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자본주의신당(NPA) 창당대회를 다녀와서

프랑스 NPA: 새로운 투쟁정당의 역사적 실험

오랫동안 교류했던 프랑스 동지로부터 초청받아 프랑스에 다녀왔다. 4박 5일의 빡빡한 일정 속에서 프랑스어를 못하는 관계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역사적 사건의 현장에 있다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한마디로 노장 혁명가와 새로운 세대 활동가들의 만남, 그 신선한 실험이 공식적으로 첫 발을 내딛는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많은 어려움이 상쇄되었다.

1989-91년 사회주의 붕괴 직후부터 추진된 새로운 주체형성의 노력이 오랜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첫 결실을 맺는 감격스런 순간이었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새로운 해방과 변혁을 위한 주체형성과 새로운 정치지형/좌파지형은 아직 형성중이다. 또 NPA 프로젝트의 결과가 주체들의 노력만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LCR/NPA의 실험에 대한 과도한 기대나 자의적 동일화의 정치적 위험에 빠지지 않으면서 이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출처: NPA홈페이지]


LCR 총회 - 쟁점과 의의

총회의 진행방식이 우리와 많이 다르다. 이미 최소 6개월 전에 총회에 하나의 총괄문서로 안을 제출한다. 2개의 안이 제출될 수도 있고 3-4개의 안이 제출될 수도 있다. 당내 의견그룹들 간의 합종연횡이 가능하다. 이번에는 450여명의 대의원들 앞에 두 개의 안이 제출되었고, 다수파의 A안은 역전의 노장 알랭 크리빈이 기조발제를 했고(<레디앙>의 관련 기사는 총괄발제인줄 착각하지만), 소수파의 B안은 크리스티앙 피케(당내 분파/의견그룹인 연계Unir를 대표)가 설명했다.

워낙 오랫동안 토론했고, 내용에 대한 숙달도가 높아서인지 원고도 없이 술술 연설도 잘해 나간다. 물론 초보 활동가들은 노트를 들고 말하기도 하지만. 총회토론이 전조직적으로 준비된 탓에 대의원들이 자기 회원들의 의견을 대변해서 거의 의무적으로 발언하다보니 중언부언 길어진다는 느낌도 있음에도, 대의원들은 자신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2월 5일 오전 토론은 LCR의 해산과 NPA의 건설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다보니, 별다른 이견은 없다. 물론 소수파는 해산과정이 너무 조급하다든지, 더 충분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등 나름 일리는 있지만 뻔한 비판을 제기한다. 물론 NPA로의 확장이 혁명운동의 반자본주의운동으로의 하향평준화가 아니냐는 매서운 비판도 제기된다. 유럽의회 선거와 좌파연대를 둘러싼 문제제기와 비판도 제기되지만, LCR 총회에서 결정하기보다는 NPA 총회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오후 토론은 달랐다. LCR이 속한 제4인터내셔널 문제가 나오니까 토론이 쉽게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다수파는 깔끔하게 LCR을 정리하고 NPA에 LCR협회 또는 제4인터 지부를 만들지 말자는 입장이고, 소수파는 제4인터와의 관계를 위해서 최소한의 형식적 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 형식적 틀은 의견그룹이나 경향도 아닌 단순한 협회(association) 수준이니까 문제가 안 된다고 강력히 되풀이해서 주장한다.

나중에 다수파 견해에 깔린 얘기를 들어보니, 진상은 이렇다. 소수파가 NPA에서 의견그룹을 만들 권리는 당연히 있지만, LCR을 전체로 묶어서 협회든 지부든 만들게 되면 제4인터 문제가 NPA에서 중대한 사안이 되고 불필요한 논의로 새로 결합한 새세대 활동가들을 역으로 소외시킬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수십 년간의 누적된 노력의 성과물로 만든 NPA가 순식간에 과거의 고립적 종파조직으로 회귀할 위험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여하튼 오후의 열띤 토론을 거쳐, 저녁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졌다. 최종 표결은 비공개 회의로 진행한다. 나중에 결과를 확인하니, A안이 87.1%, B안이 11.5%, 기권 1.4%란다. 대충 LCR 내부의 구도를 알 수 있는 결과였다.

