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메뉴에 담긴 계급성

[IPTV가온다](4) IPTV와 메뉴구성

[출처: 일러스트: 달군]

이름: 강선생(30세,여)
직업: 아이티 업계 종사(?)
가족관계: 남편, 1녀
참고사항: 최근 태왕 용준과 이별, 지성과 열애중


평화로운 저녁시간, 강선생은 오랜만에 가족들과 뉴스를 시청하기로 했다. 세 사람은 나란히 앉아 리모콘을 들고 메뉴에서 뉴스채널을 찾았다. 얼마 만에 보는 뉴스던가. 그러고 보니 가입 1개월이 지나도록 뉴스를 한 번도 찾아서 본 적이 없다. '그래 뉴하트만 보고 살 순 없지' 그 시각이 8시였지만 '9시 뉴스데스크'를 보기로 하고 채널을 고정시켰는데! 2007대통령선거 특별 방송이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명박이 대통령 당선된 게 언제고 취임이 며칠 남지도 않은데 이게 언제 적 대선방송이란 말인가! 실시간 뉴스서비스는 준비 중이란다. 그렇다면 시사교양프로그램에서 토론방송이나 볼까 했으나 '100분토론'은 아예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 아이가 좋아했던 '뽀로로의 대모험'은 원래 있던 위치에서 사라졌고 어느 채널로 옮겼다는 공지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이들은, '뉴하트'를 보기로 했다.


우리집 안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TV와 인터넷, 방송과 통신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TV인 IPTV가 오는 7-8월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영악한 IPTV, '우리집에 왜 왔니? 왜 왔니'

기존의 방송에 VOD서비스와 영화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가 더해지고 인터넷 정보검색에서부터 메일, 채팅, 영상통화, 인터넷 뱅킹, 쇼핑, 증권거래, 커뮤니티 서비스 등 인터넷에서 구현되는 모든 기능들을 이용할 수 있는 IPTV 서비스가 6개월 안에 개시된다.

바로 몇 달 앞으로 다가온 IPTV시대. 하지만 우리 시청자들은 이 IPTV에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저 기능 몇 개 추가된 편리한 TV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현재 IPTV에 대한 정보들은 대부분 IPTV사업의 수혜자인 통신사업자들이 제공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IPTV가 가져올 방송 환경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애초부터 시청자들의 요구에 의해 IPTV가 도입된 것이 아닌 만큼, 아날로그 TV에서 디지털 TV로, IPTV로의 전환 과정에서 사실상 시청자들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미디어인 IPTV 방송환경에서 방송 시청자인 동시에 통신 이용자이기도한 소비자들에게 주어질 득과 실은 무엇일까?

화려한 IPTV 탄생 속 실종된 '시청자 주권'과 '방송의 공익성'

IPTV는 통신과 결합되어 인터넷 망을 통해 서비스되긴 하지만 여전히 TV이며 방송이다. 지금까지 KBS, MBC, SBS 등의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등으로 구성된 우리의 방송환경에서 방송 사업자들에게 시청자들의 다양한 권익 보호와 방송의 공적 책임을 부과해 온 것은 방송법이었다. 하지만 IPTV도입과 함께, 방송법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며, 이를 대신할 법안으로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이 마련됐다. 그렇다면 IPTV법은 그간 방송법에서 지켜온 '시청자 주권과 방송의 공익성'을 충분히 계승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그간 시민사회단체들과 미디어운동 진영, 시청자 주권 운동 진영 등에서 이루어 놓은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 보장, 시청자 주권 보호 등의 조항들을 이 IPTV 법안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우선, 기존의 방송법에서 보장하고 있던 '시청자 권익 보호' 부분은 '이용자의 불만 처리'로 대폭 축소하고 있다.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 부분에 관한 조항은 아예 빠져있다. 특히 방송의 '시청자 제작프로그램' 방영 의무나 공익채널 운용 의무 등을 IPTV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의무화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시청자 권리와 방송의 공익성에 심각한 훼손이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IPTV를 중심으로 한 방송통신 융합 상황에서 일단, 법안만 살펴보더라도 시청자 주권 보호와 방송의 공익성 구현의 과거 아날로그 방송 시대보다도 훨씬 축소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꼭꼭 숨겨라, 머리카락 보일라!' - 메뉴에 담긴 계급성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법안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는 '초기화면과 메뉴구성'의 문제다. 현재 IPTV 법안에는 채널구성정책인 메뉴 구성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는데, 메뉴 구성의 문제는 사실상 지금과 같은 아날로그 방송시대에 '시청자 주권과 방송의 공익성 구현'을 위해 추진해온 '채널 구성과 운용 정책' 문제와 완벽하게 동일한 문제다.

