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이 주최하는 스위스 다보스 포럼이 23일 개막했다. 당연 화두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로 표현되고 있는 세계 경제의 위기.
다보스에 모인 세계의 '수퍼파워'
로버트 죌릭 세계은행 총제를 비롯해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국제통화기금) 총재를 비롯해 월가의 존 맥 모건스탠리 회장, 제임스 디몬 JP모건 회장 등 세계를 움직이는 거물급 경제 엘리트들이 참석했다. 아울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에서부터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을 비롯한 27개국 정상이 참가했다.
포럼에 모인 세계 ‘수퍼 엘리트’들은 세계 경제 위기, 중동 평화, 기후 온난화 문제에 대한 대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 앞서 세계를 걱정하기 위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또 다른 ‘수퍼파워’가 있다. 바로 2001년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출발해 8회를 맞고 있는 세계사회포럼이다.
세계 곳곳의 또 다른 수퍼파워, 2008세계사회포럼
세계사회포럼 국제위원회는 지난 6월 베를린 회의를 통해 1월 26일을 “신자유주의 경제엘리트에 대항하는 전 세계 민중행동의 날”로 정하고 공동행동을 호소했다. 올해 열리는 세계사회포럼은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는 슬로건 아래 각 국 상황에 맞는 의제들을 결합시켜 현지에서 각각 세계 사회포럼을 진행한다.
그 출발은 지난 22일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진행된 기자회견. 시차를 고려하면 매 시간마다 국가와 공간을 달리하며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울리고 있는 셈이다.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22일 기자회견에 발언자로 나선 신디 와이즈너 지구정의운동 활동가는 “약 40년 전에 세계의 엘리트들과 기업들이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세계경제인들의 포럼을 만들었지만 우리는 여기에 도전하기 위해 포르투 알레그레에 모여 세계사회포럼을 열었다”며 세계사회포럼의 의미를 설명하고, “부문과 인종, 국경을 넘어선 연대를 만들지 못한다면, 변화는 없다”고 호소했다.
같은 날 인도 뭄바이에서 파키스탄, 인도 사회운동 활동가들이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도 ‘또 다른 세계’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기업들의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는 인도에서 참가자는 “인도 특별경제구역(SEZ)으로 주민들이 토지를 빼앗기고 있으며,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폐해를 폭로했다. 또 다른 인도 참가자는 “경제적으로, 금융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했다. 투자가 늘어나 주택 개발은 늘어나는데, 살 수 있는 집은 점점 줄어든다”며 역설적인 상황을 꼬집기도 했다.
파키스탄에서 참가한 후세인 나키 인권 활동가는 “70퍼센트의 세계인구가 굶주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그들의 방식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말하며, 파키스탄 정부가 “수십억 달러를 매달 핵을 유지하는 데 쓰고 있다”며 군사화를 경계했다.
팔레스타인 라말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이스라엘의 분리장벽 건설과 전기마저 끊어진 가자 상황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22일 필리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또 다른 필리핀은 가능하다: 일자리와 정의, 토지와 자유를 향한 투쟁”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필리핀 2008세계사회포럼 조직위는 “세계의 정치 기업 엘리트들이 다보스에 있는 알파인 겨울 리조트에서 모여 있지만, 우리는 세계경제 포럼과 세계사회포럼간의 이해와 의제의 대비를 강조하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도시 빈민 공동체에서 행사와 활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선포 했다.
필리핀 2008세계사회포럼 조직위는 “아로요 정부의 강한 페소 정책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인들은 고유가와 높은 세금 그리고 악화되고 있는 정부서비스로 고통받고 있다”며 전 세계 민중들과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도 높은 실업률과 인종주의, 신파시즘을 반대하는 행진이 진행되었다.
22일 전 세계적으로 미국 아틀란타, 로마 이태리, 이라크 아르빌에서 브라질 상 파울루, 멕시코의 멕시코시티, 그리고 한국의 서울, 필리핀 마닐라까지 15개국 19개 장소에서 2008세계사회포럼의 문을 여는 기자회견이 진행되었으며, 26일까지 89개국 100여 곳에서 신자유주의와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 행진, 문화행사, 포럼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