[출처: NPA홈페이지]


40년 혁명투쟁의 결산 - LCR에서 NPA로

[출처: NPA홈페이지]
알랭 크리빈, 다니엘 벤사이드 등 LCR의 노장들은 68혁명 당시 다니엘 벤콘디트, 알랭 제스마르 등과 더불어 20세초반의 젊은 사자들이었다. 그들이 이제 60을 훌쩍 넘긴 백발로 젊은 세대에 조직을 넘겨준다. 힘들고 어려운 세월이었지만, 남다른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물러나는 노장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물론 노혁명가들에게 정치활동의 은퇴란 없다. 나중에 알랭 크리빈과 인터뷰에서 물으니 “투쟁은 계속된다.” 그런다.

이번에 해소한 무시무시한 이름의 LCR[혁명적 공산주의자동맹]은 1974년에 공식 결성되는데, 원래 뿌리는 1966년 공산당 청년조직에서 축출당한 알랭 크리빈 등이 결성한 혁명적 공산주의 청년동맹(JCR)이다. 이들은 68투쟁의 한 주자로서 적극적으로 결합했다가 드골 정권으로부터 그 해 6월에 해산 당한다. 이들은 프랑스 트로츠키주의 정당인 국제주의 공산당(PCI)과 결합하여 이듬해인 1969년 공산주의동맹(LC)을 결성하고 제4인터내셔널의 지부로서 가입한다.

그러나 68의 후폭풍 속에서 68혁명을 1905년 러시아혁명에 비견하여 1917년의 재현을 위한 투쟁했지만 그들의 꿈은 미완으로 끝나고 고난의 시기가 시작된다. 이 70년대 초반의 좌파주의적 경향 속에서 LC는 파시스트 그룹인 신질서(NO)와 물리적 충돌을 불사하다가 다시 한 번 조직이 해체 당한다. 그리고 다음해인 1974년에 혁명적 공산주의동맹(LCR)으로 다시 태어나 오늘에 이르러 발전적 해산의 역사적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LCR은 이런 1970년대의 좌익주의를 극복하여 1980년대 후반이후 노동조합운동과 사회운동을 매개로 한 대중노선으로 전환한다. 그 결과 전투적 노조인 SUD[연대-단결-민주주의], 실업자운동(AC!), 반세계화운동(ATTAC)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함으로써 역사적으로 쇠퇴하는 공산당이나 LO(노동자투쟁)와 POI(독립노동자당: 랑베르파) 등 종파적 고립에 빠진 다른 트로츠키주의 조직에 비해 역동적인 투쟁을 수행하여 그 숫자에 비해 훨씬 커다란 사회적-정치적 영향력을 갖게 된다.

특히 1995년 연금파업을 시발로 2003년 CPE 반대투쟁, 2005년 유럽헌법반대투쟁 등으로 이어지는 투쟁주기의 활성화 속에서 새로이 급진화 된 세대가 조직에 가입하면서 70년대 초중반 1만 당원과 일간지를 내던 전성기에 비해 2천대오로 줄어든 조직원이 다시 3천명수준으로 늘어난다. 특히 소련의 붕괴 이후 새로운 정세에 새로운 세력재편을 위한 노력은 1999년 유럽의회선거, 2002년 대통령 선거(이때 약관 27세의 올리비에 브장스노가 등장한다)를 거치면서 새로운 정당 프로젝트로 구체화된다.

