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의 흐름은 평화의 흐름

운하 백지화를 위한 금강 순례 (1)

강은 바다와는 다르다. 바다는 항상 땅의 끝을 향해 찾아가야 볼 수 있지만, 강은 스스로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와 굽이쳐 흐른다. 마치 금방 아이를 낳을 여인의 몸 속에서 터져나오는 양수처럼, 넘쳐나는 생명력을 사람에게 전해주며 흘러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강과 함께 흐르듯 살아왔고, 마음 속 평화를 배우게 되고, 본능과 같이 생명에 대한 배려를 깨우쳤다. 바로 흐르는 강과 함께.


어머니의 자궁, 갈대밭에서

오늘 금강을 찾은 사람들이 있다. 신성리 갈대밭에서 대전과 서천의 시민들이 금강운하건설예정지인 곳을 찾아 그 곳의 생태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운하가 건설되면 안되는 이유를 눈으로 확인하고자 순례길에 나선 첫 날이었다. 서천군 어민들과 농민들, 아이들과 부모들, 문화연구가와 역사연구가, 교사, 환경운동가, 생태문화해설사, 대학생 등 다양한 시민들이 모였다. 특히 그들 중에는 대청댐 건설로 수몰된 지역이 고향인 사람도 있었다. 모두 강에 대한 사랑과 애착을 가진 이들이다.

순례길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서천 어민회 이우봉 회장이 부끄럽다는 듯 까까머리를 보인다. 그는 '군산 복합화력 건설반대 서천군대책위원회‘에서 군산LNG복합화력발전소 건설반대를 위한 투쟁 중이다. 군산화력발전소는 한국서부발전㈜에서 5천416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군산시 경암동 590-2 14만6천㎡ 부지에 700MW급 1기 규모의 화력발전소를 내년 말 완공목표로 2007년 6월 착공, 현재 20%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서천군 장항읍과 1.7㎞ 떨어진 이곳에 화력발전소가 들어서면 온배수 배출로 바지락과 김양식장 등이 위협을 받고, 이산화질소의 대량 배출로 생태계가 위협받기 때문에 대책위는 그동안 수차례 공사현장과 한국서부발전㈜를 방문, 생태환경 파괴가 우려되는 화력발전소건설 백지화를 요구했다.

이우봉 회장은 바닷물 온도가 0.5도만 올라가도 바지락과 김양식에 치명적인데 발전소에서 연간 예상되는 취·배수량이 5억㎥로, 서천 수산물 양식장을 크게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력발전소는 일정한 행정구역에 건설할 수 있지만, 서천과 군산의 물줄기는 행정구역이 없다. 설령 사람이 임의로 정한다 해도 그 물줄기에 미칠 생태적 영향이 그 구역에만 미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운하건설도 마찬가지이다. 운하가 건설되는 지역의 문제가 곧 다른 지역의 문제가 될 것이다. 물줄기는 구역이 나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이기 때문이다.


충남환경운동연합 여길욱 사무처장과 순례단은 본격적인 순례길에 오른다. 여길욱 사무처장은 원래 어민이었다. 어촌계 계장으로 일하다가 환경운동에 뛰어들게 되었다. 그는 자기 몸보다 금강을 더 잘 알고 있다. 그만큼 사랑도 크다.

신성리 갈대밭은 여길욱 처장의 말에 의하면 강과 바다의 접점으로 바다와 내륙의 생물이 만나는 갯벌은 ‘여자의 자궁’과도 같은 곳이다. 하지만 지금 신성리 갈대밭은 죽어가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금강이 제대로 흐르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강은 실제로 흐르고 있지 않다. 바로 금강하구둑 때문이다. 금강하구둑은 금강 하구를 막아 건설한 둑이다. 전라북도와 충청남도 일원에 농업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고, 금강 주변 지역의 홍수를 조절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결국 금강의 흐름을 막고 있는 것이다. 하구둑이 생기면서 갈대밭으로 오가던 밀물과 썰물의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고, 소금기가 있는 물에서만 살 수 있는 갈대는 점점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갈대밭이 있던 곳에는 갈대가 아닌 무륵새가 자라고 있는 상황이다.