이전의 아날로그 방송이 수평적 채널의 개념이라면 IPTV는 기존의 채널개념과는 전혀 다르며 계층성을 띤다. IPTV에서는 디렉터리 방식으로 채널을 선택하게 된다. 초기화면이나 메뉴 바의 목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들어가게 되면 그 아래로도 여러 단계의 하부 디렉터리가 발생하고 그렇게 몇 번씩 클릭 해야만 보고자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노출과 접근의 문제가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에 중요한 관건이 된다.

초기화면을 비롯해 상부 디렉터리에 노출돼 있느냐아니냐, 혹은 한번 클릭 해야 접근할 수 있느냐, 다섯 번 클릭 해야 접근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곧바로 채널 선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떤 프로그램이나 채널이 하부 디렉터리에 위치하면 할수록 시청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더 떨어진다. IPTV에 있어서 채널 접근 문제의 심각성은 단적으로 시청자가 자신이 재밌게 본 프로그램을 다시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까지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시청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 몇 번씩 잘못 들어선 길을 돌아 나오며 디렉터리 층계들 사이를 해매고 다녀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느니 차라리 눈에 띄는 위치에 있는 편한 프로그램들을 선택하게 될 것이고 이것은 사실상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KT나, 하나로 텔레콤, LG데이콤 등의 거대 통신 자본인 IPTV 플랫폼 사업자들이 시청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돈이 되는' 채널들을 배치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다채널 방송 환경인데도 대다수의 채널들이 오락.상업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의 실질적인 채널 선택권과 방송의 공익성이 무시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사실상 KBS, MBC, EBS와 같은 공영방송 조차 '실시간방송 프로그램'의 하부 디렉터리로 들어가는 IPTV 환경에서 그밖에 비상업적인 채널들이나 공익성 프로그램 및 콘텐츠들이 어떤 IPTV의 디렉터리 속에서 어떤 계급을 부여받을 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시청자 권리 위한 최소한의 규제, 초기화면의 일부를 공익성 영역으로

이러한 문제는 물론 기존의 아날로그 방송에서도 케이블 플랫폼 사업자들 채널 구성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하지만 이를 정책적으로 보완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과 방송의 공익성을 보호하고자 하는 노력들은 있어왔다. 이것이 바로 방송위원회의 '공익성 채널 정책'이다. 공익성 채널 정책이란 '공익성을 지니지만 상대적으로 채널 경쟁에서 불리한 채널들'을 케이블방송사업자와 위성방송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전송하도록 강제하는 채널 정책이다. 하지만 현재, IPTV법안에는 공익성 채널 정책에 관한 조항이 빠져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채널구성인 초기화면과 메뉴에 관한 규정은 어디에도 없는 실정이어서 앞으로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과 방송의 공익성 문제에 있어 크나큰 퇴행과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말 그대로 꼭꼭 숨어버린 비상업 공공 공익 콘텐츠들을 찾아 숨바꼭질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

인터넷 통신과 결합되어있긴 하지만 IPTV 역시 TV이고 방송이다. 따라서 현재 방송이 지니는 다양한 기능들을 수행할 것이고 그것이 불가하다면 강제할 수 있는 정책적 장치들이 필요할 것이다. IPTV는 실시간 방송뿐만 아니라 VOD서비스와 데이터 전송, 통신 및 인터넷 등 다양한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대표적인 융합미디어로서 기존에 방송이 해온 공공성을 고스란히 가져가야 하는 것이다. IPTV는 기존 방송보다 더욱더 시민들의 정보공유, 문화생활, 공적 커뮤니케이션 참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며 이 때문에 방송이라는 매체의 고유성으로 IPTV는 사회적 역할과 공적 의무를 다할 책임이 있는 사업임이 분명하다.

때문에 IPTV 방송서비스에 있어서도 공공성 강화 및 시청자 권리 보호 및 증진을 위한 정책이 수반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초기화면의 몇 퍼센트 가량을 이러한 콘텐츠를 위해 할애해야 한다는 정책적 보호가 필요하다. 이는 앞서 설명했듯이 IPTV 환경에서 초기화면과 메뉴 구성은 노출과 접근의 문제로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콘텐츠들로는 방송의 공익성을 구현할 수 있는 공공적, 비영리적 콘텐츠와 사회적 소수자 등을 포함한 시청자의 방송 접근권을 보장하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퍼블릭 액세스) 등이어야 한다. 이것은 IPTV시대에 시청자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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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융합 , IPTV , 미디어융합 ,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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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데나 계급성? 기사가 별루네요....

  • 오호

    호/계급성이 그렇게 상위 가치인가요?
    민중이 떠받들고 함부로 쓸 수 없는 계급성이라면 거부하고 싶은데요.

  • 허참

    계층(hierarchy)과 계급(class)는 전혀 다른 개념인데요. 차라리 메뉴구성의 계급화라면 모를까, 메뉴에 담긴 계급성이라 하면 기사 내용과는 동떨어져버리는 듯.

    글은 괜찮은데 제목이 별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