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분담했는데 야반도주라니”

자티전자, 노조 만들자 본사이전

“작년 3월 네비게이션이 안 팔려 직원들에게 70대 정도를 팔라고 했어요. 회사가 어렵다고 하니 다들 발 벗고 나섰죠. 그런 직원들에게 나가라는 거예요. 인원감축만은 막으려고 순환휴직 등 고통분담했는데 갑자기 회사가 사라진거죠” 임동석 금속노조 자티전자분회 분회장이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자티전자는 지난달 25일 새벽 직원들 모르게 서울 낙성대에서 인천 남동공단으로 이전했다.

  자티전자는 작년 3월 네비게이션 판매부진을 이유로 직원당 70대가량 판매를 할당했다. [출처: 금속노조 서울남부지역지회]

순환휴직 감수해도 회사는 이전

자티전자는 3년 누적적자로 인한 경영악화를 이유로 1월 6일 120여 명의 직원 중 38명에게 사직을 권고했다. 평범한 사무직 노동자였던 임동석 분회장은 해고를 막기 위해 금속노조를 찾았고 상담을 시작한 지 열흘 만인 같은달 20일 노조결성 총회를 열었다.

노조가 설립되자 회사는 정리해고를 통보하고 2월 2일 본사를 서울 낙성대에서 인천 남동공단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노조는 교섭을 요청했고 직원 1/2 순환휴직 등을 제안해 1억 원의 인건비를 줄이는 고통분담을 제안했다. 교섭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 사이 18명이 희망퇴직 했지만 노조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월 24일 회사는 교섭파기를 선언하고 다음 날 새벽 본사를 이전했다. 노조는 서울 상계동, 구리시, 분당시 등에 거주하는 직원들이 있어 자연퇴사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노조설립으로 전면적 구조조정이 어려워지자 취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자티전자는 2월 24일 노사협의 파기선언을 한 다음 날 새벽 회사를 이전했다. [출처: 금속노조 서울남부지역지회]

자티전자 회사 관계자는 “통근버스를 이용하면 1시간 안으로 출근할 수 있다. 순환휴직을 받을 수 없었던 것도 희망자를 확인해보니 노조가 설명한 인건비 감축이 불가능해서다. 적자를 감소시키기 위한 조치였을 뿐이다. 회사축소 계획은 없지만 인원 자연감소야 회사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영 잘못해 위기 왔는데 책임은 누가?”

자티전자 노동자들은 회사의 주장을 수긍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자티전자 노동자 A씨는 “블루투스 핸즈프리로 수익이 제법 났어요. 하지만 네비게이션, 네비게이션폰에 집중투자하면서 적자로 돌아섰죠. 사장의 독단적 판단 때문이었어요. 명절선물로 참치캔 하나도 주지 않은 회사였지만 살려보겠다고 나섰는데 돌아온 건 회사이전뿐이예요”고 했다.

금속노조 남부지역지회는 자티전자와 비슷한 사례는 많다고 설명했다. 노동자들이 강제해고, 무급휴직, 휴업수당 미지급 등을 상담하기 위해 노조를 찾는다는 것. 하지만 법률안내, 개별상담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 비하면 노조를 만들어 대응하는 자티전자 노동자들이 나은 처지라는 이야기다.

구자현 금속노조 서울남부지역지회 수석부위원장은 “정부와 보수언론들은 임금을 줄이면 고용은 보장해 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자티전자는 대표적인 사례일 뿐입니다. 노동자에게 양보하라고 하지만 양보할 것도 없는 이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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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 금속노조 , 고통분담 , 자티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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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잠정적.

    아. 정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분통이 터지네여!!
    우리모두 힘을 내서 우리의 소중한 삶의 터전을 되찾자구요!

  • 가이아

    회사가 사옥도 있고 그 건물이 싯가 300억 정도 한다는거 같던데요. 어떻게 코스닥에 상장된 회사가 임대 수익 이윤을 목적으로 남동공단으로 이전을 한다는게 말이 되는지 원... 직원분들 힘드시겠네요. 힘내시고 꼭 다시 회사 사옥으로 돌아가시길 바라겠습니다.

