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는 괴로운' 노동자들
수없이 뮤지컬 만들고도 공연 한번 볼 수 없는...
이꽃맘 기자 2008.12.16 17:40
[인터뷰] 임진혁 공공노조 충무아트홀분회 분회장
그 곳에서는 ‘미녀는 괴로워’가 한창 공연 중이다.
12월 16일 현재, 뮤지컬 예매 순위 2위. 크리스마스에 친구와 함께 볼만한 공연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뮤지컬. 유명한 대중가수의 출연과 화려한 무대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공연. 이것이 ‘미녀를 괴로워’를 수식하고 있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가 더 붙여야 할 것 같다. 바로 ‘노동자는 괴로워’. 미녀는 괴로워를 만날 수 있는 충무아트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사측 때문에 ‘괴로워’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수 십 차례의 공연을 만들어도 제대로 공연을 본적이 없다는 그. 무대를 만드느라 밤 늦게 까지 일을 해도 시간외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그. 공공노조 충무아트홀분회의 임진혁 분회장을 만났다.
15일 저녁, 임진혁 분회장과 조합원들은 충무아트홀의 ‘삐까뻔쩍’한 무대가 아닌 충무아트홀 앞 거리에 있었다. 공공노조와 함께 사측에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는 촛불문화제를 연 것.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다 노동자예요. 노동자임을 인정해야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인정받죠. 예술은 작품으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그 예술품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노동의 가치들이 제대로 평가가 되어야 하는 거죠. 이게 안 되면 작품의 수준도 당연히 떨어지겠죠.”
임진혁 분회장은 예술가들은 노동자라고 말했다. 그래서 노동자임을 인정받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충무아트홀 사측과 교섭을 시작했다. 그리고 9개월여의 교섭 끝에 단체협약을 만들었다. 이것이 지난 9월 29일의 일이다. 그러나 사측은 80일이 넘게 지난 지금도 단체협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노조의 단체협약 이행 요구에 사측은 “단협 이행 계획이 없다”는 공문을 보냈고, 오히려 ‘포괄임금제’라는 새로운 임금체계가 담긴 계약서에 싸인을 요구하고 있다.
“임금, 근로조건 등은 단체협약에서 이미 다 체결되어 있는 것인데 사측은 이를 이행하기는커녕 채용계약서를 연봉계약서로 이름만 바꿔서 직원들에게 서명을 요구하고 있어요. 여기에는 임금은 물론이고, 근로시간과 유급휴일 등 노동조건에 대한 사항도 담겨 있어요. 사측이 이걸 왜 요구하겠어요. 단체협약을 무력화하겠다는 거죠. 이건 노조를 무력화하겠다는 것과 같은 얘기구요.”
임진혁 분회장에 따르면 사측은 조합원들에게는 임금인상분도, 시간외 수당도 주지 않고 있다. 노사가 함께 정한 출근시간도 부서장 회의를 통해 바뀌었다.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화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정규직화 대상이 된 4명의 비정규직 중 2명은 정규직이 되지 못했다. 임진혁 분회장은 “조합원이 아니었으면 정규직 전환 해줬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이 있는 게 싫은 거죠. 파견 공무원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도 승진하고 싶을 거 아니에요. 승진할 때 가장 도움이 되는 게 뭐겠어요. 노동조합 탄압해서 없애면 그게 승진에 도움이 되는 거죠.”
37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한 충무아트홀분회에 남은 조합원은 이제 19명이다. 임진혁 분회장은 “조합원에 대한 괴롭힘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라고 전했다. 이런 괴롭힘에 한 조합원은 우울증에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기도 하다.
“업무상 계약건이 있다 하면 저 사람은 패스가 되는데 조합원은 패스가 안되요. 또 출퇴근 명부 만들어 놓고 너 몇 시에 출근 했냐, 무슨 일 했냐하는데 완전히 눈치를 보며 일해야 하는 상황이죠. 여기는 공연장이잖아요.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창의성을 발휘해서 대관도 하고 외부 작품도 가져와서 공연도 하고 해야 하는 것인데 말이죠. 이 상황에서 어떻게 창의력이 생기겠어요. 그냥 월급 받고 일하는 형식적인 노동자가 되는 거죠. 공연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충무아트홀분회 조합원들은 다른 건 포기해도 공연은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촛불문화제가 열리던 날에도 조합원들은 공연을 위해 공연장을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노동조합 기만 말고 노조활동 보장하라!’ ‘행복일터 희망이다 단체협상 이행하라!’ ‘문화공공성 강화하여 시민복지 증대하라!’는 구호가 적힌 조끼를 입고 말이다.