그리고 2005년 유럽헌법 반대투쟁과 CPE 반대투쟁의 조직적 성과가 바로 NPA 건설로 집약된 것이다. 모든 기득권을 다 버리고 새로운 틀로 결합하는 것이다. 2007년 대선의 득표로 지급되는 정치지원금(원래는 우파 소규모 정당들이 생존을 위해 요구했던 것)을 제4인터내셔널에 지원하는 외에 40년간 축적된 모든 것을 NPA로 이전하는 결단은 좌파운동사에서 유례없는 일이다. 그 40여년의 세월에 녹아있는 절절함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NPA 총회 - 새로운 실험의 첫발

‘이제 반자본주의신당이다!‘는 슬로건과 메가폰 로고! 새로운 세대의 활동가들이 평생을 혁명에 바친 노장과 더불어 아래로부터 새로운 당을 건설한다. 벌써 전날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밖에는 눈발이 흩날리는데, 회의장이 북적거린다. 해산시점으로 LCR의 회원규모가 3200명인데, NPA는 총회 경과보고에 의하면 9,123명으로 1만 대오에 육박한다. 전날 널널했던 회의장은 꽉 차고 드나들기도 쉽지 않다. 즐거운 비명!

[출처: NPA홈페이지]

젊은 세대라 그런지 2박3일의 대회일정도 끄떡없다. 회의장 밖에서도 연신 토론이고 각자의 수정안을 가지고 지역별로, 지역을 넘어 열띤 토론을 벌인다. 노장과 소장, 지역을 넘어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공식적 위원회 회의와 쉬는 시간에도 끊임없이 토론이 이어진다. 해외 대표단도 예외가 아니다. 국경을 넘어선 마음과 마음의 만남? 너무 감상적인가?!

반세기를 넘어선 세대 간의 만남이지만, 어색함은 없다. 선거정당이 아니라 투쟁정당이기에, 함께 세대를 넘어 가야할 투쟁의 길에 나이가 무슨 소용이랴? 사르코지 정권 하에서 브장스노 신드롬으로 대중적 스타가 된 붉은 우편배달부도 단지 한명의 당원일 뿐이고, 반세기 혁명운동의 노장도 저 촌구석에 올라온 동지들과 격의 없이 진솔한 토론을 벌인다.

그러나 새로운 정당이라고 얼치기 초보 정당은 아니다. 벌써 1년 반 동안의 조직적 준비가 이뤄졌고, 그냥 입만 들고 오는 게 아니라 최소한 회원 10명의 대표로써, 지난 6개월간 아니 1년간의 토론과 투쟁과정에서 논의된 내용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 섰다. 강령에 해당하는 창당원칙과 규약, 투쟁방향을 결정하는 정치결의안에 대한 토론은 이미 전조직적으로 이뤄졌다. 이제 총회가 내부적으로 공공연한 정치활동의 무대로 펼쳐진다.

총회의 쟁점: 당명, 사회주의의 지향, 정세와 유럽선거

새로 당을 건설하는 만큼, 토론할 거리도 많다. 창당원칙과 규약, 정치결의안은 3개의 분과위원회 형태로 나누어 효율적으로-조직적으로 토론한다. 당 안팎에서 핵심쟁점으로 부상한 유럽결의안은 정치결의안과 분리하여, 전체회의에서 토론되고 심의된다.

전체 성안에 앞서 축조심의를 통해, 사회주의의 슬로건은 통상적 사회주의, 생태 사회주의에 맞서 21세기 사회주의란 용어가 대의원 다수의 지지를 얻고, 당명으로서 반자본주의 신당(NPA)은 혁명적 반자본주의당{PAR)에 맞서 다수를 획득한다. 이제 당은 점점 피와 살을 붙여 하나의 유기체로 태어나고 있다.

[출처: NPA홈페이지]

그러나 정치조직으로서 반자본주의 신당은 2009년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에 대한 정치적 입장에서 시험대에 오른다. 벌써 총회 전부터 언론은 뜨겁게 달아오른다. 신당은 프랑스 정치지형, 아니 좌파지형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른바 좌파의 주도세력인 프랑스 사회당에 대한 태도가 문제의 핵심이다. 1999년 트로츠키주의 연합 LO-LCR 선거연합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5% 득표에 성공해서 제도권에 진입하면서 난리가 난 적이 있다. 그 이후에 기득권 세력은 문턱을 높였다. 프랑스 동지들은 말한다: 부르주아 민주주주의 가운데 가장 반민주적인 제도가 프랑스의 선거 제도라고.

