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버스 방화시도 30대, 경찰에 넘겨야만 했나

만일 프락치가 아닌 촛불 참가자를 넘긴 거라면

48시간 연속 촛불집회 중인 22일 새벽 광화문에선 '경찰버스 방화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현장에서 집회 참가자들에게 프락치로 의심받아 잡힌 이 사람은 논란 끝에 경찰에 넘겨졌다 한다.

이 사람에 관해 언론은 '31살의 남성이며 농기계 수리공으로 5년 가량 일했으며 현재 직장을 구하는 중'이며 경찰은 방화와 방화 미수죄 적용을 검토한다고 알리고 있다. 또 경찰에서 "집회에 자주 갔었는데 근처에서 시위를 지켜보던 어르신들이 '버스에 불이 한 번 붙어야 일이 빨리 진행된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오늘 사람들이 많이 모인 것 같아 불을 한 번 질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단다.

촛불집회는 놀라움과 함께 민주주의와 시민의식에 대한 희망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22일 새벽 '토론 끝에 경찰 인계' 결정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건 아닌데' '이건 뭐지' '꼭 그래야 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일이었다.

경찰에 넘겨진 30대 농기계수리공과 얘기해본 칼라TV 리포터 진중권 씨와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관계자는 '내 생각으로는 프락치는 아닌 것 같다' '프락치 가능성은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다.

단순 해프닝일 수도 있는 '방화 미수'와 '프락치 논란 끝 경찰 인계'라는 결과를 놓고 내가 했던 '이게 아닌데'의 출발은 '왜 경찰에게 넘기지?' '촛불집회에서 경찰버스에 올라가거나 끌어낸 것보다 불을 지르려 한건 정말 큰 범죄라서....' '이게 촛불 집회 비폭력 지향의 결과인가'였다.

참석 대상자가 정해져 있지 않고 확인할 수도 없는 촛불집회 같은 대규모 집회에서 프락치 논란은 있을 수 있다. 또 재수 없게 자신을 알아보는 시위대에 의해 사복 경찰이 망신을 당하고 쫓겨난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졌던 게 사실이다. 또 집회 분위기와 맞지 않는 과격 행동이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촛불집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반대'로 시작되었지만 의제는 확장되었고 '이명박 물러나라'를 주요하게 외치고 있다. 중,고생도, 대학생도 유모차를 몰고 나온 주부도, 초등생 손을 잡고 나온 부부도, 퇴근길에 들린 화이트칼라도 모두 시민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하고 있다. 직업이나 재산, 정치성향을 따지지 않고 촛불을 들면 모두 시민이 된다. 설사 촛불을 든 손이 이명박을 찍었을지라도, 박사모 활동을 할지라도 촛불을 들면 모두 시민이다. 어떤 이유로 참여했을지라도 비록 노숙자이거나 이상득의 표현처럼 '일자리가 없어 길거리를 헤매는 젊은이'일지라도 촛불을 들면 '촛불파' 시민이 된다.

그런데 이런 촛불집회에서, 시민토성을 쌓고 경찰차벽위에 올라가 깃발을 흔들고 사진을 찍고 경찰차에 밧줄을 걸어 끌어내던 날, 경찰버스에 불을 지르려는 사람이 있었다. 참가자들에 의해 제지되었고 프락치로 의심 받았다. '횡설수설'하며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나, 면담해본 사람들은 '프락치는 아닌 것 같다.' 한다. 그런데 축제로 진화한다는 촛불 집회에서 '이런 사람을 경찰에 꼭 넘겨야만 했을까?'

'시민' '아고리언' '네티즌' '비폭력' '민주주의' '토론'은 50일을 넘긴 촛불을 읽는 키워드다. 아고리언과 네티즌이라는 말에선 촛불의 소통과 조직화 방식을 읽을 수 있다. 온라인에서 익명의 다양성이 소통을 이루고 오프라인으로 나왔을 때 이들 모두를 담는 키워드는 '시민'으로 표현된다. 비폭력과 민주주의, 토론은 촛불의 지향과 오프라인에서의 행동양식이다.

이런 키워드를 통해 형성된 촛불 집회의 '뭔가'를 나는 촛불의 시민권이라고 부르고 싶다. 왜냐면 광화문 네거리를 늘 상 점거하고 밤새 '이명박 물러나라'를 외쳐도 어쩌지 못하는, 이명박 정부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는 촛불의 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광화문을 막으면 안국동으로, 서대문으로 돌아가면 되고', '차벽을 쌓으면 불법주차 차 빼 하면 되고' '그래도 안 빼면 시민토성으로 맞서면 되고' 식으로 그렇게 촛불이, 민주주의가 차벽을 언제든 넘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되 거기서 멈추는 '비폭력'이 촛불의 시민권인 듯하다.