“처음에 노조를 만들 때 우리와 비슷한 환경에 있는 많은 예술계 노동자들이 관심을 보였어요. 지금도 다들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구요. 우리가 여기서 깨지면 그 사람들이 이후에 노조를 만들기는 더욱 어려워지는 거죠. 우리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예요.”
충무아트홀은 서울 중구청이 출연한 중구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노사문제 해결의 열쇄도 중구청이 가지고 있다. 중구청장은 중구문화재단의 이사장이기도 하다.
“중구청장을 면담하려고 몇 번 찾아갔었는데 쫓겨났어요. 여기 사장도 중구청장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이사회에서 사장에게 노조와 재협상을 하지 못하면 그만두라고까지 했다네요. 사장도 힘이 없는 거죠. 중구청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에요.”
노조를 인정받기 위해 많이 양보했지만, 애초 충무아트홀분회 조합원들은 더 많은 시민들에게 값싸고 질 좋고 다양한 공연이 돌아가게끔 하는 것을 큰 목표로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공연발전협의회 같은 것을 사측과 노동조합이 함께 꾸리기를 원했다.
임진혁 분회장은 “문화는 누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진혁 분회장은 이를 ‘문화공공성’이라고 했다.
“우리가 한국말을 하는 것처럼, 누구나 춤과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문화는 누구한테 소유된 것이 아니에요. 돈 되는 공연만, 그것도 돈 있는 사람들만 볼 수 있는 공연만을 하는 것은 옳지 않죠. 문화는 편식하면 안되요. 근데 지금 충무아트홀 공연 중 80%가 뮤지컬이에요. 돈 되는 것만 하는 거죠. 충무아트홀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곳이에요 구청 것도 재단 것도 아니란 말이죠. 중요한 건 시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예술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가죠.”
임진혁 분회장을 만난 날, 충무아트홀에서는 ‘중구 구민을 위한 열린 음악회’가 열렸다. 충무아트홀분회 조합원들은 공연을 보기 위해 온 지역 주민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며 유인물을 나눠줬다.
“최소 4시간 전엔 출근해서 공연준비를 해야 공연을 제대로 올릴 수 있는데도 시간외 수당을 줄 수 없으니 공연 1시간 전에 출근하라는 사측입니다. 저희는 이 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어, 철야로 열린 음악회를 준비하고 오늘 다시 출근을 했습니다. 공연! 그것이 우리 본연의 업무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자들이 웃는 얼굴로 여러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이제는 문화를 사랑하는 구민 여러분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즐거운 공연 되십시오.”
그 곳에서는 ‘미녀는 괴로워’가 한창 공연 중이다.
12월 16일 현재, 뮤지컬 예매 순위 2위. 크리스마스에 친구와 함께 볼만한 공연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뮤지컬. 유명한 대중가수의 출연과 화려한 무대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공연. 이것이 ‘미녀를 괴로워’를 수식하고 있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가 더 붙여야 할 것 같다. 바로 ‘노동자는 괴로워’. 미녀는 괴로워를 만날 수 있는 충무아트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사측 때문에 ‘괴로워’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수 십 차례의 공연을 만들어도 제대로 공연을 본적이 없다는 그. 무대를 만드느라 밤 늦게 까지 일을 해도 시간외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그. 공공노조 충무아트홀분회의 임진혁 분회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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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충무아트홀 앞에서는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
15일 저녁, 임진혁 분회장과 조합원들은 충무아트홀의 ‘삐까뻔쩍’한 무대가 아닌 충무아트홀 앞 거리에 있었다. 공공노조와 함께 사측에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는 촛불문화제를 연 것.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다 노동자예요. 노동자임을 인정해야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인정받죠. 예술은 작품으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그 예술품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노동의 가치들이 제대로 평가가 되어야 하는 거죠. 이게 안 되면 작품의 수준도 당연히 떨어지겠죠.”
임진혁 분회장은 예술가들은 노동자라고 말했다. 그래서 노동자임을 인정받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충무아트홀 사측과 교섭을 시작했다. 그리고 9개월여의 교섭 끝에 단체협약을 만들었다. 이것이 지난 9월 29일의 일이다. 그러나 사측은 80일이 넘게 지난 지금도 단체협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노조의 단체협약 이행 요구에 사측은 “단협 이행 계획이 없다”는 공문을 보냈고, 오히려 ‘포괄임금제’라는 새로운 임금체계가 담긴 계약서에 싸인을 요구하고 있다.
