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사후처벌도 문제지만 이런 범죄의 원인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다음엔 누구일까, 무엇을 바로잡아야 할까,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 혹시 전체 구조를 파악해야만 탈출할 수 있는 큐브 속은 아닌가? 원인을 알아야 반복되는 범죄의 사슬을 끊을 수 있다.
▲ 리차드 윌킨슨과 캐테 픽케트는 ‘평등 사회에 관한 정신 단’계라는 책을 썼다. [출처: 가디언] |
이러한 때에 영국에서 "불평등이 사회를 파괴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12일 영국 가디언(Guardian)과 독일 타즈(TAZ)가 동시 보도한 이번 연구는 영국의 학자 캐테 픽케트(Kate Pickett)와 리차드 윌킨슨(Richard Wilkinson)에 의해 진행되었다.
이 연구는 10년 동안 21개의 개발국가에서 소득 불평등이 건강과 사회적 문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해 포괄적으로 이루어졌다. 평균수명과 유아사망률, 살인과 자살, 정신질환, 중독, 교육과 사회적 가능성, 10대 임신, 과체중에 미치는 영향을 소득 불평등과 연계하여 분석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 영국 그리고 포르투갈에서 부자와 가난한 이 사이의 소득격차는 일본, 북유럽 국가들 보다 컸다. 일본과 북유럽국가들의 소득격차는 상위 20%가 하위 20%에 약 4배 정도에 달했지만, 미국, 영국, 포르투갈 등에서는 8배 이상으로 많게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소득 수준이 절반인 그리스 보다 더 높은 유아사망률을 보인 반면 평균수명은 더 적다. 과체중률은 일본보다 6배나 더 높고, 정신병은 일본의 3배에 달한다. 한편 영국에서의 과체중률은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보다 두배 가량 높다고.
일반적으로, 소득이 불평등한 사회에서의 살인률은 평등한 사회 보다 10배 높고, 심리적 질환은 3배가량 높다. 10대 출산율은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6배에서 8배나 더 높다.
자살과 흡연은 예외적으로 평등한 사회에서 그 빈도수가 높게 나타났는데, 연구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평등한 사회에서의 개인은 무언가 잘못됐을 때 자신에게 그 책임을 돌리는 경향이 강하며", "담배의 경우는 약간 다른데, 그것은 상류층 남성 사이에서 시작하며 상류층 여성으로 이동하고 그런 후 사회적 사다리를 타게 되며 금연 또한 비슷한 패턴을 따른다"고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러니까 담배의 경우는 분석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연구자들의 결과는 한 사회가 불평등하면 할수록, 문제가 커진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부유한 사람들 또한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불행해진다고. "만약 내가 불평등한 사회에서 누군가를 평등한 사회의 좋은 교육과 수입과 연결시킨다면, 이러한 사람들은 상상컨대 보다 오래 살 것이며, 그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보다 잘 공부할 것이다"라고 캐테 픽케트는 타즈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 레이닝 스톤의 한장면 |
그래서 연구자들은 사회를 정의롭게 만들어야 하며, 이것이 보다 저렴하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고 제안했다. 캔로치의 영화 <레이닝 스톤>을 보면, 실직자인 주인공은 돈 때문에 양을 훔치고, 가까스로 잡은 일자리마저 마약을 전달하는 일이라 그만 두고, 급기야 살인에까지 연루된다. 이처럼 사람과 사회를 변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또한, 흉악 범죄자들과 함께 죄를 물어야하는 이들 혹은 구조는 또 없는지 따져볼 일이다.
리차드 윌킨슨은 건강에 대한 불평등과 사회적 영향에 관련 연구에 관해 국제적으로 주도적인 학자이며 영국 노팅엄 의과 대학과 런던대의 명예교수이다. 그와 함께 작업한 캐테 픽케트는 요크 대학의 선임 강사이자 건강 조사를 위한 영국 국가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그들의 연구는 “The Spirit Level(정신의 단계-왜 평등이 모두에게 좋은가)”라는 책에 수록돼 지난 2월 영국에서 출판됐으며 가디언지는 올해 출판된 책 중 가장 중요한 책일 수 있다고 인터뷰에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