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희망 노동연대'에 절망한다

[울산노동뉴스] 자본에 투항 말고 제자리로 돌아가길

'새희망 노동연대'라는 노동단체가 떴다고 한다. 현대중공업노조와 서울지하철노조 등 이미 민주노총에서 제명되거나 탈퇴, 탈퇴를 시도 중이기도 하며 상급단체 가입이 안된 공무원노조들이 모여서 복수노조 시대 노동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더욱 수상한 것은 워크숍 비용을 노동부가 지원했다는 것이고, 작년에 창립한 노사상생문화포럼 소속 교수와 변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고 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서는 노동부가 기존 노총을 부정하며 제3노총 건설을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노동단체 지원사업 응모'에서 심의한 사업이라서 문제없다고 일축한다.

40여개 노조 200여명이 참석했다고 하며, 소속 조합원이 13만명이라는 구체적 수치가 나오니 기존의 선거판 동원부대 수준의 뉴라이트 소속 신노동연합보다는 훨씬 발전된 형태이다. 내년 7월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27만여명의 제3노총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구체적 징후로 나타나는 것이다.

[출처: 서울지하철노조]

희망연대는 이날 '노동운동의 청렴성을 확보하고 노동자를 섬기면서 국민에게 봉사하는 노동운동을 지향한다'는 취지문을 채택했다. 또 △국민에게 신뢰받는 노동운동 △투쟁보다 정책.공익노조 지향 △사회적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노조로 거듭날 것 등을 결의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들이 바라보는 기존 노동운동의 문제제기와 지향점은 한국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1997년 외환위기 사태 이후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은 대한민국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러운 나라로 만들었다. 2008년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OECD국가와의 사회통계 비교에서 노동시간 1위, 노동의 유연성 1위, 비정규직 1위, 저임금노동자 1위, 산재사망자 1위, 최저출산율 1위, 사교육비 비중 1위, 식품물가상승률 1위를 기록하며 1등이 부끄럽게 만들었다.

최하위여서 부끄러운 것들도 많이 있다. 노조조직률 29위, 단체협약 적용률 30위, 비준국제협약개수 28위, GDP 대비 공적 사회복지 지출 24위(24개국 중), 고위 관리직 여성노동자 비율 24위(24개국 중) 등 국제사회에서 노동자들을 천민취급하는 노동탄압국가로도 유명하다.

1500만 노동자 중 현재 양대 노총에 소속된 조합원은 10%에 불과하다. 90%의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할 권리마저 박탈당한 채 비정규직 저임금 착취노동에 고통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다시 말하면 유럽의 복지국가에서 노조 조직률이 50~90%에 이르는 것을 비교하면 한국은 노조가 약해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는 불평등 나라임을 알 수 있다.

'새희망 노동연대'는 한국사회에 대한 진단과 분석이 잘못된 오류를 범하고 있다. 기업은 성장하는데 고용은 감소하는 시대, 가계부채는 증가하지만 기업의 저축률은 50% 이상 치솟아 노동소득분배율과 사회양극화가 심화되는 게 문제이다.

노동조합을 더욱 강화하여 분배의 정의를 실현해야 할 즈음에 노사협조적 실용노선의 등장은 이명박 정권의 민주노총 죽이기 결정판이 될 수 있다. 일제말기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독립운동을 포기하고 일제에 투항한 것은 희망을 접고 미래를 포기한 데서 나온 행동들이다. '새희망 노동연대'와 제3노총 소식을 들으며 민족의 배신자들을 떠올린다.

지금 한국의 비참한 노동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더욱 강고한 단결투쟁이 필요한 시기이다. 몇몇의 노조간부들이 개인 입신양명과 출세를 위해 정권과 자본의 앞잡이로 전락하는 사건이 아니길 바란다. 이땅에는 56%의 노동자가 비정규직 저임금 착취노동에 노출되어 고통받고 있으며, 70%의 여성들이 아파한다. 제자리로 돌아가길 간곡히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