“임금, 근로조건 등은 단체협약에서 이미 다 체결되어 있는 것인데 사측은 이를 이행하기는커녕 채용계약서를 연봉계약서로 이름만 바꿔서 직원들에게 서명을 요구하고 있어요. 여기에는 임금은 물론이고, 근로시간과 유급휴일 등 노동조건에 대한 사항도 담겨 있어요. 사측이 이걸 왜 요구하겠어요. 단체협약을 무력화하겠다는 거죠. 이건 노조를 무력화하겠다는 것과 같은 얘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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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혁 충무아트홀분회 분회장 |
임진혁 분회장에 따르면 사측은 조합원들에게는 임금인상분도, 시간외 수당도 주지 않고 있다. 노사가 함께 정한 출근시간도 부서장 회의를 통해 바뀌었다.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화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정규직화 대상이 된 4명의 비정규직 중 2명은 정규직이 되지 못했다. 임진혁 분회장은 “조합원이 아니었으면 정규직 전환 해줬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이 있는 게 싫은 거죠. 파견 공무원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도 승진하고 싶을 거 아니에요. 승진할 때 가장 도움이 되는 게 뭐겠어요. 노동조합 탄압해서 없애면 그게 승진에 도움이 되는 거죠.”
37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한 충무아트홀분회에 남은 조합원은 이제 19명이다. 임진혁 분회장은 “조합원에 대한 괴롭힘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라고 전했다. 이런 괴롭힘에 한 조합원은 우울증에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기도 하다.
“업무상 계약건이 있다 하면 저 사람은 패스가 되는데 조합원은 패스가 안되요. 또 출퇴근 명부 만들어 놓고 너 몇 시에 출근 했냐, 무슨 일 했냐하는데 완전히 눈치를 보며 일해야 하는 상황이죠. 여기는 공연장이잖아요.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창의성을 발휘해서 대관도 하고 외부 작품도 가져와서 공연도 하고 해야 하는 것인데 말이죠. 이 상황에서 어떻게 창의력이 생기겠어요. 그냥 월급 받고 일하는 형식적인 노동자가 되는 거죠. 공연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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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아트홀분회 조합원들은 다른 건 포기해도 공연은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촛불문화제가 열리던 날에도 조합원들은 공연을 위해 공연장을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노동조합 기만 말고 노조활동 보장하라!’ ‘행복일터 희망이다 단체협상 이행하라!’ ‘문화공공성 강화하여 시민복지 증대하라!’는 구호가 적힌 조끼를 입고 말이다.
“처음에 노조를 만들 때 우리와 비슷한 환경에 있는 많은 예술계 노동자들이 관심을 보였어요. 지금도 다들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구요. 우리가 여기서 깨지면 그 사람들이 이후에 노조를 만들기는 더욱 어려워지는 거죠. 우리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예요.”
충무아트홀은 서울 중구청이 출연한 중구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노사문제 해결의 열쇄도 중구청이 가지고 있다. 중구청장은 중구문화재단의 이사장이기도 하다.
“중구청장을 면담하려고 몇 번 찾아갔었는데 쫓겨났어요. 여기 사장도 중구청장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이사회에서 사장에게 노조와 재협상을 하지 못하면 그만두라고까지 했다네요. 사장도 힘이 없는 거죠. 중구청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에요.”
노조를 인정받기 위해 많이 양보했지만, 애초 충무아트홀분회 조합원들은 더 많은 시민들에게 값싸고 질 좋고 다양한 공연이 돌아가게끔 하는 것을 큰 목표로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공연발전협의회 같은 것을 사측과 노동조합이 함께 꾸리기를 원했다.
임진혁 분회장은 “문화는 누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진혁 분회장은 이를 ‘문화공공성’이라고 했다.
“우리가 한국말을 하는 것처럼, 누구나 춤과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문화는 누구한테 소유된 것이 아니에요. 돈 되는 공연만, 그것도 돈 있는 사람들만 볼 수 있는 공연만을 하는 것은 옳지 않죠. 문화는 편식하면 안되요. 근데 지금 충무아트홀 공연 중 80%가 뮤지컬이에요. 돈 되는 것만 하는 거죠. 충무아트홀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곳이에요 구청 것도 재단 것도 아니란 말이죠. 중요한 건 시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예술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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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무아트홀분회 조합원들 |
임진혁 분회장을 만난 날, 충무아트홀에서는 ‘중구 구민을 위한 열린 음악회’가 열렸다. 충무아트홀분회 조합원들은 공연을 보기 위해 온 지역 주민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며 유인물을 나눠줬다.
“최소 4시간 전엔 출근해서 공연준비를 해야 공연을 제대로 올릴 수 있는데도 시간외 수당을 줄 수 없으니 공연 1시간 전에 출근하라는 사측입니다. 저희는 이 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어, 철야로 열린 음악회를 준비하고 오늘 다시 출근을 했습니다. 공연! 그것이 우리 본연의 업무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자들이 웃는 얼굴로 여러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이제는 문화를 사랑하는 구민 여러분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즐거운 공연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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