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노동자, ‘최저임금 인상? 사납금도 인상!’

최저임금 적용해도 열악한 환경은 다를 바 없어

택시노동자들이 29일 오후 4시, 최저임금위원회 앞에 모여 ‘최저임금 쟁취’를 외쳤다. 하지만 이들의 ‘최저임금 쟁취’는 다른 노동자들과 같이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인상 결정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어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택시노동자들은 악덕사업주와 정부에게까지 최저임금을 요구해야 하는 삼중고를 겪고 있었다.


최저임금 인상? 사납금 인상으로 혜택 없어

서울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A(50)씨는 하루 12시간 일을 하고 있다. 근로계약서 상으로는 하루 6시간 40분, 주 5일 근무지만 그만큼의 노동으로는 사납금조차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작년 서울, 부산, 광주 등 7대 도시에서 택시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법이 도입되었지만, 그만큼 사납금 또한 늘었다. A씨는 하루에 10만 3천원의 사납금을 납부해야 한다. 1시간에 1만원씩 벌어들인다 해도 4만원 넘는 돈이 모자란다.

할 수 없이 A씨는 하루 2교대로 나누어서 12시간씩 일을 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일을 해서 그가 하루 수입으로 인정되는 돈은 평균 17000원. 하지만 회사에서는 가스를 일정액만 지원하기 때문에 모자란 가스는 사비로 충당 할 수밖에 없다.

하루 12시간, 주 6일을 일하면서 그가 받는 돈은 기본급 40~50만원의 임금과 야간수당과 임금수당을 합한 120만원.

때문에 A씨는 일을 더 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그는 “하루 12시간 일을 하지만, 밥을 먹고, 가스를 넣다보면 하루에 10시간 정도 밖에 일을 하지 못한다”면서 “최저임금이 도입되어도 택시노동자의 삶은 더 나아질 것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최저임금이 적용되면서 택시노동자들은 한 달 31만원이 넘는 사납금을 내고 있으며, 그들이 혜택 받는 돈은 고작 10만원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택시요금이 500원 인상됐음에도, 택시회사는 결국 500원 인상분을 모두 거두어들이는 형편이다.

A씨는 “최저임금이 인상된다 해도, 택시 회사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택시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은 개선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에 속해 있지 않은 노동자들의 환경은 이보다 더 열악하다. A씨는 “그나마 노조가 있어서 이 정도며, 노조가 없는 택시회사의 노동자들의 환경은 더욱 열악하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없는 택시회사들이 대다수인 만큼, 전반적인 택시노동자들의 현실은 이보다 더 열악하다는 설명이다.

A씨는 이어서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 아닌, 자체적으로 노조를 만든 곳은 사납금이나 임금협상이 주먹구구식이 된다”면서 “사측은 대부분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있으며, 실제로 무노조인 곳은 노조가 있는 곳 보다 사납금이 10000원에서 20000원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택시 노동자, 과로로 죽어도‘산재 처리’힘들어

12시간 이상 운전을 해야 하는 택시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은 여러 지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서울에서 택시운전을 하고 있는 B씨는 시력 저하가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 그는 “밤과 새벽에 운전을 하다보면 불빛을 계속 봐야하기 때문에, 다음날 일어나면 눈이 잘 떠지지 않고 시력 또한 급격히 저하된다”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좁은 공간 안에서 고정된 자세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관절염이나 어깨통증 또한 만만치 않다. 피로 누적으로 사고 또한 많이 일어난다. 법인택시 운전사들의 사고율은 개인택시 사고율의 5배가 넘는다.

하지만 피로누적으로 인한 사고는 해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B씨는 “사고가 많이 일어나면 그만큼 보험율이 인상되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3번 사고가 나면 노동자를 해고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택시노동자들의 업무에 따른 건강 악화는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다. B씨는 “사고가 나야 산재로 인정받는다”면서 “운전을 하다 과로사로 죽어도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복잡한 소송을 해야 하며, 소송을 한다 해도 과거 지병으로 간주되어 산재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각종 위험에 노출되어있는 택시노동자들이지만, 그들의 형편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작년 7대도시에 이어 올해 7월부터 중소도시는 택시노동자들은 최저임금법을 적용받게 되었지만, 사측은 이것을 빌미로 노동자를 대량 해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도내 창원, 진주, 진해, 밀양, 통영, 김해 등 20여개 택시회사들은 민주택시본부 1000여명의 노동자들에게 “2010년 7월 1일부터 적용될 최저임금제 시행에 따른 경영상 이유로 부득이 종사원인 귀하를 2010년 6월 30일부로 해고한다”며 해고 예고 통지서를 발송했다.

최저임금조차 노동자들에게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구수영 민주택시 본부장은 택시노동자 통력투쟁 결의대회에서 “경남지역 택시노동자들은 7월 1일이면 해고될 위기에 놓여 있지만 정부는 수수방관 하고 있다”면서 “헌법에 따라 모든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울분을 토했다.

최저임금 교섭 시한 마지막 날. 최저임금위원회 안에서는 위원들이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밖에서는 그 조차 담보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적용을 요구하고 있었다.

5원 또는 10원의 인상안으로 격렬한 토론이 벌어지는 최임위는 6월에 마무리 되지만 그에 따른 제도적 보완은 최임위에게 관심 밖이다. 따라서 “최저임금만 결정하지 말고, 우리에게도 올바른 최저임금이 적용되도록 노력해 달라”는 택시노동자들의 요구는 최임위의 인상안 결정 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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