인상 등을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는 2004년 10월 3.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지난 10월 3.0%에 이어 2개월 연속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넘어서, 물가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식료품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하는 품목으로 구성 된 생활물가지수도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9%나 상승해, 지난 2005년 2월 4.9%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7.6%, 휘발유 가격도 13.4% 올랐다. 집세는 전월대비 0.3%, 전년동월대비 1.9% 각각 상승, 도시가스 요금과 보육시설 이용료도 각각 10.7%, 9.0% 상승했다.
주요도시의 전월대비 소비자물가는 서울, 인천, 광주, 울산은 전도시 평균보다 높게 상승했고, 부산, 대구, 대전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국내 가계 빚 6백조 넘어섰다"
또한 국내 가계 빚이 사상 처음으로 6백조를 넘어섰다는 한국은행의 통계 발표도 이어졌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07년 3.4분기 가계 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등에 의한 외상구매를 합한 가계신용 잔액은 610조 6천여 억 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전국 가구수로 나눠 계산하면 1가구 당 3천819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가계 부채가 2분기 9조9천여억 원, 3분기 14조2천여억 원으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시간이 지날 수록 부채규모가 더 커질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
물론 한국은행은 "경제규모의 증가, 금융시장의 발전에 따른 자금중개기능의 제고 등에 따라 가계부문의 금융자산 증가와 함께 가계부채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음"을 강조하며 "가계부채 수준에 대하여 평가할 경우, 자산측면을 함께 고려하여 가계의 재정적 건전성 등을 판단"하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그러나 물가인상과 금리 인상이 가계 경제의 이중 생활고를 부르고 있다는 점과 이런 경향성을 고려할 때 '가계 신용 위기의 대란을 불러 올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