  • 재털이

    이제야 뉴스다운 뉴스를 보는것 같습니다...내용이 속이 후련하네요....ㅎㅎ...자티전자분회 조합원 여러분 힘내자구요....^^

  • 광영이

    나라가 힘들고, 회사가 힘들고, 직원이 힘들지요.
    힘있는곳과 힘이있사람들은 시간이 문제일뿐 극복할수 있는 일있니다. 하지만 힘없고 돈없는 일반 직장인들어 어떻게 하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회사 하나 바라고 하루 하루 살아가는데, 회사가 힘들다고 도망가듯 이사하고 직원들에게는 힘들면 퇴사하라.. 정말 돈없고 힘없는것이 죄가 되는 현실이네요..

    힘있는 자티전자 사장님 정신좀 차리세요 언제까지 힘있고 돈있을지 알수 없는거아닐까요?

    직원이 없는 회사에서는 당신은 사장이 아니라는거..

  • gigigi

    너무 실망스럽습니다.
    왜 법은 항상 가진자 강한자의 편인지 모르겠습니다.
    왜 법은 약자 편이 될수 없는 건가요. 흑흑..
    하루빨리 좋은 해결방안이 나오길 바랍니다. 자티사장님

  • 퐝당

    삐까뻔쩍한 10층 사옥 임대 주고 교통편도 좋지 않은 남동공단으로?? 장난 아니네... 이런 만행을 저지르고도 잘 먹고 잘 살고 있겠지? 뿌린대로 거두는 법~!!

  • 횡재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좌절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근로자이지요. 급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니...제가 그 분들의 입장이 아니라 무어라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포기하지 마십시요..이미 일어난 일이 없어지거나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지는 않겠지만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굳건히 지키셔야 합니다. 왜 이런 일에는 우리와 같은 힘없는 이에게 일어나는 것일까요? 그건 말 그대로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힘을 키워야 합니다. 부당함에 맞서야 하고 정당함을 지켜야 합니다. 힘내세요..화이팅!

  • 힘돌이

    힘들내세요..좋은일이 있길바랍니다

  • 영감탱이

    적자경영, 노사갈등... 모든 문제는 지들이 저질러 놓고, 직원들만 고통을 떠맡으라는 몰상식한 경영진!! 야반도주 자티전자 소문 다났는데, 앞으로 어쩔꺼냐!!

  • 김또깡

    사장이란 사람 사진보니까 인상 더럽게 생겼던데...생긴거 같이 행동하는군요..욕심많아보이고!!! 직원들 복지에 신경좀 쓰시죠!

  • 이것이

    당신네들 그러는거 아냐 한 사원에 딸린 식구가 몇명인데 이런식으로..이건 살인이나 다름없어..

  • 헉~!!

    뭐 이런회사가 있나요~! 직원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지~!!
    다른회사는 사옥을 만들어서 들어갈려고하는데 이회사는 사옥을 임대로 돌리고 다른데로 가는게 참 신기하네요...그동안 다니던 직원분들....참 원통하겟습니다...
    없는자의 서러움이라고 해야하나.....힘내세요
    좋은 결과가 나오길 참고 기다리세요....화이팅!!

  • 고민중

    진짜~~ 헉 황당~~~

  • 독수리

    모두들 힘든시기에.힘들 네자구요.~ 화이팅

  • 김진

    정말 열받습니다. 어떻게 법적 처리가 안될까요??

  • 산세베리아

    회사 잘나갈땐 입싹~닦고..경기가 어렵다고 나가라네 ~~헐!!!!이런 개같은 경우가!!!!!!

  • 지나가는이

    여러분 제발 포기하지말아주세요....
    이제 시작이다 생각하시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주시고 꾿꾿하게 버텨주십시요...

  • 실망이다.

    그곳을 다녔다는게 창피할뿐이다. 그래도 한때 애착을 가지고 근무했던 곳인데... 어쩌다 광순이는 저렇게 밑바닥으로 변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