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4일 대정부 질문 도중, 한미FTA에 담긴 독소조항들이 참여정부의 잘못된 유산이라고 강하게 비판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그녀는 독소조항 개정 없는 한미FTA 비준동의안 상정 시도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대하기도 했다.
반면 한승수 총리는 "전 정부가 잘못한 것이 많이 있지만 이것은(한미FTA) 잘했다"라며 오히려 참여정부를 두둔했다. 이에 추 의원은 "지난 정부의 독소조항이 있는 것을 협상 잘했다고 하니까 정말 잘하신 줄 알고 그대로 비준하자는 거 아닌가? 그걸 하면 안된다는 지적을 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추미애 의원은 한승수 총리에게 투자자-국가제소제도와 역진방지제도가 한미FTA의 강력한 독소조항이라며 반드시 고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승수 총리는 추 의원이 독소조항이라 제기한 부분에 대해 미국에도 똑같이 적용 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추미애 의원은 "미국발 금융위기는 무분별한 파생금융상품의 확산에서 비롯됐다"라면서 "한미FTA는 미국의 파생금융상품을 한국에서도 팔 수 있게 해 고삐풀린 금융자본주의에 오히려 문을 활짝 열게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한미FTA를 그대로 비준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는 것이다.
추 의원은 또 투자자-국가제소제도로 인해 "공익을 위한 국가의 정책추진이 무력화되거나 마비된다"라며 "미국 대기업이 제기하는 거액의 소송을 무시하고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승수 총리는 추미애 의원이 제기한 독소조항들은 별문제가 아니라는 입장만 되풀이 했다. 추미애 의원이 "우리나라도 투자자로부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제소당하는 사태가 빈번하게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는 두 나라 업계의 자율규제로 수입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한미FTA가 체결되면 미국업자로부터 한국정부는 바로 제소당할 수 있다"고 지적하자 한 총리는 "한미FTA는 쌍방에 유효하기 때문에 우리도 미국을 제소할 것"이라고 받아쳤다.
또한 추 의원이 한미FTA가 체결되면 우리의 생활환경과 먹거리의 안전을 지켜 낼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한 총리는 "한미FTA에 대해서 미국의 민주당에서 통과될 시 환경과 식품 안전, 시민건강을 지키기 어렵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협상이 나쁘지 않았다는 얘기다"라고 말해 한 총리의 안일한 인식을 드러냈다.
이런 한 총리의 인식에 대해 추미애 의원은 "한미FTA가 얼마나 졸속인지 전혀 인식 못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런 강한 비난에도 한 총리는 일단 비준동의안을 통과 시키고 보완대책이 필요하면 국회에서 또 통과 시키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 총리는 "FTA는 지금 시점에서 한미 간 문제라기보다 어려운 국가경제위기 극복에 굉장히 필요한 협정이라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한총리는 또 "(미국)민주당이 반대하는 이유가 한미FTA가 환경과 식품안전을 보장할 수없고 미국 투자자보다 한국 투자자에게 더 권리를 부여하고 긴요한 공공서비스의 사유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반대한다면 이건 바로 우리가 잘했다는 것"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이에 대해 추미애 의원은 "총리께서 우리 식품안전 건강위생은 잘 지켜지고 미국 시장의 허술한 부분이 있으면 뚫으면 된다는 식으로 인식하는데, 오히려 미국과 같이 안전 방화벽이 다 장치된 나라도 그것(FTA)을 걱정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 추미애 의원은 신자유주의의 폐해와 한미FTA 협상의 졸속성을 강하게 제기했지만 협상 자체의 폐기는 주장하지 않아 민주당의 한계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