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폭발적 증가

[이명박시대 전망](8) - 교육, 이보다 더한 경쟁과 고통은 없어야 한다

대선이 끝나고 난 후 언론들은 당선자를 치하하며, 밀린 주문을 하고 있다. 좌파정권에게 잃었던 십년을 되찾아야 하고, 이전 정부의 실패를 거울삼아 정부의 규제를 풀고 권력을 시장과 기업에 넘기라고 한 목소리로 아우성치고 있다. 심지어는 이명박 당선자의 승리 원인이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현 정부에 실정에 대한 반감이라는 불쾌한 표현조차 서슴지 않는다.

이명박 시대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단계가 필요할 것이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 실패 상황과 대중의 교육에 관한 기대를 점쳐보는 것이 그 하나요, 이의 구체적인 실현계획으로서 이명박 후보의 대선 공약을 분석해 보는 것이다.

먼저 교육부문에서 현 정부의 실패는 무엇일까? WTO에 두 차례에 걸쳐 교육을 상품시장에 내어놓는 개방 양허안을 제출한 것, 한미FTA 협상에 교육시장화를 포함시킨 것, 국립대 법인화라는 이름으로 국립대학을 사영화하고, 국공립대학을 통폐합하고 정원을 축소,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등록금과 기성회비의 인상, 교원의 양성과 임용정책에서의 파탄으로 인한 예비교사들의 반발, 자립형사립고등학교와 국제학교라는 이름의 이윤추구형 학교의 도입, 교원평가와 차등성과급을 통한 교직사회의 혼란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실인적인 입시경쟁이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대학에 모든 결정권을 넘긴 이래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것이다. 2008년 입시제도 변경안을 통해 학생들의 촛불시위와 논술파동을 초래한 것과 내신의 반영비중을 강화하겠다고 대학과 씨름하더니 결국은 대학에 의해 거부당하고 알았다. 그 결과 지금 이 순간에도 입시 고통속에서 죽음으로.

언론의 요구가 이런 실정을 바로 잡고 입시를 폐지하자거나.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복지를 강화하라거나, 학생의 인권이 침해당하지 않는 자치와 민주적인 공간으로서 학교를 세울 것을 주문하는 것이라면 걱정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언론의 주문은 신자유주의 시장화를 더욱 강하게 밀어 붙여 경제의 규모를 키우라는 것이며, 세금 부담을 낮추고 공기업 민영화를 다시 추진하고 반기업 정책 틀을 벗어나라는 것이다. 감세와 규제 완화로 정부의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권력을 시장에 넘기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세력들에 법을 엄격히 집행하고 공권력의 위엄을 높여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아찔함마저 느낄 정도다.

이러한 요구가 작동하면 상품화가 가능한 학과를 중심으로 대학의 학문을 더욱 강하게 구조조정하는 것, 학교를 시장화하여 교육을 통해 이윤을 남기는 것, 가뜩이나 부족한 교육예산을 감축하는 방향으로 우리 교육이 변모할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을 돌아보면 도무지 이렇게 해석할 수 없으니 걱정이 앞서기만 한다. 이명박 당선자의 교육 공약은 특정 계급의 이해관계를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있으며, 대학에 관련된 공약이 교육부 규제 철폐 외에는 없는 것이 특징이다. 대학과 관련된 공약이 부실한 이유는 간단하다. 대학은 이미 서비스 산업으로 분류되어 이윤을 창출하는 시장이 되어 버렸고, 대학 구조조정은 시장의 법칙에 따라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이미 충분히 시장화가 진행된 그리고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학부문은 언급하지 않은 채 그 이전단계에서 계급 정당으로서 당파성이 강한 정치적 선택을 했다. 이런 선택의 결과가 대학입시의 자율과 고등학교 다양화이다.

대학입시 자율은 본고사 부활과 동의어이다. 현 대입제도의 요체는 대학별 전형에 있다. 수능등급제, 내신확대 등은 대학이 선택할 수 있는 전형 자료의 종류와 사용 방법을 나열한 것일 뿐이다. 대학은 여러 자료 중 이용하고 싶은 자료를 선택하고 그 비중을 정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여 대학이 내신을 반영하지 않든, 수능을 자격기준으로만 사용하든 심지어는 SAT를 요구하든 간에 수험생과 고등학교는 이에 따라 갈 수밖에 없다.

