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통외통위)가 13일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하고, 공청회 등을 거쳐 법안심사소위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김원웅 통외통위 위원장은 비준동의안 상정을 위해 질서유지권까지 발동했다. 강기갑 의원 등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들이 비준동의안 상정에 반발하며, 회의장을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해 전날 회의가 무산된 것에 따른 것. 이에 김 위원장은 회의장을 국회본청 245실로 변경하고, 국회 경위들을 동원해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회의장 출입을 철저히 봉쇄했다.
민주노동당 "비준동의안 처리 서두를 아무 이유 없어"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노동당 의원단은 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유력 대선후보들이 모두 한미FTA를 반대하고 있고, 미국 경제가 장기불황에 빠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이 때에 우리가 서둘러 비준동의안 처리절차에 들어갈 아무런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국회가 먼저 비준동의안을 상정한다는 것 자체가 굴욕적 통상외교"라며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은 비준동의안 2월 졸속처리 방침을 즉시 중단하고, 국정조사부터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은 또 한미FTA 비준과 연동해 쇠고기 수입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는 과학적인 안전성이 담보되어야 가능한 검역 문제이지, 통상무역의 흥정대상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원웅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민주노동당의 반발에 대해 "비준동의안의 상정조차 막는 것은 음주를 하면서 운전하는 것이 병행될 수 없는 것과 같다"며 "상정을 하고 토론을 통해 그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소신을 알리는 것이 당연한 절차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민순 "우리가 비준하면, 미국은 당연히 압력 받는다"
통외통위 위원인 권영길 의원을 비롯한 민주노동당 의원 전원이 회의장 밖에서 시위를 벌인 가운데 열린 이날 회의에는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도 참석했다.
송민순 장관은 "우리 쪽에서 조기에 비준을 하는 것이 미국에 압력을 넣는 것"이라며 "한쪽은 했는데, 다른 쪽은 통과시키지 못하면 당연히 압력을 받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비준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한편 "쇠고기 문제가 한미FTA의 전제조건처럼 되어 있는데, 만약 (미 의회에서) 한미FTA 비준이 실패하게 되면 (한국만 비준이 될 경우) 쇠고기 시장만 내주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김종훈 본부장은 "과거의 사례나 진행전망, 전략을 종합적으로 본다면 가정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성은 별로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나라-신당, '비준안 처리 지연' 책임공방만
이날 회의에서 신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비준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한목소리로 요구하며, 처리 지연에 대한 책임 공방을 벌이는 모습을 연출했다. 최성 신당 의원만이 "이번 국회에서 과도하게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차기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충분한 대책을 협의하고, 여러 정황을 보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신당 소속인 김원웅 위원장은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에 대해 다음 국회로 넘기자는 일각의 의견이 있지만, 18대에 가서 다시 논의하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한다"며 "17대 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이 정치적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준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의회에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이명박 당선인이 말로는 조기 타결을 얘기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분과는 노무현 정부보다 더 소극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해봉 한나라당 의원은 신당을 향해 "집권 여당 국회의원들이 노무현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인 한미FTA를 반대한다"고 주장하며 "대통령 추진사업도 반대한다면, 그게 무슨 집권여당이냐"고 쏘아붙였다.
한편, 이날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은 한미FTA 체결에 따른 농업피해 대책과 관련해 "이 문제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국민에게 확실하게 약속을 해야하는데, 인수위가 지금 뭐하는지 모르겠다"며 "숭례문 화재와 관련해 모금운동을 하자고 할 게 아니라, '책임질테니 FTA 통과시켜라'라고 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