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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종 "'전염병이 아니다' 황당 논리, 정부 괴담에 등장"

[토론회] 광우병의 과학적 진실과 한국사회의 대응방안(1)


"모든 국제적 연구결과와 과학자들은 이 질병(광우병)이 매우 주의를 요하는 전염병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정부의 '수입위생조건 협상 대비 전문가회의'에도 참석해 의견을 제출한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최근 미 쇠고기 수입 파동과 관련해 잘라 말했다.

"안전하지도 않고, 또 그렇게 위험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우희종 교수는 뒤에 또 하나의 말을 덧붙였다. "지금 이 사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금처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말아야 합니다"

19일 대학로 서울대병원 내 함춘회관에서 열린 '광우병의 과학적 진실과 한국사회의 대응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우희종 교수는 현재의 광우병 파동을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을 이렇게 제시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부가 더 이상 거짓말 하지 말라'는 거였다.

우희종 "'전염병이 아니다'는 식의 황당한 논리, 정부 괴담에 등장"

이날 우희종 교수는 "정부야말로 괴담을 유포시킨 책임자"라며 정부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우선 우 교수는 한승수 총리가 대정부 질문에서 '광우병은 전염병이 아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광우병은 정부가 좋아하는 OIE(국제수역사무국)에 등재된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생물안전등급3 물질인 탄저, 사스,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와 동일한 위험도로 규정되어 있다"며 "공기로 접촉되지 않는다고 해서 전염병이 아니라는데, 식이성 형태의 전염병인 살모넬라나 이질 등도 접촉이나 공기로 전염되지는 않지만 전염병이 아니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황당한 논리가 정부 괴담에 등장하고 있다"며 "그러니 일반국민들이 얼마나 혼란스럽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광우병은 5년 내에 사라진다'는 일부 학자들과 정부 측 주장에 대해서도 "현재 감소 추세이니 없어질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학자로서의 태도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 측 주장이) 너무 황당해서 이런 주장이 나온 후 외국의 전문가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문의했다"며 일본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저명 학자들과 주고받은 이메일 일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일본의 요코야마 박사는 "지금껏 광우병 발생국가 중에 피크가 지났다고 하지만, 아직 청정국가로 내려간 사례가 없는데 어떻게 5년 내에 사라진다고 할 수 있나"며 반문했다고 우 교수는 전했다. 또 미국의 G.텔링 교수는 "프리온에 노출된 많은 이들 중에 앞으로 수십년 내에 발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가장 안전한 기준으로 수입하는 것이 당연"

한편, 이날 우희종 교수도 "광우병에 감염된 소의 숫자가 감소 추세에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우 교수는 그 감소가 "전수 검사 등 능동적 감시체계 도입 등으로 프리온에 노출되는 빈도가 감소되었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뒤 "EU 국가에서의 광우병 감소가 나타나고 있지만, 2000년 이후 태어난 25개월령 소에서 발생하는 등 발병 연령에 있어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SRM(광우병 특정위험물질) 허용 기준과 관련해 '"EU의 최신 규정의 단서 조항에는 'SRM이 조금이라도 들어가 있다면, 그 동물은 모두 SRM으로 봐야 한다'는 것과 'SRM과 접촉만 하더라도 그것은 모두 SRM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게 있다"며 "SRM에 대한 기준은 각국 입장을 반영하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안전하지 못한 미국의 기준을 전면 수용하였다"고 비판했다.

우 교수는 "우리 돈을 주고 사오는 것이라면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기준을 검토해서 국민들에게 가장 안전한 기준으로 수입해 오는 것이 당연하다"며 "정부 주장의 합리화를 위해 관변학자들을 동원하게 됐고, '정부 괴담' 창출과 안전하지 못한 협상 기준 주장으로 국민들이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됐다"고 비판했다.

정해관 "인간광우병 환자 '0'을 기준으로 모든 대책 세워야"

이어 발제를 맡은 정해관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인간광우병의 세계적인 유행 양상과 관련해 "영국은 유행 종식기에 가까워 보이나 이는 MM형만 발생한 것이고, 프랑스의 경우 MM형 유행의 정점을 향해 진행하는 단계로 보인다"며 "잠복기가 긴 VV/MV형의 유행이 시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산 쇠고기가 현재 협상 조건대로 수입될 경우 인간광우병 발병 확률과 관련해 정해관 교수는 "개인차원에서 보면, 그것은 몇 십만분의 일이나, 몇 백만분의 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해관 교수는 "규모로 보면 적다고 할 수 있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그게 아니다"며 "대한민국에서 인간광우병이 단 한 케이스라도 발견되면, 우리는 이미 수십명의 잠재감염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정해관 교수는 인간광우병 예방 대책과 관련해 "인간광우병 환자 발생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은 일반적인 위험에 비해 월등히 크다"며 "따라서 국가 단위 발생 환자 '0'을 기준으로 모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SRM의 국내 유입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SRM에 대한 규정은 국민 식성을 고려할 때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인간광우병 예방을 위한 SRM 차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정 교수는 "환자 발생 시 조기 진단 및 대책 수립을 위해 광우병 감시체계 강화 및 진단 관리기능 제고가 필요하다"며 "향후 50년 이상을 고려해 장기적 차원에서 예방 및 관리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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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 인간광우병 , srm , vCJD , 광우병 , 우희종 , cj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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