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고자 하는 이유

[철폐연대-참세상 비정규직 10년 전망 기획(2)]

누구나 외치는 비정규직 철폐. 그러나...

이제 비정규직의 문제는 비단 노동운동진영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중파 드라마에서까지 비정규직 이 소재로 등장하거나 주인공이 비정규직으로 설정될 정도로 비정규직 문제는 이제 누구나 하는 대중적 이야기 꺼리다. 이른바 진보적 언론에서도 비정규직 문제를 심층취재해서 다루고, 옛 학생운동의 추억이 사라진 대학가에서도 비정규직 문제는 하나의 이슈로 논의된다. 집회에 참석한 노동자들 하나하나 한결같이 ‘비정규직 철폐!’ 구호를 외치며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한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사회의 노동조합은 여전히 정규직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고, 그들을 중심으로 움직여지고 있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매년 중요한 사업으로 되풀이 되어 제기되지만, 정작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의 수는 전체 노동자의 3%에 지나지 않는다.

  참세상 자료사진

비정규직 조직화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은 2006년에 조합원 1인당 1만원의 비정규 기금을 걷어서 50억을 조성했다. 조직활동가를 양성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겠다는 전략조직화사업을 기획한 것이다. 23명의 조직활동가를 선발, 교육하여 3년 동안 공공, 건설, 서비스 등의 업종으로 그리고 서울, 대전, 부산 등의 지역으로 배치되었다.

전략조직화사업을 평가하자면 사실상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 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한 민주노총이 사업에 대한 자기 계획을 세우지 못해서이다. 그저 50억 기금을 조성하고(실제 50억이 걷히지도 않았지만) 조직활동가들을 선발해서 각 산별로 배치했을 뿐, 전략조직화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거나 내용을 생산하지 못했다. 이 사업에 대한 총괄적 책임자는 계속적으로 바뀌었고, 각 산별도 그닥 다르지 않았다. 결국 조직활동가 개개인의 활동 역량에 따라 조직화사업의 진행 여부가 좌지우지 되었다. 지역본부나 산별연맹 또한 사업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단지 상근 활동가 한 명이 추가 배치되었다는 개념 이외에는 전략조직화사업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자기 계획과 소통이 부재한 이 사업은 조직활동가 개인에게 방치된 채 무관심 속에 진행되었다.

공공노조는 1년 동안 4개 지역에 5개 영역으로 전략조직화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도 역시 해당 지역본부나 지역지부에게 역할이 부여될 뿐 공공노조 차원에서의 사업계획과 전망은 구체적으로 설정되지 못한 채 운영되고 있다. 이 역시 해당 지역본부나 지역지부의 역량에 사업의 성패가 맡겨진 것이다.

민주노총이든 산별노조이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화하기 위한 사업계획 수립은 중요하다. 그러나 사업계획 구성에만 머문다면 반드시 사업은 실패한다. 노조차원에서의 집중과 계획이 필요하다. 단순히 사업비 책정에서만 충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노조 전체 사업으로 전략조직화사업이 자리매김 해야 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은 가장 가까이에서

조합원들을 만나서 필자가 미조직비정규사업을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소개를 하면 대다수 조합원들은 ‘어려운 일을 하시네요’ 라고 반응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대다수 사람들은 ‘비정규직 운동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라고 질문한다.

많은 사람들이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음에도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가 저조한 것은 이 문제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에 한 풀 꺾이면 저 만치 물러나기 일쑤다. 하지만 필자는 비정규직 조직화는 여전히 지속적인 관심과 선전사업을 통해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주요 요구사항으로 주장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경비원이나 청소원, 학교현장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내 직장에 근무하는 시설관리 비정규직이나 경비원 혹은 청소부에 대해서는 다들 무관심이다. 내 주변 가까이에 비정규직이 존재하고 있고, 그들부터 함께 한 일원으로 안고 가는 것부터가 비정규직 운동을 하는 첫 걸음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참세상 자료사진

얼마 전 서울대병원 환경미화원들인 민들레분회 조합원들이 파업을 진행했다. 그들은 한 달에 2번 밖에 쉬지 못하고 하루 12시간씩 일해도 임금은 100만원을 고작 넘긴다. 더군다나 임금체불이 상당액을 차지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은 임금체불 및 고용보장을 주장하면서 빗자루를 놓고 병원 밖으로 나왔다. 남들 쉬고 있을 때 쉬고 싶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것이 이들의 소박한 요구다. 전날 잠을 제대로 못 잤다는 이들에게 파업이라는 것은 엄청난 경험이었을 것이다. ‘투쟁’이라는 구호가 낯설 뿐만 아니라 평생 살아오면서 이런 경험을 할 것이라 꿈에도 생각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비로소 자신들이 당당한 노동자임을 각인하고 서로 어깨들 기대며 열심히 투쟁하고 있다. 하루하루가 이들에게는 드라마 같다.

최근에 대학에 환경미화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공공노조로 조직되고 있다. 이들 또한 새벽같이 출근해서 하루 종일 학교를 누비며 청소하지만 정작 받는 임금은 최저임금에 준한다. 그것도 모자라 별에 별 잡무까지도 해야 한다. 휴게공간도 없어 지저분한 계단이나 난관에서 차가운 밥으로 끼니를 때운다. 연일 학교시설은 신설되는데 이들의 자그마한 공간조차 없다.

내가 비정규직 운동을 하는 이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꿈은 참으로 소박하다. 자기가 일한 대가를 인정받고 싶고 남들 쉴 때 같이 쉬는 것. 더욱더 중요한 것은 일회용품이 아닌 꼭 필요한 사람임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살면서 행한 만큼 돌아오는 것이 있다면 그것만큼 힘이 되는 게 또 있을까? 비정규직 운동도 그렇다. 즉각적인 대가보다는 한 번 더 단결을 외치고 한 번 더 각오를 다지는 것.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모두 인간임을 인정받는 것. 나는 비정규직 운동을 계속 할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꿈이 우리 모두의 꿈으로 이뤄지는 그날까지.

이 글은 오는 27일 오후 2시 만해NGO기념관에서 열릴 ‘비정규직 운동 전망 토론회’를 준비하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와 참세상이 한 특별기획의 두 번째 글입니다. 이 토론회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 운동 10년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10년을 내다보기 위한 논의로 구성될 예정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민영기 님 처럼 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부딪히며 조직화를 고민하고 계신 많은 분들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덧붙이는 말

민영기 님은 공공노조에서 미조직비정규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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