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한국사회에 도전장

[새책]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 공현 외, 메이데이

일단 제목에서 '움찔'했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ㅋㅋ'라니. 청소년들이 쓴 '인권' 이야기라는 점에서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이..."라고 반응하려던 '어른'들은 허를 찔리고 시작한다. '청소년' 뒤에 붙어올 말로 '문제'를 떠올리는 대다수 기성세대들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청소년이 '미성숙'한 존재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보호'받는 존재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대신 <유엔인권헌장>과 <헌법>을 근거로 지극히 보편적인 '인간'을 말하고 있다.

자신의 청소년기를 생각하며 탈선과 반항을 떠올리건 공부와 입시를 떠올리건 애초에 모든 '문제'란 '문제'는 어른들이 만들었다. 보호와 훈육을 명목삼아 통제하거나 억압하거나. 그래서 청소년들은 "청소년의 반대말은 자유"라고 얘기한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ㅋㅋ> 공현 외 지음, 메이데이, 332쪽, 1만2천 원
"공부, 공부, 공부, 공부. 좁디좁은 교실에 선풍기 4대, 히터 2대, 40명이 넘는 아이들. 같은 곳에서 각기 다른 재능을 지닌아이들이 오직 한 가지만 배우고 있었어. 대학가는 법." - '이딴 것도 교육이라고!?'중에서

"두발과 복장이 자유롭게 된다고 해서 누가 피해를 보나요? 설령 누군가가 피해를 본다 해도 인권의 가치는 그런 가치보다 더 우선하지요."
"학생간 폭력이 지극히 사회구조적 문제임을 인식할 때, 그리고 그런 사회구조적 문제들을 하나하나 오래 걸리더라도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때, '학교폭력'을 없애기 위해 감시카메라들을 설치하겠다고 날뛰는 것 이상의 더 좋은 대책이 나오리라 믿는다." - '미친 학교를 혁명하라' 중에서

"제가 '청소년보호주의'씨에게 결투를 신청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청보'씨가 청소년들의 인권에 별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어서입니다. '청보'씨 당신은 "청소년들은 미성숙하다"라거나 "청소년은 미래의 주인"이라는 식의, 청소년들에 대한 현재의 차별과 인권제한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생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금지하는 것을 금지하라' 중에서

"한 현직 동성애자 교사가 "청소년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을 일거에 해소할 대안이 있다"며 한마디 했다고 한다. "청소년 동성애자, 서울대 진학률 이성애자보다 높아! 이런 기사 하나면 됩니다"하고 말이다. 슬픈 웃음이 눈물이 되어 흐른다." - '우리를 위해서라고 말하지마!' 중에서


경쟁사회의 '자원'으로 키워내야 할 존재,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어리숙한 존재, 육체와 감정이 불안정한 미성숙한 존재가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존재로 봐달라는 외침. 그래도 청소년들을 풀어두는(?) 것이 너무나 걱정돼 못견디겠다는 분은 신경 끄시는 것이 차라리 도움 되겠다.

'운동권'들 사이에서조차 '기특하지만 학업도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했던 촛불소녀들이, 일제고사 반대를 외치고 입시경쟁을 거부하고 교육과 인권문제에 해박한 활동가로 거듭나고 있다. 이 과정은 비단 청소년들만이 아니라 현재의 사회 구성원들이 겪고 있는 갖가지 모순의 해결 방법에 한 길 숨통을 틔워주는게 아닐까.

책 제목에 'ㅋㅋ'가 붙어 있다는 것에 "'ㅋㅋ'라니... 무려 'ㅋㅋ'라니..."라고 개탄했던 심정은 책을 펼쳐보고 이들의 날카로운 진지함에 날아가 버린다.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맞아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가 발표한 '2008 청소년인권선언'도 책 뒤에 수록돼 있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ㅋㅋ>

<목차>

청소년 ‘문제’에서 청소년 ‘존재’에 대한 질문으로

1부 이딴것도 교육이라고!?
청소년의 눈으로 입시경쟁 바라보기
‘제대로 된’ 학습권과 여가권을 쟁취하자!
교육, 꼭 이래야 하진 않아요
강요되는 종교, 강요하는 교육
사교육과 청소년인권
학생 아닌 청소년의 권리 & 교육의 재구성

2부 미친학교를 혁명하라
두발.복장 규제, 넌 대체 뭥미?!
교편과 벌점에 맞서서
‘학교폭력’, 학생간 폭력? 학교의 폭력? 사회의 폭력?
사생활의 자유를 짓밟는 소지품검사!
청소년도 예외일 수 없는 정보인권 스토리
먹는 것에도 민주주의가 있다

3부 금지하는 것을 금지하라
학생회+학교에서의 ‘정치’
청소년은 정치적 동물이다
맹랑하지만 허무하진 않은 청소년 언론의 자유
청소년의 두 가지 ‘빈곤’
상상력이 청소년노동인권을 쟁취한다
청소년보호주의 씨에게 보내는 결투장

4부 우리를 위해서라고 말하지마!
가출하고 싶다...
친권과 가정의 ‘사회화’
‘야한 것’에 대한 이야기
‘이반 검열’에 도전하기
페미니즘(여성주의)과 청소녀니즘의 다면적 만남

2008 청소년인권선언

<지은이>

저자들은 가장 평범한 청소년이자 청소년인권운동을 오랫동안 해온 당사자들이다. 청소년의 눈을 통해 바라본 청소년인권의 현실을 가장 구체적이면서도 근본적인 고민을 실천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이들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의 활동가들이다.

공현/김명진/김찬욱/무직인꿈틀이/바람/박승훈/밤의마왕/블랙투(한김종희)/생선/이름없음/피엡(김동욱)/호적돌(최성용)/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