NPA는 부르주아 선거에 대해 아무런 환상도 갖지 않는다. 다수파의 안과 소수파의 안이 부딪힌다. 다수파는 이미 자본주의의 수호자로 변신한 사회자유주의적 사회당과의 원칙적인 단절을 조건으로 하는 반자본주의 좌파연합을 제시하고, 소수파는 조건 없는 범좌파연합을 제시한다. 회의장 안팎에서는 프랑스 공산당과 최근 사회당에서 탈당한 장뤽 멜랑숑의 좌파당(GP)이 촉각을 세운다.

LCR 노장들이 농담을 던진다. 40년 전엔 프랑스 공산당 대회장 앞에서 이른바 극좌파들이 선전선동을 했는데, 세월이 지나니 프랑스 공산당의 기관지 <뤼마니테>를 NPA 총회장에서 뿌린다고. 사회당에 대한 태도가 하나의 잣대가 되고, 공산당의 고민은 깊어진다. NPA 다수안이 제시한 사회당으로부터의 독립성은 이번 NPA 총회가 제기한 좌파연대의 핵심원칙인데, 그 핵심은 프랑스 공산당 운동 100년의 역사에 비수를 꼽는다. 사회당의 하위파트너로서 생존한 그 세월이 심판대에 오를 것이다.

세상물정 모르는 좌파들은 NPA의 좌파연대가 프랑스 정치지형에 던지는 문제의식을 오해한다.(엄기호, <실천적 좌파여 단결하라>, 한겨레신문 2월 10일자 기사) 유럽의회의 의석을 위해서 NPA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공산당과 좌파당은 닭쫓던 X꼴이다. NPA의 결정은 목전의 이익이 아니라, 기존 프랑스 좌파의 구도와 지형을 허물기 위해 사회당과 선을 그었다.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파언론은 올리비에 브장스노를 ‘대책없는 인간’으로 몰아붙이고, NPA를 무책임한 정치세력으로 매도한다. 사회당의 현실적 주도성을 인정하고 제도안으로 들어오라는 강력한 메시지다. 이제 총회의 몫은 끝났다. 3월초에 소집되는 새 지도부의 첫 회의가 대회의 결정에 따른 정치투쟁을 시작할 것이다. 그것은 의석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경제위기 시대에 반자본주의 투쟁이자 21세기 사회주의를 투쟁이다.

사회운동 세대, 새로운 세대의 정치불신, 좌파불신에 종지부를 찍다!

NPA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어떤 정치학자는 앞으로 1-2년간은 NPA가 성장하겠지만, 2012년 대선 전에 몰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총회장에서도 올리비에 브장스노가 나타나자 비디오 카메라의 무리들로 몰려다닌다. 회의에 방해가 된다. 대의원들이 우~ 하면서 야유를 보낸다. 빨갱이 우체부 올리비에 브장스노의 대중적 인기가 NPA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데 기여한 몫은 부정할 수는 없지만, 총회장에서 올리비에 역시 한명의 대의원일 뿐이다.

올리비에는 여전히 파트타임 우체부로서 일하고 조직 내에서 그저 한명의 당원일 뿐이다. LCR에서 알랭 크리빈과 더불어 당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대변인단의 일원이었다. 이번 창립총회에서 대의원 78%의 지지로 지도부에 선출되었지만, 그가 당을 대표하는 대변인으로 선출될지 여부는 3월초에 모이는 전국지도부(CPN, 전국정치평의회)의 첫 번째 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다.

