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3개 쟁점 흘리며 최저임금 시간끌기

노동계, “다람쥐 쳇바퀴 도는 얘기 일 뿐”


29일 자정인 최저임금 교섭시한을 앞두고, 최저임금 위원들은 28일 오후 2시 7차 전원회의에 돌입했다. 7차 전원회의까지 경영계가 인상 수정안으로 내세운 것은 고작 35원. 경영계는 오랜 동결안 고수 끝에 더딘 인상액을 꾸준히 제시하며 시간 끌기에 나서고 있다.

이날 7차 전원회의가 끝날 때 까지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간 논의는 큰 진전이 없는 상태라 최저임금 논의는 법정시한 막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근로자위원인 이찬배 여성연맹위원장은 7차 전원회의 내용에 대해 “회의에서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이야기만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영계가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3가지 근거를 7차 회의까지 오는 동안 반복적으로 제시하고 있고, 근로자위원들은 이를 반박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쟁점1. 최저임금 미달 노동자 고용 문제

황인철 경총 기획홍보본부장은 7차 전원회의 전, 기자들과의 인터뷰 자리에서 “경영계의 당초 동결 주장의 가장 큰 이유는 지난 2000년에서 2008년까지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노동시장 문제점들이 노출 되었다”면서 “따라서 문제점들이 안정될 때 까지 동결해야 할 것을 주장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말한 문제점 중 하나는, 최저임금에 미달된 임금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과 관련한 문제다. 황인철 본부장은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높아져서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가 210만 명에 이르고 있다”면서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사용자들은 모두 범법자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인철 본부장의 관점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최저임금을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 수준까지 낮추면 사용자들의 범법행위를 합법행위로 바꾸어 낼 수밖에 없다. 노동계 측에서는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

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은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비율이 높다는 것은 노동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인데 최저임금가지고 걸고넘어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최저임금 미만 사업장이 발견되어도 노동부에서는 시정명령과 함께 벌금을 부과 할 뿐, 다른 제재는 없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도 28일 오전 11시,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계의 이러한 주장을 비난했다. 이들은 “미달 노동자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노동부가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다양한 중소기업 산업정책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황인철 본부장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최저임금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라면서 “미국도 10년간 계속 동결 했듯이, 우리도 미만률이 최소 5%아래로 떨어질 때까지 동결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쟁점2. 중소기업 위기가 최저임금 때문?

경영계 측에서는 ‘중소기업의 위기’를 들며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나선 바 있다. 황인철 본부장은 “경제가 좋아졌지만 이는 대기업에만 해당될 뿐, 중소기업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계에서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임금수준을 낮추는 것으로 해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전원회의에서 “주요 최저임금 지급대상 사업장은 중소기업으로,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인상여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또한 “2011년에는 2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 40시간제 적용이 예정되어 있고, 중소기업에 큰 부담요인으로 작용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내내 이 주장에 대한 반박을 해 왔다. 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은 “중소기업의 경영위기는 최저임금이 주요 원인이 아닌, 원하청간의 불공정 거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중소기업 경영위기의 최대 주범은 원하청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부리는 대기업의 횡포와, 중소기업에게만 높은 은행 문턱”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15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중소기업 경영환경전망 및 애로 실태조사’에서 중소기업주들은 가장 큰 경영애로사항으로 ‘원자재 등 제조원가 상승(27.4%)을 들었다.

두 번째 애로사항은 ‘자금 등 유동성 확보(22.7%)’였고, 세 번째는 ‘인력 부족 등의 어려움(10.9%)이었다. 반면 최저임금과 간접적이나마 연관이 있는 ’인건비와 물류비의 증가‘의 어려움은 5.6%에 불과했다.

결국 중소기업의 가장 큰 어려움은, 최저임금의 인상이 아닌 원자재 값은 뛰는데 납품단가를 동결하는 대기업의 횡포 때문인 것이다. ‘자금 등 유동성 확보’의 어려움 역시 정부가 나서서 금융정책으로 해결할 문제다.

쟁점 3. 최저임금 인상되면 취업문이 좁아진다?

경영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지난 5월 28일 전원회의에서 “현재의 높은 최저임금 수준은 저임근로자 생계보호라는 최저임금제의 당초 목적을 벗어나 오히려 고용에 악영향을 끼치는 수준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일자리를 구할 수만 있다면 최저임금 수준 이하에서도 일을 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나, 최저임금의 고율 인상은 기업들로 하여금 고용 자체를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은 “최저임금을 줄인다고 고용이 창출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못박으며 “제조업이나 지방 사업장 같은 경우, 85만원 임금으로는 노동자를 구하기가 어려우며, 철도공사 같은 경우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계약금액 역시 인상되어야 노동자들이 일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사업들을 진행중인 청년유니온의 조금득 사무국장은 “OECD에서는 최저임금과 고용에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며, 미국에서 역시 최저임금의 지나친 상승은 10대들의 일자리를 줄이기도 하지만 소비촉진 등 다른 면에서 충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금득 사무국장은 이어서 “대기업들이 나서서 일자리를 줄이는 등, 경영계가 책임지고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고용을 운운하며 최저임금을 깎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고용 악화가 우려되는 영세업체와 같은 경우, 정부 차원에서 중소기업 지원 확대 등의 정책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최저임금법 제 4조인 최저임금의 결정기준과 구분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위의 세 가지 논란은 정작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현실 문제와는 동떨어진 의제들로 채워져 있다. 심지어 황인철 본부장은 “조사에 따르면, 생계비 70만원은 단신근로자가 자신의 생계 뿐 아니라 저축까지 가능한 금액”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1/4분기에 8%를 넘었으며, 물가상승률은 3%가 인상됐다. 하지만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은 경제성장과는 무관하며 물가상승률은 그들의 생계를 옥죄일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경제성장율 수치인 8%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물가상승률 3% 인상안에서부터 논의 되어야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최소의 생활을 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노동자들의 최소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경영계와 공익위원들의 ‘생계’에 관한 관점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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