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생계비 50만원...“음료수 한잔 사 먹기 힘들어”

2011년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민생보위’ 결성

최저생계비는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의 생계를 보장하고 있을까.

2010년 현재 1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50만 4344원이며, 4인 가구는 132만 6609원이다. 2009년보다 2.75%가 인상된 액수지만, 최저생계비 제도 도입 이래 가장 최저치로 인상 된 상태라 물가인상률조차 반영되지 못했다.

때문에 기초생활수급권자를 비롯한 빈곤층은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는 2011년 최저생계비 계측논의가 한창이지만 전망은 밝지 못하다.

이에 빈곤사회연대와 참여연대, 홈리스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는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최저생계비 결정을 촉구하는 ‘민/생/보/위(민중생활보장위원회)’를 결성하고, 8일 오후 2시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수급 당사자들이 참석해 그들의 열악한 생계문제를 털어놓고, ‘민생보위’의 이후 계획들을 발표하기도 했다.

“시원한 음료수 한번 마음 놓고 먹어 봤으면”

수급 당사자이자 ‘민생보위’의 위원인 김학식씨는 “호화스럽게 살지는 못해도 더운 날 음료수 한 잔 떳떳하게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그의 기초생활수급비 실 수령액은 42만원. 거주비 22만원을 제하고 나면 20만원으로 한 달의 생계를 꾸려야 한다. 부가적인 요금을 내고, 쌀과 반찬을 사고 나면 쓸 수 있는 돈이 남아있지 않다.

더운 여름 물이나 음료수를 사 먹고 싶지만, ‘한 번 만 참자, 오늘만 참자’라는 심정으로 버티고 있다. 참는 것이 지긋지긋해, 요즘에는 아예 해가 지고 선선해지는 저녁에 외출을 하곤 한다.

“3년 전에 강남의 한 호텔에서 수급비 논의가 있다고 해서 호텔 앞에서 현실화 요구를 하고 있었다. 근데 한 호텔직원이 나와 ‘저 사람들 식사하고 있는데 뭐하러 지금 데모하나’라고 했다. 그때 회의 참석자 식사비는 1인당 3만원이었다. 우리는 1년에 고작 14000~15000원의 수급비가 올라가는데, 그들은 수급 인상액의 2배가 넘는 비용을 한 끼 식사로 지불하고 있었다.”

또한 그는 “7월 1일부터 가계부를 쓰고 있지만, 5장 또는 6장 건너서 하나씩 쓰고 있다. 쓸 내용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죽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기는 하지만, 솔직히 견디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수급 당사자인 지영씨와 그의 남편은 중증 장애인이다. 2명에 해당하는 수급비는 생계비, 주거비 등 3개의 단위로 나누어져 매달 20일 날 지급된다. 지급된 총 액은 80만원을 웃도는 수준. 두 사람이 한 달 동안 80만원으로 살아야 하는 실정인 것이다.


지영씨는 결혼 전에 남편에게 “혼인신고를 하지 말자”라고 했다. 혼자 살 때는 생계비가 40만원이 조금 넘지만 혼인신고를 하고 나면 두 사람 몫으로 55만 원 정도가 지급되기 때문이다. 약 20만 원 정도의 생계비가 삭감되는 꼴이다.

사실 지영씨와 남편 몫으로는 장애수당이 각각 16만원씩 지급된다. 하지만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닐 수밖에 없는 그들에게 이 돈은 휠체어 유지비로도 모자라다. 전동휠체어를 밤마다 충전해야 하는데 이에 따르는 전기비가 만만치 않고, 1년에 한 번씩은 휠체어 배터리를 갈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배터리의 가격은 30만원 수준. 지영씨는 “배터리를 한 번 갈기 위해서는 굶기까지 해야 한다”면서 “15000원이 아닌, 15만원의 수급비가 인상된다면 휠체어 배터리 교체하는 돈으로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달 50만원? 한번 살아 보세요

참여연대는 지난 1일부터 최저생계비만으로 한 달을 살아보는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UP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임성호씨는 최저생계비로 한 달을 사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다.

그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오늘이 8일째이지만, 벌써 최저생계비의 50% 이상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정부에서 말하는 87000원짜리 월세방을 찾을 수도 없을 뿐 더러 한 끼 식사는 최소 2000원인데, 이 돈으로는 매 끼니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더울 때 음료수 한 잔 사먹으면 한 끼는 굶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저생계비는 8일간 우리를 말이 되지 않는 생활로 몰아가고 있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이렇게 높은 지출을 보인 이유는 방세, 가구집기비, 가사용품비 등 초기 주거마련 및 가구집기 마련에 비용이 많이 소요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이는 정부가 정한 가구별 최저생계비의 비목별 해당금액을 이미 초과한 것으로 최저생계비 비목별 기준의 비현실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현실에 대해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한국사회에서의 최저생계비는 한 사람이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또한 “최저생계비는 정부의 일방적인 근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닌, 저소득층의 현실적 삶을 토대로 정해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민생보위’는 이후 최저생계비 현실화와 상대빈곤선 도입, 기초법 개정을 활동들을 해 나갈 예정이다. 이들은 “7-8월 최저생계비 결정을 위한 토론과 조사를 통해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기준선을 제시할 것이며, 우리의 요구가 중앙생활보장위원회 결정과정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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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블랑

    맞아요 저는장애2급이라서 약타고 얘들2명이랑 생활하려면 이돈으로 빠듯하고 생할비받은지 5일이면 바닥나요 이것저것 구입하고나면 터무니없이 부족합니다 수급비 공감합니다물가오르는거에 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