어쨌든 브장스노가 상징하는 것은 새로운 좌파의 활력이다. LCR 지도부와 올리비에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트로츠키주의를 버렸다는 헛소리는 프랑스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들린다. 그러나 그들이 트로츠키주의자로서의 자신의 신념을 버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들은 여전히 트로츠키주의의 역사적 정당성을 확고하게 믿고 있으며, 이른바 스탈린주의에 대한 투쟁을 멈추지 않는다. 단지, 트로츠키주의는 반자본주의-사회주의의 큰 틀에서 하나의 경향일 뿐이며, 그들이 주도하는 제4인터내셔널 역시 새로이 건설되어야 할 인터내셔널의 한 부분이라고 솔직히 인정한다.

기본적으로 NPA는 투쟁정당이다. 프랑스령 과달루페와 마르티니크의 총파업에 총회 전체가 기립박수로 환호하고, 팔레스타인민중해방전선(FPLP)의 가자지구 투쟁보고에 열렬히 연대를 표했다. 반자본주의는 21세기 사회주의를 향한 첫걸음이다. 적어도 프랑스 좌파의 지형에서. 이 실험에 대한 섣부른 논평은 사양하겠다. 그들의 문제가 과연 그들만의 문제로 끝날 것인가? 프랑스의 자본주의가 끝장나는데, 남한의 자본주의가 살아남는다면 그것은 전지구적 반동의 한 부분 외에 무엇이 되겠는가?

프랑스의 실험은 프랑스에서 끝나지도 않을뿐더러,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위기의 시대에 국경을 넘어선 반자본주의-사회주의의 연대, 새로운 틀을 만들기 위해 일평생을 바친 헌신적 투쟁의 결과에 연대의 박수를 보내고, 전지구적 차원에서 냉전이 종식된 지 4반세기가 흘러도 냉전이 종식되지 않는 한반도에서 반자본주의와 21세기 사회주의 깃발 아래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그들과 함께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소박한 국제주의의 원칙이 아닐까?

(원영수, 국제연대활동가)

뱀발: 진보신당 대표단의 몰이해와 코미디/사기극

[출처: NPA홈페이지]
외국에서 한국 활동가들을 만나면 왠지 찝찝하다. 한국운동의 상황이나 지형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의 동지들에게 황당한 사기를 치기 때문이다. 다음에 다시 만날 일을 없기 때문에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경찰과 손끝 하나 닿는 몸짓에도 경끼를 일으키는 시민운동가나 자본과의 뒷거래를 밥 먹듯 하는 노조간부들도 외국에 나가면 전투적 한국운동의 혁명가가 되니까, 그 꼴을 외국에서 보는 일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이번도 예외는 아니다. 해외 대표단 모임에서 벌어진 낯 뜨거운 해프닝은 짜증났다. 국제 좌파정당들 간의 간담회에서 진보신당 대표단이 내민 노회찬 탄원서 서명제안(왜 또 탄원서인가?!)의 몰상식한 뻘쭘함은 그렇다고 해도, 공동성명이 채택됐다는 <레디앙>의 다분히 고의적인 오보는 황당할 정도로 정파적이다. 비록 <레디앙>이 데스크의 오버를 인정하고 기사를 수정했지만 이미 정치적 효과를 거두었다. <한겨레신문>이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인용보도를 했으니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고, <레디앙>의 관련기사(‘21세기 사회주의’ 선언)와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기사(엄기호, <실천적 좌파여 단결하라>)에서 증폭된다. LCR-NPA 프로젝트에 대한 무지와, 과도한 단순화의 정치적 경박성은 진보신당=반자본주의신당의 어거지 등식화를 위한 맹목에 갇혀있다. 총회의 진행방식에 대한 몰이해와 무지는 몰상식하고 경박한 평가와 함께 LCR/NPA의 의미를 희화화한다.

이것은 국제주의도 아니다. 국제연대의 기본도 없다. LRC-NPA는 기본적으로 선거정당이 아니라 투쟁정당이다. 당의 로고도 메가폰이다. 가두의 선전과 선동, 투쟁을 기본으로 하는 정당이다. 비록 NPA로의 하향평준화라는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정당은 하나의 도구일 뿐 근본적 목적은 자본주의의 전복을 통한 사회변혁임을 명확히 하는 대회장의 수많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이해하지도 못한다면 거기에 있어야 할 이유가 과연 무엇이 있겠는가?
덧붙이는 말

원영수님은 국제연대 활동가로 진보평론 편집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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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 국제연대 , 원영수 , LCR , NPA , 반자본주의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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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을읽다가..