그나마 규제가 남아 있는 영역은 지필형 본고사, 기부금 입학제, 고교 등급제뿐이며 이는 개인의 학업능력이 아니라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의한 선발이 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명박 당선자의 대입시 자율은 이마저도 폐지하자는 것이며, 이는 교육을 통해 계급을 대물림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대학입시의 자율은 고등학교의 다양화로 증폭되고 있다. 이명박 후보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기숙형 공립고 150개, 마이스터고 50개, 자율형 사립고 100개)를 시작으로 사교육이 필요없는 다양한 고교를 만들겠다고 한다. 전국의 2100개 정도의 고등학교 중에 300개를 집중 육성하면, 게다가 교육국제화 등의 명분으로 교육개방도 적극 추진하면, 그리고 지금도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다양한 특별한 학교들이 여전하다면 나머지 학교는 뭐란 말인가? 결국 보통학교는 저급한 학교가 되고, 사회양극화의 정체인 빈곤의 확대를 놓고 보면 계급을 나누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대학을 통한 부와 권력의 불평등한 분배, 대학서열체제로 인한 학벌사회, 이의 진입기제인 대학입시를 통해 한국사회는 이미 교육을 통하여 계급이 재생산되고 있다. 부유한 기득권층은 그 이전 단계부터 강력한 안전장치를 만들기 위해 평준화를 공격해 왔고, 다양한 수요자의 입맛에 맞게 교육서비스가 공급되어야 한다고 부르짖어 왔다. 시장 경쟁을 위해서는 우선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이 있어야 한다. 시장의 다양한 상품에는 가격이 매겨져 있고, 이 상품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자들에게만 효용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를 문제 삼으면 그들은 이렇게 소리를 지른다. 왜 경쟁을 가로막느냐고, 국가가 뭔데 자율을 규제하느냐고? 차라리 떠나 버리겠다고.

그들만의 철옹성을 구축하려는 부유한 기득권층의 요구에 의해 교육적으로 존재 의의를 상실한 외국어고등학교는 오히려 증설되고 있다. 사교육 비용만이 아니라 공교육 과정에서도 확고한 우위로 안전하게 자녀들이 학벌을 획득할 수 있기 위한 차별적인 학교들이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것이 좋은 학교로 포장된 국제학교, 특목고, 기숙형 공립고, 자율형 사립고 등 이름을 달리하는 다양한 학교들의 본질이다.

학교다양화프로젝트가 완성되면 고등학교 전체 정원의 약 15%에 이를 것이다. 초중등 단계에서 이에 진입하기 위한 사교육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또한 다양한 고등학교가 설립되면 고등학교 단계에서 사교육비를 준다는 것도 거짓이다. 이는 학교의 교육으로 사교육비를 없애겠다던 자립형사립고등학교가 오히려 더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짐으로서 증명되었다.

고등학교 다양화는 교육의 시장화와 계급화를 위한 전면적인 기획이다. 기득권층이 바라는 좋은 학교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은 고교등급제이며 이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 대입 자율화이다. 대입자율화는 은밀하게 시행하던 고교 등급제를 전면화하여 이른바 좋은 학교 출신자들이 학벌을 획득하는 지름길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은 계급 간 불평등을 심화시킬 부자들만을 위한 공약이었다.

이 글을 쓰고 요 며칠 사이에도 대학입시를 둘러싼 안타까운 죽음의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그 전에도 또 그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과 언론의 요구가 겹친다면 파괴적인 결과를 빚을 것이다.

또한 삶의 모든 영역을 상품화하고 이윤을 추구하려는 자본의 탐욕은 공공서비스영역 특히 교육과 의료에서 나타날 것이기에 노동자 진보진영과 바로 이 전선에서 격돌할 수밖에 없다. 교육과 의료와 물과 에너지 등을 시장화하려는 저들과 공공성을 지키고 강화하려는 투쟁이 최전선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교육부문의 무기는 입시폐지 대학평준화여야 한다.

입시폐지 - 대학평준화운동은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질서를 표현하고 요구하는 진보진영의 공세적 대안투쟁이다. 핵심과제가 입시폐지 - 대학평준화로 대표되지만 이 운동은 한국교육의 근본적 틀을 민중의 이해, 요구에 맞게 재편해 나가기 위한 운동이며 한국사회 변혁 운동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말

이철호 님은 학벌없는사회 운영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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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 공교육 , 대학평준화 , 입시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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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주고싶은부모

    참으로참담한현실이에요~뭐가정답인지?이제중1올라가는아들을둔부모로써나의무능함이한스럽네요^^

  • 자굴산

    퍼 갑니다... http://blog.daum.net/whole-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