여길욱 사무처장은 자연의 강이 열려서 밀물과 썰물의 순환이 이루어지면 신성리 갈대밭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계속 금강이 흐를 수 있도록 인간이 인위적으로 건설한 저 하구둑을 터야만 한다고 강하게 말한다.

지구의 물을 깨끗하게 해주는 것은 바로 하구의 갈대이다. 갈대가 살아나면 강도 살아난다. 물은 흘러야 한다. 고인 물은 썩게 되어 있다. 강의 삶은 바로 ‘흐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변함없는 자연의 선물, 가창오리의 군무

화양면 와초리 마을로 향하여 가는 길목에서 사람들이 멈춰섰다. 강가에서 연기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강가에서 불을 지펴놓고 있었다. 오리를 잡는 것 같다. 여길욱 처장과 몇몇 순례단원이 내려가서 보니 꿩과 큰 기러기,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 등 8마리가 죽어있었다. 야생조류포획은 불법이다. 새를 잡은 것도 잡은 것이지만, 더 안타까웠던 것은 어른들과 함께 있던 아이들이었다. 적어도 아이들 앞에서는 강이 우리 사는 터전이고, 새들도 생명이니까 사랑하라고 말해야 할 어른들이 아이들 앞에서 총으로 오리를 잡고, 먹으려고 했던 모습이 못내 씁쓸했다.


약간은 힘이 빠진 순례길에서 우리는 다시 힘을 얻게 되는, 강의 선물을 받게 된다. 바로 가창오리였다. 강 위에 검은 줄이 희미하게 보였다. 뭔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가창오리다.

몇 마리인지 세어 볼 생각조차 들지 못하게 많은 숫자가 강 위에서 노닐고 있다. 새 모습을 자세히 보기 위해 스코프를 꺼내든다. 아직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햇살 속에서 노니는 가창오리의 모습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고요하고 여유롭다. 이제 봄이 오면서 그들의 길을 따라 어디론가 이동하는 중일 것이다. 그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순례단원들의 마음도 고요해진다. 우리의 삶 또한 어디론가 향해가고 있지 않은가, 그 곳이 어디이든 우리가 향하는 그 곳이 바로 우리의 자리가 된다.


고요함을 깨는 미세한 날갯짓 하나가 공간을 툭 차고 오른다. 날갯짓 하나가 수 만개의 날갯짓을 부른다. 군무다. 마치 회오리바람이 일어나듯, 저러다 서로 부딪치진 않을까 싶게 까마득한 날갯짓이 공간을 수놓는다. 순례단원 모두 아무 말도 못하고 그 광경을 바라본다. 사람은 때로 새를 하찮게 여기고 죽이기도 한다. 사람은 자연을 인위적으로 다루기도 한다. 하지만 자연은 우리를 배반한 적이 있었던가. 사계절은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왔다. 산은 늘 그 모습으로 이 땅을 둘러싸고 있었고, 강은 힘차게 흐르고 있었다. 사람이 어떤 짓을 하든 자연은 변하지 않았다. 기후변화가, 홍수나 지진이 자연이 주는 벌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생각이다. 어쩌면 인간이 자연을 인위적으로 변형시킨 결과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임을, 인간 스스로도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게 아닐까? 이 평화로운 강에 운하를 만들기 위해 바닥을 후벼내고, 댐을 만든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해본다. 더 이상 가창오리가 날아와 쉬지 못하고 몇 톤짜리 배가 드나드는 것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어떤 어른이 될까? 단언하건데, 우리는 벌을 받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내리는 벌을, 바로 우리 자신이 받게 될 것이다.

변함없는 자연이 주는 선물, 오늘 순례길을 응원하는 오리의 화려한 군무를 우리는 잃어서는 안 된다.