촛불의 끝이 어디일지 모르다. 촛불의 비폭력이 어디까지일지도 모른다. 다만 촛불의 시민권은 서울중심, 고학력, 화이트칼라, 학생, 네티즌 중심으로 형상화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촛불의 의제가 확장되는 것만큼 촛불의 물결은 아래로 흘러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경찰 버스 방화 시도'와 '경찰 인계'엔 촛불의 '비폭력'과 '폭력'이 작용했다. '비폭력 집회에서 버스에 불을 붙이는 건 안 되고 그런 행위를 하는 자는 프락치이거나 촛불 참가자가 아니'기에 경찰에 인계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촛불의 자유로운 참가, 정치사상의 자유와 이를 표현 하는 양식의 다양성은 '비폭력'이란 이름으로 토론과 동의 과정 없이 억눌리게 된다. 또 촛불 참가자에 대한 요건과 부정 또한 생길 수 있다.

'불을 지르려는 것'을 비폭력이란 이름으로 막는 것과 경찰에 넘기는 것은 다른 문제다.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 좀 더 토론했어야 한다. 비록 횡설수설하며 자신의 행동을 납득할 만큼 설명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프락치가 아닌 다음에야 엄연한 촛불집회 참가자이다. 그가 든 촛불 또한 소중한 거다. 신원과 진술을 확보한 상태에서 꼭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촛불을 드는 손에도 브랜드가 있나. 논리정연하지 못하고 이름 없는 촛불의 '시민권' 인정이 아쉽다.

50일을 넘긴 촛불이 외치는 '비폭력'이 지향하는 게 뭔지 성찰이 필요하다. 폭력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논의가 필요하다. 시위대에 의해 경찰에 넘겨진 '농기계 수리공 출신으로 직장을 구한다'는 그에게 촛불이 상흔을 남긴 건 아닌지. 촛불의 시민권과 폭력에 대한 논의, 집단지성이 필요하다. 될 때까지 모이는 촛불이 되기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낮은 곳으로 흐르는 촛불이기 위해 성찰과 반성의 집단지성을 기대한다.(임두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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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락치 , 촛불집회 , 방화 , 광우병 ,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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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노동자

    저도 촛불집회에 자주는 가지 못하고 있는데 지난 토요일 촛불집회에서 경찰에게 짱돌 2개 던지고,프락치 의심을 받았습니다.무의식적으로 대중들의 정서를 통제하는 비폭력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경찰의 강고한 무장력 앞에서 비폭력은 상황에 따라 채택할 전술이지 무조건 비폭력을 외치는 것은 문제가 많고, 조금 공세적인 행동만 하면 프락치라고 하는 것도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경찰과 국정원은 곳곳의 CCTV와 유무선 전화도청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데, 시위에 참가한 대중을 정확한 근거없이 프락치라고 의심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독자

    잘 읽었습니다. 경찰 권력의 과잉에 대해 비판하고 저항하는 상황에서 '돌출'적인 행동을 한 사람을 경찰에 넘긴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 어이없는 처사

    프락치일 가능성이 있어서 경찰에 넘긴다? 아니 프락치면 경찰에 왜 넘기나? 프락치라면 넘겨도 다시 풀어줄텐데? 만약에 시위대오였다면.. 정말 이런 어처구니 없는일이 또 발생하다니

    강경대열사투쟁에서도 몇몇 사람들이 돌발적인 행동을 하는걸 참지 못하고 경찰에 넘긴적이 있었다 역사는 반복된다더니..

  • 동의

    당시 진중권이 그 사람과 둘이 차안에서 이야기하는 사진을 보니, 마치 그 사람은 폭력을 쓰는 문제있는 인간이고..그런 너랑 우리는 다르다는 것을 어떻게든 보여주고 싶어한다고 느꼈다는. 그렇게 획득된 비폭력으로 정당성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 00

    진중권 넘~~오버 하신거 아닌가요?
    인민 재판을 하지 말자며 결국은 인민재판이네...
    안타깝군요!!!이후 상항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만약 이후에 폭력이 발생한다면...그때는 어떤 말을 할지...

