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힘으로 정말 전쟁을 끝낼 수 없나요?"

[9.11 이후 세계는] (마지막) '전쟁'과도 같은 삶에서 '전쟁'을 이야기하다

요즘 눈에 띄는 광고가 하나있다. "당신의 힘으로는 세상의 전쟁을 끝낼 수도 없고", "지구의 온난화를 끝낼 수도 없고", "인류의 가난을 끝낼 수도 없지만", "**의 배고픈 점심시간은 끝낼 수 있습니다"라는 기업 이미지 광고다. 그리고 광고가 끝날때 쯤 '끝내다'라는 'End'가 '보내다'라는'send'로 바뀌며, '당신의 힘을 보여주세요'로 끝을 맺는다.

더구나 경제위기로 자기 한몸 살기에 바쁜 사람들, 삶이 전쟁과도 같아서 제 한몸 살기 바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성공한 이 광고.

그러나 우리의 힘으로 세상의 전쟁도 끝낼 수 있고, 지구의 온난화를 끝낼 수도 있고, 인류의 가난을 끝낼 수도 있다고 굳게 믿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민족.국가.종교.권력을 넘는사람들과 함께'라는 모토를 가진 '경계를넘어' 사람들이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경계를 넘어'와 함께 6회에 걸쳐 '9.11 이후 세계는'이라는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9.11이후 벌어진 '대테러전쟁'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과연 세계는 안전해졌는지, 그렇다면 ‘누구에게’ 더 안전해졌는가를 질문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질문의 맨 바닥에는 바로 '이 전쟁을 우리의 손으로 끝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깔려있었을 거다.

6회 분량이 글이 나간 다음 경계를넘어의 수진, 까밀로, 강아지똥, 미니 네 명의 활동가와 함께 글을 내보내고도 미처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남들이 국제 금융위기에 눈이 쏠려있을 때고 굳이 '질기게'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마음들을 들었다.


"우리나라 문제가 더 심각하지 않아요?"

까밀로: 보통 시리즈 기획이라면 사람들이 관심을 모으고 논쟁이 활발한 사안을 가지고 기획을 하는데, 걱정이 됐다. 사람들이 뜬금없어 하지 않을까, 그 생각이 먼저 들었다.

  강아지똥. "오히려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 이런 전쟁이 누구에 의해 통제되고 움직이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오히려 더 차단되어 있다."
강아지똥: 길에서 캠페인을 하고 있었다. '선전물을 나눠주고 서명해주세요'했다. 한 시민이 내 얘기를 열심히 듣고서는 서명하는 가판대 앞까지 왔다. 그런데 "근데 우리나라 문제가 더 심각하지 않아요?"라며 정색하고 꾸짖듯이 이야기하고 가더라. 결국은 서명 못받았지뭐.

까밀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되어 있으니까, 인질이 잡혀있으니까라는 이야기는 단편적인거다. 땀흘려 일한 노동자들보다도, 컴퓨터로 클릭 몇 번으로 펀드나 수직을 한 사람들이 훨씬 더 돈을 많이 버는 세상 속에서 누군가는 전쟁 때문에 죽어가고, 또 한 쪽에서는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비정규직은 일자리를 잃는다. 다만 드러나는 현상이 다를 뿐이지 한쪽에서는 전쟁,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전쟁과도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이런 걸 구체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다.

미니: 몇 년도에 무슨 일이 있었고, 지역별로 정보의 편차가 큰 것같다. 내가 활동하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는 그래도 정보가 많은 편이다. 그런데 소말리아쯤 가면 며칠에 어떤 사건이 있는지를 찾을 수 있으면 다행인거다. 현장에서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떤 정보를 사용할 것인지 판단도 떨어진다.

강아지똥: 아프간, 이라크는 차단되어 있다. 누구도 다시 들어가기 어렵고, 들어갈 수도 없다. 몇 명이 죽었고, 폭탄테러가 있었고, 누가 구호활동을 어떻게 했고, 이런 소식과 사진은 많다. 오히려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 이런 전쟁이 누구에 의해 통제되고 움직이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오히려 더 차단되어 있다. 우리 기획이 이런 걸 극복하는 작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파병반대운동 뒤집어 보기

언젠가부터 반전집회는 계속 사그러들고 있다. 올해 9월에는 국제공동반전행동도 진행되지 못했다. 한국에서 반전운동과 파병반대운동이 한풀꺾인 계기는 김선일씨 사망사건 이후라는 데 다들 공감을 했지만, 꼭 그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강아지똥: 반전운동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정치적 지형이 변화되면 반전운동은 쉽게 밀려나고, 소외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수진. "올해 9월 다른 나라들에서는 국제반전공동행동이 다 열렸다. 그런데 한국에서만 진행되질 못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이 움직이질 못했다."
수진: 반전운동이 처음 일어났을 때 파병반대 국민행동 회의 나가면 그 때 정말 사람들이 많이 올 때였다.

강아지똥: 맞아맞아. 그 때 막 이병헌도 나와서 막 꺅하고 소리지르고 그랬잖아.

수진: 처음에는 그런 분위기였던 것 같다. 이라크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가까워지는 것처럼 느껴지고, 그런 분위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조직적 운동을 잘 못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반전운동은 3월과 9월 집회를 습관적으로 하고, 참석하게 되는 것 같다.

2005년도 사회운동을 시작했는데, 반전운동의 실체가 있지만 너무 소수였고, 파병 이슈에만 집중되어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

미니: 이라크 파병에 한국 사회운동은 열심히 싸웠다. 운동의 과정들을 보면 이라크 침공에 대한 반대 중 하나가 한국군이었다는 사실이다. 한국군의 파병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군 파병을 부각시킨 것의 단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미국이 침공했다는 사실보다도 한국군이 갔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하게 취급된 시기도 있었던 것 같다.