금강의 흐름은 평화의 흐름

화양면 와초리 마을에 들어섰다. 과거에는 이 마을 앞까지 물이 들어섰다고 한다. 물이 들어선 자리에 갈대밭이었고, 사람들은 그 갈대로 땔감을 하고 갈자리(돗자리), 빗자루를 만들며 살아왔다. 있는 그대로, 생기는 그대로 사용하면서 살아온 것이다. 자연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마을에서 순례단은 마지막 발자욱을 남길 금강하구둑으로 향한다.

사실 금강하구둑은 금강호라고 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막혀있는 강은 호수나 다름없어 보인다. 국가예산 200억을 들여 사람은 편하고 빨라졌지만 금강은 죽어가게 만든 그 금강하구둑이다.

이런 금강에 이제 운하를 만들어 몇 만 톤급의 배를 띄운다고 한다. 강바닥이 7-10m밖에 되지 않는 이 곳에 그 큰 배를 띄우기 위해서 안 그래도 죽어가고 있는 이 강을 다시 한 번 죽이는 토목공사가 시작될 것이다. 하구둑도, 운하도 필요없다면 무너뜨려버리면 되지만 죽어버린 강은 다시 살릴 수 없다. 없어져도 될 것을 위해 없어지면 안되는 것을 죽이는 것이 바로 운하건설이다. 끝없는 물질주의에 매몰당할 인간의 어리석음이다.

운하라는 거대한 토목공사는 결코 금강의 가창오리 한 마리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생명 하나를 귀하게 여기지 못하기 때문에, 운하는 결코 사람을 배려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를 위한 잔치를 하려고 하는지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자연을 ‘이용’하여 그들의 삶을 이토록 윤택하게 했지만,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우리에게 힘이 있다면 이제는 가창오리 한 마리가 강 위에서 머무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부드러운 시선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금강이 예전처럼 흐르도록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이 아름다운 금강에 운하가 아닌 평화의 흐름이 이어지기를 기원하며 이시영의 시 ‘평화’의 전문을 덧붙인다.

내가 만약 바람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미풍이 되어
저 아기다람쥐의 졸리운 낮잠을 깨우지 않으리

- 이시영 시인, 「평화」



두번째 금강순례 같이 가요!
강 속의 섬 하중도를 만나다

▶ 일 시 : 2008년 3월 15일(토) 오전 10시~4시
▶ 장 소 : 충남 연기군 동면 합강리~남면 나성리 금남대교
▶ 참가대상 : 금강을 사랑하는 누구나 (중·고등학생 참가자는 자원봉사확인증 발부)
▶ 프로그램 : 생태탐사
금강운하백지화 7행시 짓기
금강 살리기 퍼포먼스
▶ 모이는 장소
- 대전 : 대전 평송수련원 주차장에서 오전 10시 출발
- 타지역 : 합강리로 11시까지
▶ 주최 : 금강운하백지화국민행동
▶ 준비물 : 도시락, 필기도구, 걷기 좋은 신발, 물, 간식
▶ 참가비 : 10,000원 (대전지역 참가자) ※ 충남, 충북, 전북 참가자는 참가비 없음.
▶ 계좌번호 : 하나은행 601-910002-36204 대전충남녹색연합
▶ 참가신청 : 금강운하백지화국민행동 상황실 Tel. 042-253-3241
▶ 행사관련문의 : 정기영(016-838-8553), 송용한(010-8247-1334), 간종웅(011-461-0190)
▶ 일정 시간 프로그램
10:00 ~ 11:00 대전출발 합강리로 이동 (※집결장소는 개별공지)
11:00 ~ 12:00 금강운하가 말이 안 되는 이유, 제방 길 걷기
12:00 ~ 13:00 점심 먹고 ‘금강운하백지화’ 7행시 짓기
13:00 ~ 14:00 생태안내자와 함께 제방 길 걷기
14:00 ~ 14:30 금강 살리기 퍼포먼스
14:30 ~ 집으로
덧붙이는 말

박은영 님은 대전충남녹색연합 시민참여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운하 백지화를 위한 금강 순례'는 미디어충청과 동시 게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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