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스마트폰 진출과 공인인증의 완화

15년간 독점된 공인인증 방식은 어떻게 완화되었나?

방송통신위원회와 금융위원회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Active X (액티브 엑스)” 프로그램을 이용한 공인인증서 사용을 의무화한 규칙을 완화하면서 인터넷 검색프로그램(웹 브라우져) 시장의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인터넷을 이용한 금융거래는 공인인증서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공인인증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기반 운영체제(OS)와 액티브X가 구동되는 웹 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 IE)를 사용해야 한다.

때문에 애플의 맥OS를 사용하는 사람이나 리눅스 사용자의 경우 액티브X 문제로 인해 인터넷 뱅킹 사용에 제한을 받아왔다. 금융 서비스 때문에 윈도우가 설치된 PC를 별도로 구매하는 사람도 있었다. 윈도우를 쓰더라도 익스플로러가 아닌 다른 검색프로그램 사용자도 은행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익스플로러를 써야 했다.

전자결제 완화...익스플로러 독점 깨지나?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는 5월 31일 전자금융거래시 공인인증서와 병행 사용할 수 있는 인증방법에 대한 안전성 가이드라인을 확정, 발표했다.

또한, 금융위원회도 지난 6월 23일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안을 의결하고 ‘공인인증서외의 인증방법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 현행 규제를 개선, 다양한 인증방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7월부터 인증방법평가위원회의 승인을 거치면 공인인증서 외에 다른 방식으로 전자결제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러한 공인인증방식의 다양화를 두고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독점체제가 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월30일, 한국정부가 인터넷 브라우져 규칙의 철폐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90년대의 구식 보안기술과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웹 브라우져인 "인터넷 익스플로러(IE)"의 독점체제가 사실상 깨진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그동안 많은 나라의 정부는 인터넷 브라우져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독점 체제를 깨기 위해 노력했지만, 한국은 그러한 움직임과는 대조적으로 오랜시간 그대로 있었다”며, “그 결과 한국의 사용자가 인터넷 쇼핑을 할 때마다, 각 사이트에서 플러그인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 사용하는 불편함을 감수해 왔다”고 밝혔다.

한국이 이런 규제를 마련한 것은 1999년이다. 미국이 암호화 기술의 수출을 금지한 것에 맞서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거래를 보호하는 독특한 방법을 개발했다. 한국 정부가 사용한 것은 1996년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Active X (액티브 엑스)”다. 따라서 한국의 사용자들은 인터넷 거래를 하는 경우 기본적으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익스플로러 외에 이용자가 가장 많은 검색프로그램인 파이어폭스(FireFox)로는 은행업무를 볼 수가 없어 은행결제 시에는 따로 익스플로러를 써야 했다. 웹 개발회사의 한 임원은 파이어폭스가 약 500만번 다운로드 되었어도 정기적인 이용자는 50만명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며,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은행거래 문제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무튼, 이번 조치로 익스플로러의 독점체제는 상당수준 완화 될 것으로 보인다.

규제완화와 삼성의 스마트폰 진출

한편, 스마트폰을 이용한 결제도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스마트폰으로 전자결제가 제한되었다. 애플사의 아이폰의 경우 인터넷 검색프로그램으로 ‘사파리’를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구글의 안드로이드 폰도 인터넷 검색에는 ‘크롬’이라는 전용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누구도 윈도우 OS에 익스플로러에서만 사용되는 엑티브 엑스를 쓰지 않아 스마트폰으로는 원칙적으로 전자결제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각 은행이 인증표준을 지킨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를 스마트폰에 깔아야 인터넷 뱅킹이 가능했다.

심지어 해당 스마트폰의 유료 애플리케이션도 구입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아이폰의 경우 미국에서 만든 신용카드나 키프트 카드로 결제를 하거나, 한국 신용카드가 통용되는 중국계정이나 일본계정을 만들어서 중국이나 일본 아이튠에서 구입하거나 하는 편법을 사용했다.

안드로이드 탑재 스마트폰의 상황은 한층 더 험악했다. 안드로이드 폰 사용자들은 SK텔레콤의 T스토어에 있는 콘텐츠 이외에 해외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유료 콘텐츠를 구매할 수 없다.

구글이 자사의 결제서비스인 ‘체크아웃’을 우리나라 고객에게 맞게 제공하지 않았고, 지난 2월 모토로이 출시 이후 지금까지 계속 문제로 지적돼 왔다. 결국 구글이 한국의 결제시스템에 맞추던지 한국의 결제시스템을 바꾸던지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공교롭게도, 아이폰이 폭발적으로 보급될 때도 별로 움직이지 않던 방통위와 금융위가 삼성의 안드로이폰 출시 발표이후 전자결제의 다양화를 위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4월 하순 삼성의 첫 안드로이드 폰인 갤럭시A가 출시되었다. 이에 앞서 방통위는 4월부터 공인인증서 없이 스마트폰을 이용한 30만원 미만의 소액결제가 가능하게 조치했다.

또 6월 하순 갤럭시S의 출시에 앞서 금융위원회는 앞서 밝힌대로 인증평가위나 지정한 공인기관에서 기술검증을 받으면 OS나 프로그램에 관계없이 금융기관이 직접 인증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7월부터 스마트폰에 상관없이 인증검증을 거친 방식이면 인터넷 뱅킹과 금융결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정보통신 기술은 매우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고, 규제나 기술표준도 기술발전 속도와 이용자들의 수용 방식에 맞춰 변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정책과 기술표준을 결정하는 방식이 이용자들의 편의와 기술발전의 고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경우 ‘자본의 시장진출’이라는 직접적인 요구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 폰인 갤럭시의 시장진출이 급속도인 만큼 지난 15년동안 지배해 왔던 전자결제 방식도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