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계급투쟁 없이 계급투표 가능한가”

민주노총의 ‘계급투표’ 전술에 대한 엇갈린 평가

결국 대선은 누구나 예상했던 결과로 마무리 되었다. 그 속에서 민주노동당은 3%라는 지지율을 받았으며, ‘참패했다’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이는 단순히 민주노동당의 패배가 아니라 진보진영의 패배로 읽힌다.

민주노총은 이번 대선에서 “80만 명의 조합원이 주변인 10명을 조직해 투표하면 (민주노동당이) 집권할 수 있다”는 내용의 ‘행복8010’이라 이름 붙인 대선 전략을 채택했다. 노동자 계급이면 민주노동당의 후보였던 권영길 후보를 찍어야 한다는 ‘계급투표’ 전술이다. 이에 대한 각 계의 평가를 들어봤다.

민중참여경선제 부결이 계급투표 패배의 이유?

일단 민주노총은 “애초에 제기했던 ‘민중참여경선제’가 좌절되면서 계급투표를 조직화 하는데 난관이 있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민중참여경선제가 좌절되고 이후에 공백이 있어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라고 말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올 해 1월에 진행되었던 선거에서부터 ‘07년 300만 표, 08년 30석 전략으로 대선, 총선 승리’ 공약을 내세우며 민중참여경선제를 주장해 온 바 있다. 그러나 이는 4월에 진행된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 부결되었으며, 이후 민주노총이 다시 추진했으나 6월 최종 부결된 바 있다.

민주노총은 이렇게 부결된 민중참여경선제의 좌절로 계급투표가 어려워졌다고 평가하지만 이에 대한 내외부의 평가는 엇갈린다.

공공연맹 사무처장을 지내기도 한 이성우 공공연구노조 조합원은 “민중참여경선제 자체가 당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이를 받아들였으면 오히려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었을 것”이라며 “민중경선제가 되려면 내 외곽에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활발한 지지와 이를 가능하게 할 구조가 있었어야 하는데 당원제로도 집중이 안 되는 상황에서 민중참여경선제를 할 수는 없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지원 사회진보연대 노동부장도 “정당은 자신의 노선과 이념과 맞게 대중을 설득하고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지 여론에 따라가서는 안 된다”라며 “민중참여경선을 했으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여론을 더 많이 반영했으면 됐을 것이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계급투표를 가능하게 할 조건은 무엇인가

문제는 민중참여경선제의 부결이 아니라 민주노총이 그간 ‘계급투표’가 가능할 조건을 마련했는가라는 근본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스스로도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계급적 정치의식이 부족하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이 또한 평가가 엇갈린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민주노동당이 자기대중을 명확히 노동계급으로 하지 않았던 것에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이 대중이라는 토끼를 잡기 위해 원래 자기 지지기반인 민주노총을 비롯한 대중조직들을 확실히 챙기지 않아서 문제라는 것이다. 우문숙 대변인은 “민주노동당이 확실하게 노동계급을 중심세력으로 틀어쥐고 이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냈어야 하는데, 대중성, 대중정당 등의 표현을 쓰며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다른 정당과 차별성을 잃어버렸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오히려 민주노총이 그간 해왔던 투쟁 자체가 조합원들에게 명확한 계급의식을 갖게 할 수 없는 조건을 만들었다는 근본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노중기 한신대 교수는 일단 ‘계급투표’라는 말 자체에서부터 문제제기를 시작했다. 노중기 교수는 “노동자 계급은 다 민주노동당 찍으라는 말인데, 이는 조합원들을 전형적으로 대상화하는 잘못된 전술”이라며 “정치의식을 높이기 위한 일상적인 정치활동이나 일상적 계급투쟁이 부재한 상태에서 투표 때 무조건 권영길 찍으라고 하면 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중기 교수는 “비정규법과 노사관계로드맵 등 중요한 계급적 선택의 기로에서 민주노총은 계속 타협적이고 비자주적인 선택을 해왔다”라며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는데 정규직 중심의 조합원들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일상적 계급적 투쟁이 벌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계급투표가 가능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의 일상적 투쟁의 부재가 계급투표의 패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런 지적에 이성우 조합원도 같이했다. 이성우 조합원은 “민주노동당은 당원에게, 민주노총은 조합원에게 신뢰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계급투표 전술은 공허하다”라며 “계급투표 전략은 기본적으로 일상적 투쟁을 통한 신뢰를 기반 해야 하는데, 대선 때 반짝하는 전술로 가능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조돈희 현대중공업 해고자도 “노무현 정권 시절 어떻게 투쟁해왔고, 이런 투쟁이 과연 대안세력으로 대중에게 비춰졌는가를 반성적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선 때만 되면 채택되는 ‘계급투표’ 전술, 계급투표가 가능하게끔 하는 조건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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