  • 글쎄

    기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이해가 갑니다만 하늘에 떠가는 구름잡는 얘기 같네요.
    촛불집회에 별별 사람이 다 참석하고 있습니다. 노빠, 황빠는 물론이거니와 지리산 도사에...하지만 참석하는 모든 이들을 강제할 수 있는 그 무엇도, 어느 조직도 없는 상황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소위 말하는 돌출행동이 계속 벌어집니다. 술취한 분이 옷을 벗고 전경버스에 올라 가는가 하면, 에프킬라를 구해 화염방사기로 쓰기도 하고, 공사장 자재를 이용하여 닭장차 유리를 작살내기도 하지요. 경찰은 촛불의 폭력를 계속하여 유도하고, 보수언론은 폭력이 발생하기만을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 그냥 서로가 알아서 투쟁하라고 놔두면 될까요? 참석한 모두의 자유이니 알아서 투쟁하라고 놔둬야 하는건가요? 조금 과도할 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화염병을 들고 나오고 집에 있는 식칼이라도 들고 나올 때 우리는 그를 어떻게 말려야 할까요?
    '비폭력'이 또 다른 폭력이 되고 있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촛불은 진화하고 있습니다. 닭장차에 손대는 것조차 말리던 사람들이 밧줄을 당기고 있고, 세시간에 걸친 스티로폼 논쟁이 벌어지고 나서 이제는 자연스럽게 토성을 쌓고 닭장차 위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집회의 수위는 참석한 이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행위가 누군가의 돌출행동으로 인해 왜곡되어지지 않도록 '불문율'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날 방화가 실제로 이루어 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어느 조직에도 속하지 못한 시민을 어떻게 말릴 것이며, 그 결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물을 것입니까?
    댓글을 보니 강경대열사 투쟁 얘기가 나오던데 외대에서 정원식 총리가 계란을 맞은 것 만으로도 우리의 투쟁은 급속히 냉각되어 갔습니다. 거리에서 던지는 화염병에 비하면 새발의 피도 안되는 계란과 밀가루가 우리의 투쟁을 가로 막았던 것처럼, 누군가 홧김에 저지른 투쟁 하나가 수백만의 민의를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 글쎄님

    말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기사는 비폭력을 반대하는게 아니라 시위참가자를 돌출행동을 했다고 경찰에 넘긴 그러니까 사실상 내친행동에 대한 아쉬움을 얘기하는 듯, 맞는 말 아닌가요? 나는 왠지 누군가를 경찰에 팔아먹는 거 같았는데 그것도 상대적 약자를

    촛불에도 브랜드가 있냐는 말에 공감합니다. 퍼갑니다

  • 동의

    임두혁 동지의 글 잘 읽었습니다.
    어설픈 비폭력 보다는 우리의 정당한 항의를 가로막는 폭력경찰에 대한 정도의 차이가 있는 문제제기 였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문제를 적들에게 넘긴 행위는 다시금 씁쓸함을 남깁니다.

  • 청와대로

    그 사람이 첩자인지 알수 없는 상황이고 설령 첩자라고 하더라도 경찰에 넘기면 그냥 풀어줄것이다. 경찰을 믿으면 안되는데 경찰에 넘긴 것은 실수 한것 같다. 다음에 그런 일이 생기면 현장에서첩자 여부를 조사하고 첩자인 것이 확실한 경우에는 시민재판을 한후에 경찰에 넘기고, 확실하지 않으면 충고를 해주고 경찰에 안넘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대책위

    는 만일 만을 그가 대학생이었어도, 서울대생이었어도 경찰에 넘겼을까? 왜 불지는게 필요한지 정확히 주장할수 있는 사람이였으면 넘겼을까? 진중권도 그렇게 하자고 했을까? 촛불든 대중이 아닌 대책위와 유명 지직인을 보고 통곡할 일이다.

  • 눈물

    오늘 건설노조 조합원 한 분 목매어 자살하셨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극한의 힘든 삶, 생존의 문제가 살얼음판 같은 하루하루 ... 분노한 민중에게 어떠한 돌발 행동이 더 일어날지 모른다 봅니다. 누가 한치 앞의 한국 상황을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 일요일 이후 경찰인계! 이 말이 가슴에 걸려 왔습니다. 모든 발ㅅ발 사태 건사하고 책임질 모양입니다.

  • 저도

    이 사건을 보면서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은 했지만 뭐가 이렇게 저를 찜찜하게 만드는지 잘 몰랐는데 이 글에서 정확히 짚어주셨네요. "아래로! 아래로!" 반성하고 맘에 새겨봅니다.

  • 시민K

    6월13일로 기억되는데 시청광장에서 민주당이 서명 받는 곳 앞에서 1인 시위처럼 침묵 시위를 하는 두분이 있었지요. 정확히 기억은 안나나,아마도 "광우병 소고기 수입의 시작은 FTA 4대 선결조건" 뭐 이런, 그러니까 민주당과 노무현등 보수정치권도 결국 같다고 주장하던 분들였지요.
    근데 웃지 못할 건 그 두분 수백명의 시민에게 둘러싸여 프락치다,한나라당 알바다, 분열 세력이다 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끝내는 접고 돌아서더라구요. 정말 씁쓸 하고도 두분께 힘내라는 말 밖에 못해서 미안했습니다. 이번 일을 보고나니 왠지 그날 일과 크게 다를바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