이해 당사자가 없는 운동?

수진: 올해 9월 다른 나라들에서는 국제반전공동행동이 다 열렸다. 그런데 한국에서만 진행되질 못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이 움직이질 못했다. 파병반대행동에서 중심축 열할을 했던 인물이 광우병대책위 활동으로 구속되었다.

강아지똥: 몇 몇 사람이 없으면 움직이지 못할 조직이라는 점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미니: 운동이 사그라든 건 당연하다. 역사는 짧고 반전운동 단체도 많지 않고, 핵심적으로 이해당사가자 없다. 바그다드에 폭탄이 떨어져도, 아는 사람 중에 죽은 사람이 없으니 울어줄 사람도 없다. 결국 이해 당사자가 없는 상황에서 사회운동이나 정당들이 이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전략적 입장을 가지고 인식을 통해서 운동의 과제로 삼고가야 한다.

'경계를넘어'는 이런 이야기들이 자칫 남에 대한 일방적 평가만을로 들릴까 적잖이 우려했다. 이런 평가들은 먼저 자신들에게로 향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미니: 한국이 IMF의 교훈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한국의 반제국주의 운동은 희미해지고, 한국의 사회운동이, 민중운동이 책임있게 살려면 국제 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미국은 금융적으로,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경계를넘어 같은 경우 군사적 측면에 집중하는 것이고, 이런 부분을 함께 모아 제국주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니."궁금한 건 국제주의적 전망을 갖고 있느냐하는 문제다. 한국만 가지고 변혁을 하겠다는 건데, 변혁이 가능하냐고 물어보고 싶은거지."
궁금한 것은 한국의 사회운동, 사회주의 운동이 국제주의적 전망을 갖고 있느냐하는 문제다. 한국만 가지고 변혁을 하겠다는 건데, 변혁이 가능하냐고 물어보고 싶은거지.

미국이 이라크나 아프간에서 패배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망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 패권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던 상황을 보면 전쟁을 통해 넘어가는 데 몇 십년이 걸린다. 다만 이라크던, 아프간이던 하나의 계기, 하나의 사건들이 쌓이고 쌓여서 쇠퇴하는 거다. 전쟁, 달러, 문화 여러 가지를 통해 지배하고 있는 데 우리(경계를넘어)가 하는 역할은 그 중 하나인 전쟁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고, 하나씩하나씩 부수면서 제국의 몰락으로 가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것 아니겠냐.

대테러전쟁의 현재에 대해

까밀로: 지금의 세계 질서는 마치 조직폭력배의 질서처럼 보인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불만을 용인하기 시작하면 '보스'의 권위가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대화와 설득이 아니라 완력을 사용하게 되는거다. 불만이 나올 수록 더 쎈 완력으로 누르는 것이 깡패의 속성인 것 같다.

금융위기 때문에 경황이 없어 오바마가 되건 매케인이 되건 이란의 전쟁이 없을 거라고, 아프간 전쟁을 파키스탄으로 확산시킬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난 순진한 생각이라고 본다. 더욱 조급한 마음에 더 완력을 휘두르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테러와의 전쟁이 금융위기 때문에 줄어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강아지똥: 다 알겠지만 정말 테러를 막으려고 전쟁이 일어났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전쟁은 냉전시대에서는 대리전이라는 형태로 각 대륙에서 일어났다. 미국은 직접 공격을 받은 후에 테러라는 존재를 세계적으로 가시화하면서 공동의 적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전쟁이 대테러라는 이름으로 한 동안은 계속 될거다. 그러나 전쟁은 자본주의 체제의 속성이기 때문에 테러와의 전쟁 이후에도 또 다른 이름으로 계속될 거다. 지속적인 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직접 진행되고 있는 전쟁뿐만 아니라 또 어떤 나라에서는 저항세력이나 정치적 숙적, 반대세력에 탄압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수진: 반전운동이라는 것이 이라크나 아프간만 봐도 선뜻 행동을 옮기기가 쉽지 않다. 멀리 벌어지는 나와 상관없는 문제라는 거다. 이것부터 풀어나가야 할 것 같다. 국경이라는 장벽을 넘는 어려운 문제에 대한 쉬운 설명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니: 전쟁을 막기 위해 특별한 방법은 없는 것 같다. 2003,4년 할 건 다해봤다. 한 두가지라도 꾸준히 사람들 곁에서 하는 게 중요하다. 강사단이 있으면 좋겠다. 노조나, 학교 단체들을 찾아다니면서 교육도 하고 토론도 하는 거다. 사람들은 우리가 뭘 할 수 있는가를 질문한다. ‘너희들이 말하는 건 알겠지만, 뭘 해야 하는데?’라고 묻는 다. 사람들이 해 볼 수 있는 것,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을 계발하다. 1인 시위도 하고, 항의엽서도 보내고, 문화제도 하고, 노래도 만들고...그게 실제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자기반성에서 부터 평가까지, 전쟁에 대한 생각들이 한바탕 지나간 후'방담'의 마무리는 바로 그 TV광고 이야기로 끝이 났다.

까밀로: 그 광고, 그게 꼭 요즘 사람들의 생각인 것 같다. 보면서 화가 났다. 그걸 어떻게 패러디라도 해야 할텐데...

강아지똥: "당신의 힘으로 세상의 전쟁을 끝낼 수 있고" "지구의 온난화를 끝낼 수도 있고" "인류의 가난을 끝낼 수도 있습니다"하고 END(끝내다)에서 'E'만 'A'로 바꿔서 AND(그리고) “**의 배고픈 점심시간도 끝낼 수 있습니다”라고 하면 되잖아.
덧붙이는 말

[9.11이후 세계는]은 경계를넘어(ifis.or.kr)와 공동기획으로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