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전후 '은행권 3조원대 회계조작' 의혹 제기

신탁자산 부당 편출입...심상정 의원 “명백한 불법행위” 비판

IMF 전후로 국민(구 주택), 우리, 조흥 등 19개 시중은행들이 신탁자산 부당편출입 방법으로 3조 228억원의 분식회계 내지 불법 거래를 진행, 이 손실을 메우기 위해 최소 2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불법 지원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3일 "IMF 이후 지난 10년 동안 투입된 공적자금 규모가 정부 한해 예산보다 많은 168.4조원에 달한다. 그 가운데 89.3(53.1%)조원이 회수되었고 79.1(46.9%)조원의 공적자금이 아직 상환되지 않은 상태"라며 "사라진 공적자금 79조원 가운데 최소 30조원 가량이 재경부(구 재무부)의 부당한 신탁손실 보전규정 때문이었으며, 그 중 최소 2조원은 전혀 법적근거 없이 불법적으로 지원되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은행권이 떠안은 신탁손실을 이월시켜 6천억 원 이상의 탈세를 한 것으로 추정 된다”며 관계당국의 정확한 사실관계 규명 및 감사원의 금감원 감사, 검찰 수사 등을 촉구했다.

법적으로 근거도 없는 '원리금 보전 신탁계정'

심상정 의원은 “IMF 전후 정부(당시 재무부)가 금융기관 관치와 은행법상 대출한도를 초과한 재벌지원을 위해 법적으로 터무니없는 원리금 보전 신탁계정을 만들어 최소 30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어처구니없이 지원되었다”고 지적했다.

신탁은 고객이 자신의 금전, 부동산 등을 관리해줄 것을 수탁자(신탁회사)에 신탁하는 것으로 그로인한 손익(실적)은 자산을 맡긴 고객(신탁자)이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신탁회사는 고유재산과 신탁재산을 분리해서 회계 처리해야 하고, 신탁업감독규정 제 6조 1항은 '수탁자인 은행 등의 신탁회사는 고객이 맡긴 신탁재산에 대해 원금이나 수익을 보장해 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신탁법 제 31조 1항은 '신탁회사의 고유재산과 신탁재산 간의 분식거래나 부당거래 등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하여 상호간 거래가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정부(당시 재무부)는 신탁업법 제11조에 근거해, 재무부장관의 승인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원리금 보전이 가능한 신탁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심상정 의원은 "신탁업법 11조항은 문구도 애매하고,‘신탁재산을 고유재산으로 할 수 없다’는 신탁업법의 다른 조항 및 신탁법 조항 등과도 상충되어 법적 타당성이 심각히 의심된다"고 지적하며 "이 터무니없는 조항 하나 때문에 수십조 원의 불필요한 공적자금이 추가로 지원되었으며 이것이 사라진 공적자금 79조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당시 신탁업법 제11조에 예외 규정을 두었지만 같은 신탁업법 제12조 제1항과 신탁법 제31조에서는 ‘신탁회사인 수탁자는 예외없이 신탁재산을 고유재산으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 같은 사실을 재경부, 금감위(원), 국세청까지 알고서도 아무런 법적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검찰은 이와 관련한 특가법상의 조세포탈 혐의에 대한 고발을 접수하고도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는 것이다.

당시 은행들은 재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원리금 보전이 가능한 '개발신탁'이라는 상품을 만들어 운용해 왔고 신탁회사와 종금사들도 재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원리금이 보전되는 수익증권 등을 운용해 왔다.

이런 상품들은 정기예금보다 다소 높게 금리를 보장해 주었기 때문에 당시 은행의 경우 예금(고유계정)보다 많은 신탁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름만 신탁이지 신탁자가 예금자와 동일한 지위를 가지게 되어 결국은 예금과 동일한 법적효과가 있었다.

반면 예외조항에 의해 운용되는 개발신탁자산 등은 실제 예금(고유계정)과 동일함에도 고유계정과 분리회계 처리되어 당시 은행법에 근거해, '동일계열에 대해 은행 자기자본의 20%'로 정해 놓은 동일인대출한도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작동되지 못하도록 만들어, 재벌계열사들에 한도를 초과하여 집중 대출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부실이 생길 수 밖에 없는 토대를 제공해 준 셈이다.