    레디앙을 읽다가 이 글을 읽으니...
    진보신당의 눈가리고 아웅이 결국 드러나는 군요..

  • 붉은꽃

    진보신당유의 종파주의자, 개량주의자하고는 격이 다르군요. 반자본주의신당, 잘 됐으면 좋겠네요.

  • ...

    원영수면 사회당 하던 그 친구 아닌가?
    지금도 하나?
    근데 되게 잘난 척하네?

  • 잘난좌파

    진보신당이 국제적 연대활동이 그리 배아프십니까?
    노회찬이 탄원서명이 그리 몰상식하고 뻘쭘하다고요.
    서명요청 할 수 있는 것 아님니까?그리고 많은 동지들이 서명해 주셨고요. 괜히 생트집이시네요.
    오히려 님이 극단적으로 정파적 입장에서 글질을 하고 있어요.
    어디 다니면서 좌파임네 하지 마세요.
    닫힌 좌파는 오히려 사회진보에 악영향을 끼침니다.

  • 지나다

    글 쓴 사람은 원영수,
    사회당 전 대표는 원용수.

  • 삼다수

    탄원서 서명제안을 하는것이 왜 코메디고 사기극이죠?
    진보신당 입장에서야 노회찬이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의 활동가들에게 서명제안을 하는것이 그렇게 부자연스러운 행동은 아닌것 같은데요.
    그리고 레디앙이 고의적인 오보를 내보냈다고 단정적으로 말씀하시는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고의적이라는 증거가 있으신지요?

    진보신당에 대한 악감정을 이렇게 촌스럽게 드러내는건 별로 옳지않아 보입니다.

  • 으휴

    그럼 그게 고의적인 오보지 고의적인 증거있냐고? 그럼 악감정 있다는 증거는 있냐? 하여간 진보잡탕놈들

  • 반자본주의자

    이건 뭡니까? NPA는 내 사랑이니까 딴 넘들은 눈길도 주지 말아라 뭐 이런 감정인겁니까? 아니면 내 짝사랑이 양다리 걸쳐서 화나는건가요?
    코민테른에 줄서러고 경쟁하는 20년대 공산주의자들도 아니고, 조선노동당의 한국대리점 차리려고 경쟁하는 주사파도 아니고, 설혹 부족한게 있고 어설퍼도 국제연대를 강화하고 국제주의 관점을 호가산하는게 중요하지 "내가 정통-공식 통로니까 나를 통하지 않은 소식이나 연락은 모두 무효"라는 이 따위 기사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요.

  • 장미

    판단과 해석은 자유라고하지만, 글의 맥락을 정확히 읽고 평가하는 것이 올바른 토론의 기초가 아닐까요? ㅎ

  • ㅋㅋ

    글고 반자본주의신당은 진보신당이랑 아예 다르지 않나 ㅋㅋ 어휴 진보신당 자기 주제파악도 못해 불쌍타

  • 00

    맞는 말 하셨는데 왜 난리 들이죠...낄때 안낄때 구분 좀 하자구요 진보신당원 여러분...

  • 정리맨

    npa는 노힘과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뜻밖에 진보신당과 자꾸 엮이는 것 같아 못마땅했던 원영수의 작은가슴 아픈마음 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조금 이해하기 힘든것은 npa기사를 쓰려면 그걸 쓰고 진보신당 까려면 그걸 쓰지 npa기사 밑에 뱀발달아 놓는 것은 좀 웃기네요.

  • 그건그렇고

    진보신당이랑 NPA랑 다른건 그렇다 쳐도,
    노힘은 NPA보다 LO랑 훨씬 더 비슷한 것 같은데요.
    NPA가 다원주의를 택하고 당원의 문턱도 확 낮춘데 반해,
    LO는 여전히 노동자, 노동현장에 집중하고 있으니까요.

