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실명제, 효과는 없고 자기검열만 확대

서울대 우지숙 교수팀 연구논문 발표

인터넷 실명제의 효과는 거의 없고 글 쓰기를 위축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8일 서울대 행정대학원 우지숙 교수가 최근 행정대학원이 발간하는 '행정논총'에 실은 논문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의 효과에 대한 실증 연구'에 따르면, 실명제 실시 이후 게시글의 비방과 욕설 정도는 줄어들지 않았고 글쓰기 행위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쳤다.

이 연구는 커뮤니티 포털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dcinside) 게시판을 대상으로 실명제가 시행되기 시작한 2007년 7월 27일 이전과 이후 10일간의 인터넷 글쓰기 행태와 게시글 및 댓글의 내용을 비교했다.


실명제 이후, 게시글 줄고 자기검열 확대

연구에 따르면, 게시글과 댓글 및 삭제글의 빈도는 실명제 이후 뚜렷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슈(정치・사회) 갤러리의 게시글 일일 평균은 실명제 이전 1,319건에서 이후 399.7건으로, 댓글 일일 평균도 실명제 이전 4,259.5건에서 이후 2,156.4건으로 모두 감소한다. 패션(상의) 갤러리 역시 게시글은 실명제 이전 1,185.5건에서 이후 849.5건으로 유의미하게 줄었고 댓글도 3,792.9건에서 2,738.9건으로 줄어, 실명제 후 일어난 글쓰기의 위축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또한 실명제 실행 10일 전후의 글의 분포를 보면, 이슈 갤러리에서 일일 최고 2,000건 이상이던 글 수가 27일을 기점으로 500건 정도로 줄어들고, 댓글 수가 일일 최고 7,000건에서 실명제 이후 4,000건 정도로 줄어들었다. 패션 갤러리에서도 실명제 이전 최고 2,000건 이상이던 게시글이 실명제 이후 1,400건으로, 4,000개 이상이었던 댓글 수가 3,000건 이하로 줄어들었다.

삭제글을 보면, 실명제 이전에는 삭제된 글이 전체 글의 27.0%(18,064개 중 4,871개)였고 이후에는 전체 글의 39.5%(6,615개 중 2,616개)로 글 삭제가 증가했다. 디시인사이드는 대부분 글 작성자 본인이 직접 삭제한 것이기 때문에, 글 쓴 이후 자기검열 차원에서의 위축 효과도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명제, 비방글 감소효과 미미

실명제가 비방이나 욕설 감소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명제 이전에는 게시글의 13.9%가 비방 글이고 이후에는 12.2%가 비방 글인 것으로 나타나, 실명제 전후에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

욕설 사용 여부를 살펴보아도, 실명제 이전에 4.7%였던 욕설 글이 실명제 이후 2.6%로 별 차이가 없었다. 즉, 게시글의 경우 실명제 실시 이전과 이후에 비방과 욕설 사용 모두에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댓글에서는 실명제 이전과 이후 비방적 내용이 26.8%(342개)에서 23.4%(307개)로 감소하였고 댓글에 욕설이 포함된 경우도 5.1%(65개)에서 2.1%(27개)로 감소하였다.

게다가 글 게시자의 특성에 따라 실명제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지는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글게시자가 중게시자이든 보통게시자인든 경게시자이든 실명제 이전과 이후에 게시글의 비방과 욕설 정도에서 차이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커뮤니케이션 위축 효과는 뚜렷

연구에 따르면, 실명제 실시 전후 10일간 정치 사회 게시판에 글을 올린 참여자들의 숫자와 그 구성을 조사한 결과, 글을 쓰는 아이피의 수가 실명제 이전 2,585개에서 이후 737개로 크게 줄었다.

또한 아이피의 구성을 보면 실명제 실시 전후 1일 5회 이상 글을 올린 중게시자의 비율은 비슷하지만 보통게시자의 비율이 10.6%에서 6.4%로 줄어들고, 1일 1회 미만의 경게시자의 비율이 88.8%에서 92.9%로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즉, 하루 1회에서 4회 정도 글을 쓰는 보통게시자들은 줄어들고 1회 미만으로 글을 올리는 비상시적 참여자가 늘어난 것이다.

또한 보통게시자들이 올리는 게시글의 수도 줄어들었다. 전체의 10.6%이면서 44.8%의 게시글을 올리던 보통게시자들이 실명제 이후 32.8%의 게시글을 올리게 된 반면, 경게시자가 올리는 게시글의 비율이 43.2%에서 49.6%로 더 높아졌다.

실명제 실시 이후 게시판에서 경게시자의 비율이 높아지고 이들이 쓰는 게시글의 비율이 전체의 반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터넷 실명제 폐지해야

이 연구는 “실명제의 실시가 비방과 욕설을 감소시키고자 하는 목적을 실제로 달성한다 하더라도, 이 제도로 인해 이용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의 절대량이 적어지고 커뮤니케이션에 참가하는 구성원이 달라지며 의사소통의 내용에 변화가 생긴다면 이러한 변화가 가져올 본질적이고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결론 맺었다.

이에 대해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욕설과 비방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도입한 인터넷 실명제가 오히려 커뮤니케이션만 위축시키는 효과를 보여준 연구”라며 “인터넷 실명제가 인터넷 참여 자체를 막는 것이라면 하루속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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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 , 실명제 , 커뮤니케이션 , 인터넷실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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