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8일부터 진행된 한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 6차 협상이 오늘(1일) 마무리 됐다. 각국 수석대표는 1일 오전 브리핑을 갖고 '상당한 진전', '70%의 타결', '남은 것은 정치적 결단' 등 금번 협상 결과를 놓고 긍정적으로 보고했다.
그러나 금번 협상에서 쟁점이 많은 분과인 상품양허 협상과 자동차 표준과 관련한 본협상이 진행되지 않은 만큼 향후 '속도전'을 위한 '잔가지 치기 협상'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양국 협상단이 공히 인정하는 것처럼 진짜 협상은 앞으로부터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FTA 협상 결과의 +@를 요구한 EU측이 이번 협상을 통해 챙길 수 있는 성과물은 한국보다 더 커 보인다.
'한미FTA 저지 지적재산권 대책위원회'(지재권대책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지적재산권 분야와 관련해서는 EU측이 한미FTA 협상 결과 그 이상을 얻어냈다"고 평가하며 "전략도 사회적 합의도 없는 한EU FTA 협상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한수 "상당한 진전 이뤘다", 베르세로 "정치적 결단 남아"
한국 협상단보다 먼저 브리핑을 한 가르시아 베르세로 한EU FTA 협상 수석대표는 "이번 협상이 타결에 이르기까지 70% 정도 수준에 도달했다"며 "그러나 나머지 30%의 미결 과제는 정치적 판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남은 30%의 핵심 과제와 관련해서는 "상품 양허(개방)과 비관세장벽인 자동차 기술표준, 원산지"라고 설명하며 "30%의 난제가 해결되면 이번 협상이 빨리 타결될 수 있는 모멘텀(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은 쟁점 협상에 더 무게를 실은 셈이다.
그리고 "반덤핑과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다루는 무역구제와 지적재산권 등에서 많은 진전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김한수 한국협상단 수석대표도 "생각했던 정도의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자평하며 "원산지/통관, NTB, 서비스/투자, 지재권중 지리적표시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사실상 완전히 합의된 문안이 도출되는 등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고 보고했다.
지재권, 상품무역협정, TBT, SPS, 비관세조치 신속해결절차는 일부 핵심 이슈를 제외하고 타결 됐다. 그리고 무역구제, 분쟁해결, 투명성, 지속가능발전, 경쟁 분야는 협상이 완전히 타결되거나 문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하는 등 사실상 협상이 종결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지재권에서는 EU 측이 공연보상청구권(공공 장소에서 음악을 틀 경우 저작인접권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함)과 의약품 자료독점권 10년 보장 요구를 철회한 대신, 한국 협상단이 지재권 위반기업에 대한 통관 행정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지재권과 관련해 '집행'에 강력한 규정이 많은 EU측이 자료독점과 관련해 미국 수준의 내용에 합의함으로 '통관 행정 강화'의 +@를 얻어낸 셈이다.
또한 추급권(미술품이 재판매될 때마다 원작자나 상속자 등이 일정 몫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권리)에 대해서는 협정 발효 후 2년 내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미국과 의견이 배치되는 지리적 표시와 관련해 양측의 이견이 없는 것이 오히려 문제인 상황이다.
무역구제 분야에서 농산물 세이프가드(특정 농산물의 수입이 급증할 경우 국내 산업의 보호를 위해 긴급하게 수입제한 조치를 할 수 있음) 도입에 합의했고, 자동차 기술표준을 제외한 전기-전자, 포도주-증류주, 화학물질 등 나머지 품목의 비관세 장벽에서도 쟁점 합의 단계는 아니지만 협상의 진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수 협상대표는 "원산지 및 통관, 비관세 장벽, 서비스 및 투자 등 3개 분야에 대해서는 3월 중 회기간 협상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하며, 양측 협상단은 차기 협상에서는 상품양허, 자동차 비관세, 원산지 등 핵심쟁점을 집중 논의키로 합의했다.
한EU FTA 7차 협상은 4월 열릴 예정이나 장소나 구체 일정은 미정이다.
한EU FTA 협상 결과.. 역시나 한미FTA +@
'한미FTA 저지 지적재산권 대책위원회'(지재권대책위)는 성명을 내고 "전략도 사회적 합의도 없는 한-EU FTA 협상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의 요지는 지적재산권 분야와 관련해서는 EU측이 한미FTA 협상 결과 그 이상을 얻어냈다는 것이다.
지재권대책위는 "유럽연합은 다자 무역 협상에서는 얻기 힘든 양보를 이미 한-미 FTA를 통해 확보한 상황에서 협상을 시작"했고 "한-미 FTA에는 포함되지 못한 자신들의 요구를 추가적으로 얻었다"고 평가했다. EU의 요구가 한미FTA 협상 결과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별달리 이견이 없이 합의될 것으로 보이는 '지리적 표시', '집행' 강화 처럼 EU측의 강력한 요구가 반영 된 +@를 챙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이 나라와의 협상에서 몇 개의 요구를 들어주고, 저 나라와의 협상에서는 거기에 더해 또 몇 개를 더 들어주고, 이런 식의 협상 전략의 끝은 그저 모든 나라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다자 또는 양자 무역 협상에서 우리나라는 최소한 지적재산권에 대해서는 협상이라는 것 자체가 불필요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한EU 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도 협상 결과 브리핑이 진행된 신라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라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친재벌정책과 한EU FTA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범국본은 "정부에 친재벌정책과 한EU FTA 협상은 나라를 바로 살리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라며 "정부는 우리에게 FTA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서 우리의 주장을 포기하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