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이명박정부와 진보' 연재

[특별기획 : 이명박정부와 진보] - 시작하며

인수위원회는 오늘(21일) 정부조직 개편 관련 법안 45개를 국회에 제출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과 '국민권익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등 두 개의 제정 법률안과 43개의 개정 법률안이다.

통일부 등 부처 통폐합, 국가인권위와 방송위원회의 대통령 직속기구 편입 등 크고작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집권 초기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수위의 구상은 상당한 탄력을 가질 전망이다.

인수위는 매일 아침 7시30분에 회의를 갖고 하루 일정을 출발한다. 오늘 아침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대불산업단지 전봇대 이야기를 풀었다. 대불산업단지 전봇대에 대한 당선인의 말씀이 있은 후 이틀 만에 제거되는 현장을 보면서, 지난 5년 간 어떻게 된 일인가 자문할 수밖에 없었다고 소회를 피력했다. 높은 사람이 이야기하면 5년 걸릴 게 5일 안에 해결되는 탁상행정은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숙 위원장은 "지금까지 경제, 국가 선진화를 가로막는 게 이런 전봇대들이었다. 실질적 전봇대가 아니라 마음의 전봇대가 더 문제 아닌가 생각한다" 라고 덧붙였다.

마음속 전봇대.. 인수위원회가 1차 업무보고를 마무리하고, 2차 업무보고와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시점에서 불거진 대불산업단지의 전봇대 철거 해프닝은 이명박정부의 구상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이해된다.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는 정부구조가 준비돼야 하고 작고 유능한 실용정부가 돼야 한다는 것, 자본 투자와 이윤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모든 규제를 전봇대 뽑듯이 철폐해야 한다는 것, 6-7%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선진국 진입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실용을 모든 가치에 우선하겠다는 것 등의 의미가 두루 함축되어 있다.

일관되고 준비된, 그래서 이명박 인수위의 구상과 실천이 갖는 무게는 만만치 않다. 이명박정부 5년의 성공 여부를 단정해서 예측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결과적으로 성공과 실패는 종이 한 장 차이일지 모르나, 분명한 것은 지금 이명박 인수위는 성공을 위한 일관된 구상과 계획을 제시하고 있고, 국민의 지지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명박 시대를 맞는 진보의 자화상은 초라하다. 97:3, 지난 대선에서 진보를 지지한 유권자는 100명 중 3명,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은 사람들 이야기를 하지만 그들이 진보를 마음에 품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는 억지스럽기까지 하다. 97:3은 오늘 진보가 처한 위기의 수치를 구체적으로 반증한다.

민주노동당의 내홍은 예상된 일이다. 어느 정당이든 선거 참패 이후에는 책임과 대안 문제를 놓고 논란을 하기 마련이다. 내홍과 논란을 겪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내홍과 논란 과정이 어떻게 전개되느냐가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민주노동당의 위기가 당장에 개선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간 민주노동당이 의회에서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 의회 밖에서 대중투쟁에 무게를 두고 진보운동을 고민해온 주체들도 이명박정부 시기에 어떤 길을 가야할 지 토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많은 주장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장과 주장을 연결하고, 다음 단계 그림을 꿰맞추는 장면을 연출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않는 모습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규제로 상징되는 전봇대를 뽑으며, 비지니스프렌들리 엠비노믹스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비교하며 이야기하기에는 자존심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진보도, 지금까지 진보를 가로막아온 마음속 전봇대를 어떻게 방치하고 있는지 솔직하게 돌아보는 계기를 가져야 한다. 민주노동당과 계급정당 추진 주체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진보의 가치를 고민하는 모든 사회운동 주체, 모든 사회구성원이 마주 보며 새로운 긴 호흡을 준비할 때이다.

2년 후, 5년 후, 10년 후를 생각하며 그리는 진보의 새로운 밑그림, 더 의기소침할 이유도 없고, 서두를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작은 구상과 행보에도 진보의 촉수를 뻗어 신경을 곤두세우고, 노동자 민중의 일상의 부침과 반자본의 요구에 귀 기울이며, 진보의 가치가 사회구성원의 실존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그 가능성을 토론하는 일, 더 미룰 일은 아니다.

민중언론참세상 특별기획 '이명박정부와 진보'는 작은 출발이다. 미래를 알 수 없는 이명박식 실용의 위험성과 빈틈을 짚어가며, 진보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 기획을 다룬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토론, 기고를 바란다.

특별기획 '이명박정부와 진보' 연재 순서

- 한반도대운하와 문화유산
- 방송 민영화
- 신문방송겸업 허용 완화 등 언론정책
- 융합정책과 미디어공공성
- 인권과 기초질서 확립
- 한반도대운하와 생태
- 참여정부의 교육과 이명박정부의 교육
- 부동산 정책과 주거권
- 선진화와 복지
- 연금정책 진단
- 노동정책 전망
- 공공부문 민영화
- 상호주의, 비핵개방3000과 남북
-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 민영화와 이명박식 신자유주의
(*연재 순서는 필자의 사정에 따라 조정될 수 있습니다.)
태그

진보 , 민주노동당 , 계급정당 , 이명박 , 실용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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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보

    앞으로 글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