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거부 ‘위헌’ 판결

용산진상규명위, “헌법에 위배된 재판은 원천무효”

헌법재판소는 용산참사에서 기소된 철거민들의 재판에서 ‘검찰의 수사기록 공개 거부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낸 헌법소원을 받아들여 위헌을 선고했다.

헌법재판소는 24일 공개변론을 갖고 “증거개시에 관한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법원이 수사서류에 대한 열람ㆍ등사 허용 결정을 하였음에도 검사가 변호인의 열람ㆍ등사 신청을 거부한 행위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이 판결에는 재판관 9명 중 8명이 위헌 의견을 냈고, 기록이 모두 공개되었으므로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각하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1인이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판결문에서 “법원의 수사서류에 대한 열람 등사 허용 결정이 있는 경우 검사는 지체 없이 이에 응하여야 하고, 만일 검사가 이를 신속하게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해당 증인 및 서류 등을 증거로 신청할 수 없는 불이익을 받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검사의 거부행위는 피고인의 열람 등사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피고인의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까지 침해하게 되는 것이므로 검사의 이 사건 거부행위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 제도개선 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헌재의 결정은 용산재판이 얼마나 왜곡되고 편향적으로 진행 되었는지를 명명백백하게 보여주었다”며 “검찰은 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수사기록을 감춰, 피고인들의 변론권을 심각히 침해하며 재판을 파행적으로 이끌었고, 그 결과 철거민들에게 중형이 선고된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한, “비록 항소심 재판부가 철거민들의 재정신청 사건 기록에 있던 수사 기록에 대한 변호인의 열람과 등사를 허용했다고 해도, 항소심이 위헌적 조건에서 진행된 1심 재판의 기록들을 중요한 증거자료로 채택하여 진행된 것이기에, 항소심 역시 공정하고 정당한 재판이었다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수사기록 공개 없이 진행된 1심 재판은 원천 무효이며, 헌법에 위배된 채 진행된 1심 재판을 기본 증거자료로 채택하고 진행된 항소심 판결도 원천 무효”라며 “위헌적 재판을 통해 중형이 선고되어 구속된 철거민들을 즉각 석방하라”하라고 주장했다.

용산참사는 지난해 1월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 옥상에 망루를 설치하고 생존권 보장과 용산4구역 재개발에 반대하는 점거농성을 벌이는 과정에서 경찰 공권력 투입되면서 화재가 발생해 경찰 1명과 철거민 5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1심 재판과정에서 법원의 공개결정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수사기록 3000여쪽을 공개하지 않자 1심 재판부가 재판을 그대로 속행하려 했다. 철거민 변호인단은 재판부 기피신청과 헌법소원을 재기했고 재판은 파행을 겪다가 2009년 10월 1심에서 6~5년의 중형이 선고되었다.

또한, 올해 2월부터 시작된 항소심 재판에서 재판부가 수사기록 3000쪽을 변호인단에 제시했으나, 재판장이 바뀌는 등 파행을 겪으면서 지난 5월31일 항소심 재판부는 용산4상공철거민대책위 이충연 위원장 등 9명에게 징역 5년에서 4년을 선고했다.

한편, 용산참사 철거민 구속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2월 24일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이들은 ‘검찰이 수사기록 3천쪽을 공개하지 않아 많은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겪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한 5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으며, 검찰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할 뜻을 밝힌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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