    어쨋든, 수준 높고 꼼꼼한 분석 잘 봤습니다. 좋은 글인데 뱀발이 진짜 뱀발이네요.

  • 정리맨

    아 그러고보니 npa는 반자본기치아래 좌파대연합을 실천하지만 노힘은 그게 아니네요. 노힘과 npa의 결정적 차이는 여기에 있군요.

  • 펌]엄기호

    진보신당 엄기호당원이 당게에 남긴글이네요.
    저는 남들이 오해를 하거나 말거나 그건 자기들이 마음먹은대로 하는거니까 그러려니 합니다만...당원분들은 그래도 제대로 사정을 아셔야할 것 같아서 제가 노회찬대표에 대해서 발언한 내용을 그대로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세계각지에서 오신 동지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온 엄기호라고 합니다. 저는 여기에 오기전에 세계사회포럼에 참석하고 왔습니다. 이번 세계사회포럼에서 제가 주의깊게 참가하였던 주제는 두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신자유주의라는 자본주의의 위기이며, 다른 하나는 사회운동의 범죄화 경향이었습니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사회운동을 범죄하려는 지배자들의 야만적 공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야만적 체포와 구금, 고문, 살인, 암살, 등등. 여기 우리와 같이 있는 필리핀에서 오신 동지들에게 한번 물어보십시오. 지난 몇년간 필리핀에서 테러리즘에대한 공격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에 대해서요. 저는 좌파정당의 가장 큰 책임중의 하나는 사회운동에 대한 보호라고 생각합니다. 생존권과 생태, 그리고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서 나선 사회 운동을 보호하는 것이 좌파 정당이 존재해야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니겠습니까?

    저는 이런 관점에서 여러분에게 한 서명을 제안드립니다.(사실 이 제안은 이미 NPA에서 국제연대를 담당하고 있는 후쏘씨와 상의한 다음에 제안한 것입니다. 후쏘씨가 좋은 제안이니 전체자리에서 한번 말해보라고 하셨지요.) 삼성이라고 아시지요? 한국에 기반한 초국적자본입니다. 우리당의 대표중의 한명이 이 삼성이 그동안 한국에서 저지른 정부와 검사들에 대한 부정부패를 폭로하였습니다. 그 폭로의 댓가로 지금 기소되어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것처럼 초국적자본이 가장 잘 하는 짓이 바로 부정부패입니다. 여러분 나라에도 삼성이 있다면 조심하십시오. 그들이 맨 먼저 하는 일 중의 하나가 뇌물을 건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지금 우리당 대표가 정치적 위기에 처해있으니 그를 위해서 서명해달라고 부탁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저도 우리 대표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뭐, 당원으로서 할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사실 우리 당 대표가 어찌되는 것에는 정말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제가 이 청원을 하자고 여러분들에게 제안드리는 것은 어느곳에서나 부정부패를 일삼는 초국적 자본을 폭로하는 것을 통하여 초국적 자본과 맞서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기때문입니다. 초국적자본에 맞서 사회운동을 보호하는 것이 좌파정당의 임무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기에 여러분들이 삼성과 맞서는 국제연대의 한 방법에 동참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노힘잘났어

    원영수는 전 노동자의 힘 편집장 했던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산한 노동자의 힘 구성원들도 대략 세가지 흐름이 있죠. 그 흐름중에서 여전히 스탈린주의옹호하는 구좌파도 있고(아마 원영수도 그쪽인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죠. 구분해서 봅시다.

  • 서하

    좋은내용 잘 읽었어요. 마치 내가 그 장소에 있는 듯 하네요.
    진보신당에 대한 글은 자극적인 언사가 있네요. 진보신당이 사회주의정당은 아니지만 그들도 거기가서 탄원서 서명해달라고 연대할 수는 있죠. 그게 노회찬대표에 대한 탄원서라서 좀 그렇게 해도 이해는 되네요.
    앞으로도 국제 사회주의운동에 대한 좋은글 많이 써 주세욤.
    글고 원영수씨는 스탈린주의자는 분명히 아니죠. 그의 글들을 보시면 그냥 알 수 있을텐데. 단지 신좌파가 아닐뿐.

