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교섭하라는 중노위 결정, 불법파업 논란으로 둔갑

대법, “노동위원회 행정지도가 있더라도 파업 적법”

일부 언론이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의 쟁의조정신청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내린 행정지도 결정을 ‘불법 파업’이라고 한 보도에 왜곡논란이 일고 있다. 기아차 지부(김성락 지부장)는 25일까지 쟁의행위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이들 언론이 중노위 결정 중 일부 문장만 잘라쓰면서 파업의 불법성 시비를 걸고 있다고 25일 비난했다. 금속노조는 “파업 자체를 항상 불법인 것으로 보이게끔 쓰고 싶어 환장한 일부 언론이 또 하나의 소재거리를 찾아낸 것”이라며 “‘팩트’ 몇 가지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중노위는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아 쟁의상태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쟁의조정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또 “사측이 전임자 문제를 이유로 교섭자체를 피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며 회사 쪽에 “교섭에 임하라”는 지적도 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들은 이 중 ‘조정대상이 아니’라는 대목만 잘라 보도했다는 지적이다. 금속노조는 “이는 ‘교섭대상도 아니니 노조 파업은 당연히 불법’이라는 논법으로 독자들을 이끈 것”이라며 “회사더러 교섭에 임하라는 중노위 결정 취지를 심하게 비튼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는 “기아차 노조가 전임자 문제로 파업을 벌일 경우 불법이라는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며 “중노위는 24일 기아차 노조가 낸 쟁의조정 신청에 대해 ‘전임자 급여 지급은 쟁의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매일경제도 “중앙노동위원회가 24일 기아차 노사가 신청한 쟁의조정에 대해 행정지도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기아차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불법`이 된다”며 “중노위는 전임자 급여 지급 요구는 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행정지도 결정을 내림에 따라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의 파업 여부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신문은 “중앙노동위원회는 24일 기아차 노조의 쟁의조정 신청과 관련해 ‘교섭이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아 쟁의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행정지도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며 중노위 관계자의 말을 빌어 “이 결정은 노사가 평화적이고 자율적인 대화를 통해 이번 사태를 풀 것을 권고한 것이로 전임자 급여지급 요구는 쟁의대상이 아니며, 정부가 고시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법정한도를 준수하라고 권고했다”고 전했다.


정작 당사자인 기아차 지부는 중노위 조정결과를 두고 “중노위가 행정지도를 통해 사측에게 교섭에 응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고 강조했다. 사측이 그동안 교섭을 거부해 온 명분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기아차 지부는 24일 노조 소식지를 통해 “사측은 행정지도로 교섭결정이 났다고 하더라도, 파업을 하면 불법으로 간주하겠다고 주장했다”며 “이는 심각한 왜곡이다. 행정지도는 ‘교섭을 더 하라’고 권유한 것으로, 행정지도 또한 조정절차를 거친 것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 가결 뒤 파업은 절차적 정당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반박했다.

기아차 지부는 또 “사측은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무력화 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며 “교섭조차 나오지 않고 온갖 거짓으로 조합원을 농락하고 있는 사측의 기만적인 태도에 압도적인 가결로 승리를 확인하자”고 호소했다.

금속노조도 노동위원회 행정지도가 있더라도 파업이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례가 쌓여 있다는 사실을 일부 언론이 은폐했다고 비난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2001년 6월 26일 “노동조합이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하여 조정절차가 마쳐지거나 조정이 종료되지 아니한 채 조정기간이 끝나면 노동조합은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며 “노동위원회가 반드시 조정결정을 한 뒤에 쟁의행위를 하여야 그 절차가 정당한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또 2003년 4월 25일 “조정전치에 관한 규정 취지는 쟁의행위 자체를 금지하려는 데에 있는 것은 아니”라며 “노동위원회 권고결정으로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면 노동조합 쟁의권이 부당하게 침해될 수도 있으므로 권고결정을 받은 이후 그에 따른 교섭을 하지 아니한 채 쟁의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했다. 행정지도 뒤 파업돌입 불법성 논란은 대법원에서 판례로 이미 논란 거리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금속노조는 “판례가 이런데도 일부 언론은 파업 불법논란을 부추기고 어떤 언론은 ‘이번 파업 불법’이라고 단정하기도 했다”며 “대법판례를 아는지 모르는지 해당 기자의 실력과 자질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고 비꼬았다. 금속노조는 “일부 언론사가 현대기아차로부터 거둬들이는 광고수익을 의식해 그곳 홍보실에서 하는 말만 가져다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미뤄 짐작한다”며 “이러한 언론의 현주소가 씁쓸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태그

중노위 , 기아차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용욱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