문제는 심상정 의원의 지적 처럼 "정부는 당시 재무부가 관리감독권이 있는 이런 원리금 보전용 신탁을 통하여 금융기관 관치와 재벌과의 유착관계를 유지"해 온 사실이다.

당시 은행, 신탁회사, 종금사 등은 이런 원리금보전 신탁자산이 고유계정보다 많았고, 이는 IMF 위기를 맞아 부실해진 재벌계열사에 집중 대출된 이 원리금보전 신탁자산의 천문학적인 손실을 고스란히 금융기관이 떠안게 될 수밖에 없는 기반이 됐다.

심 의원은 이런 구조적 문제로 인해, "최소 30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부실지원 된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부당편출입 과정에서 발생한, 은행이 부담한 손실보전액의 규모가 핵심

1997에서 2000년까지 은행, 종금에 지원된 공적자금과 3대 투신사에 지원된 공적자금은 예보채상환기금 기준으로 61조원이 넘었고, 이 중 절반 이상인 최소 30조원의 공적자금이 법적근거가 뚜렷하지 않은 신탁자산 손실을 보전하는데 들어갔다는 것이 심의원의 주장이다.

또한 금감원이 검찰에 보낸 '은행 신탁자산 부당편출입관련 검사결과 송부' 자료에 근거해, 당시 19개 시중은행들이 재무부장관의 승인도 받지 않은 일반 실적신탁의 손실을 개발신탁이 떠안았고, 그 개발신탁의 손실을 다시 은행(고유계정)이 떠안는 방식의 불법거래를 통해, 최소 2조원으로 추정되는 공적자금이 전혀 법적 근거 없이 지원됐다는 것이다.

심상정 의원은 금감원 검사결과에 근거해, 1997년에서 2000년 사이 시중은행들은 국민은행 3,976억 원, 우리은행 5,116억 원, 조흥은행 4,959억 원, 제일은행 3,155억 원 등 총 3조 228억 원에 달하는 실적신탁의 부실자산을 개발신탁으로 부당하게 편출입시킨 것을 지적했다.

이들은 은행은 개발신탁의 손실을 고유계정에서 보전하는 방법으로 신탁자산의 부실을 은행의 부실로 전가했던 것을 추정할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이러한 신탁자산간의 부당편출입 과정에서 발생한, 은행이 부담한 손실보전액의 규모이다.

금감원이 정확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심상정 의원은 "국민은행의 경우 3,976억원의 신탁자산간 부당편출입을 통해 은행고유계정에서 2,821억원(편출입 규모의 71%)의 손실을 떠안았다”는 당시 시중은행을 검사한 금감원 검사역의 주장에 근거, "총 부당편출입규모의 70%가 부실화한 것으로 추정한다면, 해당 19개 은행이 대략 2조 1,100억원(3조228억원*70%)의 실적신탁손실을 은행고유계정이 불법적으로 떠안은 셈"이라고 계산했다.

또한 "이러한 불법거래를 저질렀던 은행들은 떠안은 손실을 이월시키는 방법으로 대략 6,300억원(2조1,100억원*30%) 가량의 법인세를 의도적으로 포탈했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의원은 “정부(재무부)가 신탁제도의 본래 취지와 다르게 원리금이 보전되는 편법적인 개발신탁, 수익증권 등을 만들어 금융기관의 동일인 대출한도를 회피하는 방법으로 재벌을 지원해 온 것"을 원인으로 진단하고, "시중은행들이 이러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을 뻔히 알고도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퍼주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한편,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신탁업법을 개정하면서 문제의 원리금보전 조항(제11조)을 삭제해 추가계약을 금지했고, 금감원도 98년 11월 시중은행에 ‘지도공문’을 보내 이러한 부당편출입 행위를 금지하였다. 국세청도 국민은행에 대해서만 ‘부당한 손실이월에 의한 법인세 감면 근거가 없다’며 822억원의 법인세를 추징해 현재 법원 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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