  • 사회주의노동자

    원영수가 스탈린주의자라니... 노힘에는 크게 두 가지 흐름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 활동가들은 트로츠키주의자들이었고 신진 활동가들은 신좌파라고 볼 수 있었죠. 어떻게 보면 LCR과 비슷한 구조라고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노힘의 구 활동가들보다 신진 활동가들에 기대를 걸었었지만, 구좌파는 모두 스탈린주의라고 주장하는 한심한 소리가 앞으로는 안 나왔으면 합니다.

  • 사회주의노동자

    그리고 진보신당이 NPA 창당대회에 가서 서명을 받든 뭘 하든 아무 상관 없습니다. 문제는 그게 용산 참사 항의 성명이나 이명박 정권 퇴진 성명이 아니라 겨우 자기네 당 대표 구하기 서명이었다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제가 노회찬에 대한 억울한 판결에 분노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진보신당이 프로그램으로 돌아가는 좌파정당이라기보다는 인물로 돌아가는 대중정당 혹은 국민정당이다 보니 한계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걸 비판하는 거야 좋지만, 원영수의 글에서 뱀발은 그야말로 뱀발인 것 같네요. 차라리 따로 글을 쓰던가 하지 NPA 관련 기사 밑에 붙일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프랑스 좌파당과 NPA가 프랑스 좌파의 재구성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공산당이 정신을 좀 차렸으면 합니다. 그래도 역사적으로 유의미한 프랑스 공산당이 깃발을 내리면 상당히 안타까울 것 같네요.

  • 원영수 자칭 스탈린주의자 아닌감

  • 사회주의노동자/ 위에 엄기호씨 글 좀 보세요. 노회찬 개인을 위해서 서명을 받은게 아니라잖수. 인물 중심의 문제는 브장스노 덕에 재미보는 npa에게 해주세요.

  • ㅋㅋ

    난 원영수씨가 왜 그런말을 했는지 알겠는데

    저 탄원서 진짜 탄원도움되라고 받는거냐? 지들 이미지 높일려고 받는거지 외국 정당들이 탄원 서명한걸로 뭐 압박하려고 하는거야? 아니잖아 ㅋㅋ 무슨 노회찬을 대단한 투사인냥 둔갑시켜서 지들 이미지 높이는게 목적아님?

    삼성에 맞서 싸운 수많은 투사들 이름없는 사람들도 많고 그런 사람들에 대한 집단 탄원이면 또 몰라 ㅋㅋ 저렇게 이름파는건 어휴 시발

  • ㅋㅋ

    그니까 외국나가서 개폼잡지말라 이말아니냐 ㅋㅋ 진보잡탕놈들아 외국애들이 한국운동상황 잘 모르는거 이용해서 노회찬을 무슨 삼성에 맞선 투사인냥 꾸미는 사기극은 하지말라고 ㅋㅋ 참나 ㅋㅋ 삼성에 맞서 싸운 노동자들이었어도 이런말 나왔을까?

  • 쯧쯧

    ㅋㅋ/ 삼성에 맞서싸운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삼성의 대국가로비를 폭로한 사람도 나름대로는 자기의 위치에서 삼성과 싸운 겁니다. 님같은 식이라면 노조나 파업은 꿈도 못꾸지만 촛불집회에 참여한 비정규직이 그 일로 경찰에 잡혀가도 투사가 아니겠군요?

  • ㅋㅋㅋ

    아 또 어디서 억지 태클을 걸어 내가 이름없는 노동자면 차라리 좋았을꺼라고 댓글 달았는데 그건 못 보신 모양이네 ㅋㅋ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을 차라리 대상으로 해서 서명을 받았으면 칭찬받았을꺼다 근데 무슨 노회찬 풋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