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영화, 다큐로 만나는 마르크스

‘페스티발 봄 2009’ 오는 27일부터

마르크스가 패키지로 한국에 찾아온다. 3월 말에 열리는 국제다원예술축제 ‘페스티발 봄 2009’에서 준비한 마르크스(Marx) 패키지가 그것.

리미니 프로토콜 <카를 마르크스: 자본 제1권>

시작은 연극이다. <카를 마르크스: 자본 제1권>. ‘페스티발 봄 2009’의 개막작으로 ‘세미-다큐멘터리’ 형식의 연극을 개척해 온 독일 극단 리미니 프로토콜의 작품이다. 헬가르트 하우크(Helgard Haug)와 다니엘 베첼(Daniel Wetzel)이 연출을 맡았다.

  독일극단 리미니 프로토콜의 <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

신용카드의 적립금에 돈을 보태 비싼 양복을 맞춘 초기 모택동 추종자, 백만장자 되기를 꿈꾸는 맹인 콜 센터 직원 등이 나와 ‘자본’을 통독하고 대화를 나눈다. 대화로 ‘등장 인물’들의 삶 아래 깔려있는 이데올로기를 추적하는 게 연출 의도. 주목할 건 등장 인물이 전문배우가 아니라 일반인, 그것도 마르크스주의에 영향 받은 9명의 생활인이라는 것. 그들은 관객들에게 책의 소감을 묻기도 하고 함께 토론도 벌인다.

연극 <카를 마르크스: 자본 제1권>는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하나의 인격을 만들고, 인격이 어떻게 사회를 구성하는지 묻는다. 이 작품은 원활한 공연을 위해 통역과 자막을 준비했다. 출판된 지 140여 년 지난 <자본(Das Kapital)>은 연극에서 어떤 모습일지, 2009년 현실에서 <자본>은 어떤 의미일지 궁금하다.

리미니 프로토콜은 슈테판 카에기, 헬가르트 하우크 등이 조직한 앙상블로 특정한 역할 분담없는 열린 공동 작업으로 수십 편의 ‘세미-다큐멘터리 연극’을 만들어 왔다. 한국에는 ‘관객’과 ‘공연자’의 1:1 전화통화로 극을 이루는 <콜 커타(Call Cutta)>(백남준아트센터)가 소개된 바 있다.

오는 27일 저녁 8시, 28일 6시에 아르코예술대극장에서 공연한다.(관람료: R석 5만원, S석 4만원, A석 3만원)

알렉산더 크루게의 <이념적 고물로부터의 뉴스 : 마르크스-에이젠슈테인-자본>

두 번째는 영화다. 뉴저먼 시네마의 대부 알렉산더 크루게(Alexander Kluge)의 오랜만의 영화 <이념적 고물로부터의 뉴스 : 마르크스-에이젠슈테인-자본>은 570여 분에 걸친 ‘대화’의 대장정으로 이루어졌다.

  알렉산더 크루게의 <이념적 고물로부터의 뉴스: 마르크스-에이젠슈테인-자본론>

영화는 알렉산더 크루게가 독일의 저명한 지식인을 만나 마르크스가 설파한 철학, 과학, 정치, 예술 등의 이야기를 나누며 마르크스의 저서 <자본(Das Kapital)>을 재구성한다. 안타깝게도 자막 없이 독일어로 상영한다.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이 1929년 제임스 조이스와 만나 구상했던 마르크스의 <자본(Das Kapital)> 영화화의 꿈을 80년 만에 알렉산더 크루게가 이룬 셈이다.

오는 27일 하이퍼텍 나다에서 밤 12시 상영 시작해 다음날 오전 9시30분에 끝난다.(관람료 : 전석 1만원)

니콜라스 게이어할테의 <일용할 양식>

마지막으로 오스트리아에서 건너온 다큐멘터리, 니콜라스 게이어할테(Nikolaus Geyrhalter)의 <일용할 양식>.

  니콜라스 게이어할테의 <일용할 양식>

<일용할 양식>은 우리들 밥상에 늘 오르는 생명의 양식이 어떤 과정으로 밥상에 오르는지 보여준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려면 소를 죽이는 거대한 살육통, 닭을 해체하는 어셈블리라인(조립 라인), 인공수정을 위한 가짜 교접 등 기계적 공정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카메라와 직면해야 한다. 모든 먹거리가 대기업의 이윤과 직결되는 요즘 이 작품은 생명의 일용할 양식에 끔찍한 죽음이 숨어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오는 28일, 30일, 4월 1일 각 1회씩 하이퍼텍 나다에서 상영한다.(관람료: 전석 7천원)

‘페스티발 봄’ 스텝 손지원씨는 “최근 독일에서 ‘자본’ 판매량이 300% 늘어나고 트리에의 마르크스 생가를 찾는 관광객 수도 급증하는 등 마르크스 붐이 일고 있다. 2009년 알렉산더 클루게가 드디어 <이념적 고물로부터의 뉴스: 마르크스-에이젠슈테인-자본>을 완성, DVD로 출간했다. 마르크스 열풍은 세계화와 국제금융위기를 생각할 때 급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페스티벌 봄은 예술영역에 막대한 파장을 만드는 이 책을 둘러싼 진지한 대화를 제안하고자 한다”며 ‘막스 패키지’ 배경을 설명했다.

페스티발 봄은 국내외 공연예술과 시각예술을 아우르는 국제다원예술축제로 올해 3회째다. 해마다 초봄에 3주간 서울시내 극장과 미술관에서 전시, 공연이 열린다. (사이트 참고 : http://www.festivalbo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