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내희,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연대해야"

문화과학 56호(08년 겨울호), '생태주의' 특집

미국과 유럽의 선진자본주의 국가가 겪는 경제위기,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신자유주의 정책의 강화. 이런 정세 배경을 염두에 두고 현 시기 문화운동의 진단과 과제를 제시한 글이 ‘문화과학’ 56호(2008년 겨울호)에 실렸다.

강내희 중앙대 연구자는 ‘현 단계 문화운동의 방향과 과제’에서 한국의 문화운동이 사회운동의 쇠락과 함께 해온 과정을 짚고, 신자유주의 자본 공세와의 연관성, 문화지형의 변화, 문화적 공공성 수호와 대안문화, 문화주체의 형성 과제 등을 자세히 밝혔다.

강내희 연구자는 이번 글에서 특히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연대의 필요를 강조하고, 다양한 코뮌 형성과 교육운동에의 개입 등 이명박 정부 등장 후 문화운동의 방향과 과제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강내희 중앙대 교수. 사진/ 참세상 자료사진

서두에서 신자유주의 자본 공세와 문화운동의 연관성을 강조한 강내희 연구자는 “사회에 대한 자본의 지배와 독점이 강화되면 사적 이해가 우선됨에 따라 사회의 공공성은 붕괴되거나 해체될 수밖에 없으며,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배제될 수밖에 없다”며 “(문화운동에서) 신자유주의가 문제인 것은 ‘사회’를 구성하는 주요 기반들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라고 접근했다.

오늘날 한국의 문화지형을 지배하는 가장 큰 힘을 ‘소비자본주의’에서 찾은 강내희 연구자는 “신자유주의 국면에서 사회적 부의 상향 이동이 일어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대중이 빚을 지면서까지 소비를 하기 때문”으로, “지금의 소비자본주의는 대중에게 소비를 강제하는 방식으로 일어난다”며 폐단을 지적했다.

강내희 연구자는 “대중문화도 거의 예외 없이 소비자본주의에 포획된 문화산업의 굴레 속에 빠져 비시장적 활동의 가능성은 갈수록 줄어들고” 아울러 “과거 대안적 삶의 양식을 추구했던 대학문화도 소비문화와 전혀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전락한 지 오래”라며, 이런 상황에서 어떤 방향으로 문화운동을 전개해야 할 지를 물었다.

문화운동이 진보적일 뿐 아니라 변혁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 강내희 연구자는 “보수적 자유주의 세력이 정권을 잡은 지금은 자유주의적 문화운동도 진보적일 수 있을 것”이나 “자유주의가 보수주의의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하면서도 사회주의와는 곧잘 적대적인 관계를 맺었고, 사회주의를 억압하기 위해서는 언제라도 보수주의와 힘을 합치곤 했다”며 자유주의의 과거 경향성을 경계했다. 아울러 “문화운동이 진정으로 변혁적이 되려면 자유주의가 보수주의와 연대하는 흐름을 차단하고 사회주의와 연대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며 문화운동에 있어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연대의 필요를 언급했다.

문화적 공공성 강화 의제에 대해 강내희 연구자는 “사회적 공유(commons)를 지키는 운동의 일환”으로 언급하고, “도서관이나 박물관, 미술관, 문화센터 등 우리가 통상적으로 문화적 활동의 공간으로 간주하는 제도, 시설”과 함께 “공공의료, 물이나 가스, 전기 등 에너지, 각종 공기업 등도 사적 자본의 횡포 앞에 비인간적 삶을 살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자원”도 대상으로 간주했다.

다만 “공공성을 수호하는 문화운동은 다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신자유주의의 침탈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수세적 성격을 띤다”며 “자본주의 극복, 즉 변혁 운동으로서의 문화운동은 ‘대안문화’를 구성하는 것”이라며 인식을 확장했다.

대안문화에 대해 강내희 연구자는 “자본주의적 삶을 극복한 형태여야 할 것이며, 그런 점에서 사회주의적 또는 코뮌주의적 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의했다.

강내희 연구자는 “오늘 이미 문화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활동가, 지식인, 예술인, 문화전문가 등이 해야 할 일은 이들 진정한 대중과 만나는 통로를 마련하고, 대중으로부터 대안문화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는 일”이며 “이런 작업을 하려면 기왕의 문화운동 활동가 자신, 즉 우리가 먼저 ‘좌파’가 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문화과학 56호(2008년 겨울호), '생태주의'를 특집으로 다뤘다.
좌파로서의 문화운동이 우선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일상적 삶의 의미를 소비에서 찾게 만드는 소비자본주의적 삶의 방식, 사회적 공유를 사적 소유 대상으로 만들어내는 부동산 투기, 지식과 능력의 사회화보다는 소비적, 사적 소유만 부추기는 교육 현실에 대한 개입 전략을 세우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강내희 연구자는 이를 위해 “첫째 소비자본주의와 부동산 시장에 대한 비자본주의적, 사회주의적, 코뮌주의적 운동을 통해 새로운 사회적 공유의 기반을 만들어내는 운동, 다양한 코뮌 형성 운동을 발전시킬 필요”와 “둘째, 교육운동을 현 단계 진보운동의 전략적 운동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필요” 등 크게 두 가지 영역에의 개입을 강조했다.

한편 문화과학 56호(2008년 겨울호)는 특집 주제로 ‘생태주의와 맑스주의’, ‘생태주의와 사회운동’을 다뤘다. 좌담 ‘한국의 녹색운동과 생태주의 사상의 성과와 전망’에는 강수돌, 박승옥, 주요섭, 황대권 등이 자리를 같이 했다.

이동연 편집위원은 “‘문화과학’이 한동안 강조했던 생태문화코뮌의 이론적 구체성을 위해서도 생태주의에 대한 이론적 실천적 검토는 시기적절했다고 본다”며 “두툼한 책을 엮으면서 겨울로 진입하는 날씨의 싸늘함에 견딜 수 있는 ‘지적 훈훈함’을 느낀다”며 편집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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