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독" 발언 발맞춰 인터넷실명제 강화 움직임

정부와 사법기관의 인터넷 감시.통제 능력 강화 의도

이명박 대통령이 '인터넷에서의 부정확한 정보 확산에 따른 폐해와 신뢰 구축의 필요성'을 언급하자 정부와 경찰이 인터넷실명제 확대와 네티즌의 인터넷 활동 감시.통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7일 OECD IT 장관회의에서 "인터넷의 힘은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자, 주성영, 정병국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인터뷰를 통해 인터넷실명제를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피력했다.

주성영 의원은 18일 C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인터넷 익명성 뒤에 숨어 허위 정보를 양산.유포하고 퍼나르고 사회를 왜곡시키는 사람들이 문제"라며 "인터넷에서 자기 이름을 걸고 이야기하면 지금처럼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발맞춰 청와대는 최근 김철균 오픈TV 사장(전 다음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을 인터넷담당 비서관으로 내정해 인터넷 여론 수렴 및 감독 업무를 맡길 예정이다. 경찰청도 인터넷 정보분석 전담팀을 신설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인터넷실명제 적용 사이트를 확대하는 방안과 네티즌들이 포털 사이트에 개인이나 기업의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글을 올리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할 경우, 포털의 관리.감독 의무를 강화하는 규정을 마련하고, 경찰청은 전담팀 활동으로 인터넷활동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한다는 시나리오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미 지난 5월 7일 본인확인제 연구반 첫 회의를 갖고 '제한적 본인확인제'의 효과를 평가하고 개선책을 검토해왔다.

방통위 김영주 네트워크정책관은 전화 통화에서 "본인확인제 연구반의 활동이 인터넷실명제 확대 업무로 거론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정책관은 "연구반은 작년 7월부터 시행된 본인확인제의 효과에 대해 유형별 댓글 건수 등을 연구해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며, 인터넷의 관리.감독 의무 강화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보통신망법 상의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인터넷실명제의 다른 이름에 불과한데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 방향이 인터넷실명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맞춰져 있어 방통위 본인확인제 연구반의 활동 역시 인터넷실명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공산이 커보인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실명제는 반드시 본인 이름을 쓰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디나 별명을 쓸 수도 있지만 문제는 이용자 본인이 누구인가가 확인되는 것이 본질"이라고 말했다. 오병일 활동가는 "인터넷실명제 반대 여론에 따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본인확인제와 같은 표현을 쓰는데 이는 지금까지 논란이 되어온 인터넷실명제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오병일 활동가는 최근 인터넷실명제 강화 이야기가 다시 거론되는 데 대해 "촛불집회 관련한 논란은 대부분 포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인터넷실명제든 본인확인제든 확대할 근거가 없다"며 "기존 인터넷실명제도 실효성 논란이 되고 있는데 정부가 이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수사 편의를 확대하겠다는 것 외에는 설명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는 바람직한 인터넷 문화를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사법기관의 감시.통제 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 제한적 본인확인제에 따라 현재 인터넷실명제가 적용되는 사이트는 모두 36개로, 하루평균 이용자 수 30만명 이상인 포털 16개, 동영상 사이트(UCC) 5개, 하루 이용자 수 20만명 이상인 미디어 15개 등이다.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시행령만 개정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이와 관련 미디어행동은 오늘(19일) "이명박 정권, 전방위적 인터넷통제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다음 전 부사장 출신인 김철균 오픈IPTV 사장의 청와대 인터넷정책비서관 내정을 비판했다.

미디어행동은 또한 "현행 법률상 얼마든지 인터넷 상의 허위정보 등은 조치를 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상의 촛불집회 동향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별도로 인터넷여론을 모니터해 사법적 조치를 취하게 하는 전담반을 운영하겠다는 발상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 국민을 통제하고 탄압하던 방식에 다름 아니다"며 인터넷전담반 설치의 백지화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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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 실명제 , 통제 , 인터넷실명제 , 본인확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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