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교육쟁점, 보수는 무엇을 말하나

교원평가, 학업성취도,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보수의 입장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진보교육감이 대거 선출되면서 교육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폐쇄적인 교육 현실에서 진보적 제안을 가지고 돌파구를 마련하려다 보니 여러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일제고사와 교원평가를 부정하고 학생인권조례의 도입을 주장하는 진보적 교육감은 보수 단체와 언론에 의해 ‘좌파 교육감의 선동’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현재 교육계의 쟁점들은 ‘경쟁과 평가’를 앞세우는 보수 세력과 ‘인권과 자율’을 주장하는 진보세력간의 갈등으로 번져, 이념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보수와 진보 세력 모두 교육 정책의 이념적 색깔론을 부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책의 기저에 깔려있는 이념적 성향은 분명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보수세력은 ‘경쟁과 평가’라는 자본주의적인 교육정책을 바탕으로 진보세력의 교육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교원평가와 일제고사를 통해 학생과 교사를 평가 하고 경쟁시키겠다는 주장은 분명 이러한 성향을 반영하고 있다.

9일 오후 2시, 보수 단체는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이와 같은 교육 성향을 적극적으로 공개했다. 바른사회시민단체를 비롯한 보수 인사들은 ‘교원평가, 학업성취도평가, 학생인권조례: 3대 교육쟁점 진단’ 토론회를 통해 ‘교원평가의 법제화’, ‘일제고사를 통한 학력진단’, ‘학생인권조례 반대’를 주장했다.


“교원평가, 법제화 시켜야 한다”

교원평가제 도입은 ‘부적격 교사 퇴출’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부적격 교사에 대한 판단이 모호하기 때문에, 평가가 왜곡되거나 교장 등의 권력층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평가 항목에 대한 부실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토론회에 참여한 보수 인사들은 이 같은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교원평가제의 법제화를 강하게 주장했다. 김정수 좋은학교만들기학부모모임 운영위원장은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학부모들은 하루 참관하고 평가를 하게 돼 있어 일선학교에서는 황당할 뿐”이라면서 “학생 만족도 역시 아이스크림 사주고, 수업이 느슨한 선생에게 높은 평가를 내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올바르고 공정한 평가 잣대가 없기 때문에 전북 교육감이 교원평가를 폐지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면서 공정한 평가 잣대의 도입을 주장했다. 하지만 김정수 위원장은 무엇보다 ‘법제화’를 강하게 주장했다.

법률적 근거를 갖추지 못한 상태여서, 교원평가제를 거부하는 전교조 교사들을 직접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 것이다. 그는 “모든 시스템이 경쟁으로 돌아가고 있는 사회에서 교원들만 평가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이기적인 발상”이라면서 “일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초임시절부터 누적되어 승진점수로 이어지는 교원평가의 법제화가 시급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역시 평가방법은 보완되어야 하지만 교원들에 대한 평가는 이루어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성호 교수는 “교총과 얘기해 본 결과 그들은 거부하는 것이 아닌, 평가방법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었다”면서 “그들이 문제제기 하는 것은 고등학생이 교사를 평가하는 것과 초등학생이 교사를 평가하는 것은 같은 비중으로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며, 타당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교원평가의 당위성에 대해 “교사들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면 안 된다”면서 “평가받기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나”라고 주장했다. 또한 “교원평가는 실적평가도 아니고 인사하고 연결되지도 않는다”면서 평가의 왜곡이나 악용의 소지를 부정했다.

전우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학생성취도평가나 교원평가에서 1등과 45등의 차별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차별이 본질적 효과는 아니다”라면서 “교원평가의 기본적 위지는 교육내용과 교육방법에 대한 진단”이라고 설명했다.

“일제고사, 부작용보다 순기능 생각해야”

지난 10일 광화문 파이낸셜센터 앞에서 50여 명의 중고등학생들이 집회를 열고 경쟁교육을 부추기는 일제고사 폐지를 촉구했다. 일제고사 폐지는 당사자인 학생들을 비롯해 전교조와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의 공통된 주장이었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역시 후보시절 일제고사 폐지를 내세운 바 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일제고사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일제고사가 학생들에게 보충수업을 강요하고, 성적경쟁을 가열화 시키며, 학교의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근거를 내세우고 있다. 일부 초등학교에서 야간자율 학습을 시키는 등의 부작용 역시 일제고사 폐지 이유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쟁과 서열화로부터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학업성취도평가를 거부한다는 교원단체의 주장은 위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살률과 심야 공부를 연관 짓는 것은 감상적이고 비과학적인 얘기”라면서 “특히 사교육비와 자살률은 수능의 영향이 큰데, 학업성취도평가만을 걸고넘어지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김정수 운영위원장은 일제고사가 학교간의 경쟁을 부추기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기초학력 보충의 목적으로 일제고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각 시도에서 일제고사 결과가 낮으면 교육감이 평가를 낮게 받게 되고, 교육청도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에 학교장에게 압력을 가한다”면서 “교장들은 좌천 등의 불이익을 걱정해 목을 매달고 아이들을 성취도평가로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하지만 성취도평가는 수학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기초학력을 보충해준다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교장 교감은 학교성적 신장이 목적이 아닌 아이들의 학교 성취도를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일제고사가 시행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자신의 실력을 모르면 공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평준화의 틀을 깨고 실력에 맞는 교과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일제고사가 단지 ‘진단’과 ‘평가’의 의미를 넘어 수준별 교육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그는 실제로 “학업성취도평가를 통해 학력수준과 학교문제점을 찾고, 수준별 교육을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이성호 교수는 학업성취도평가의 부작용 대신 순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어떤 국가에도 완벽한 제도는 존재하지 않으며, 문제점을 들어서 반대하면 시행할 수 있는 제도는 아무것도 없다”라며 “부작용보다는 순기능이 얼마나 비중이 큰가를 생각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학업성취도평가의 순기능으로 진단과 분석을 꼽았다. 학교 서열화에 대해서는 “평가를 하지 않는다고 학교간의 격차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취약한 학교들에 대한 차등지원을 통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면 학교간의 격차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학생인권조례는 진보적 유권자 생산의 수단”

보수층에서 학생인권조례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학생인권조례의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학생들이 선동한다는 것이다. 이번 토론회에서 역시 패널들은 학생인권조례에 관해 정치적 접근 태도를 보였다. 인권조례 자체에 대한 문제점 비판 보다는 정치적 우려를 표시하고 나서는 경우가 대다수였던 것이다.

특히 김정수 운영위원장은 학생인권조례는 진보적 유권자를 생산해내려는 진보의 정책라고 주장했다. 그는 “4년 전,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했을 때 자유와 방임을 경험하게 된 경기도 학생들은 신이 났었다”면서 “4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선거권을 가진 젊은이가 됐다”고 설명했다. 즉 학생인권조례는 진보적 유권자를 생산해 내는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김정수 위원장은 “김상곤을 보고 곽노현 역시 이를 실행하려는 것으로, 좌파 교육감의 실체를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수 위원장은 이어서 진보적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계의 좌파 성향을 지적했다. 그는 “김상곤과 곽노현을 추적해본 결과 그들은 사회주의 국가를 시도하려 했었다”고 주장하며 “경기도 지역은 8년 뒤, 서울은 4년 뒤 유권자가 된 젊은이들이 누굴 뽑겠나”며 우려했다.

학생인권조례를 막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학생들에게 방종을 가르친다면, 나중에는 무엇이든 거부하고 교육체제가 허물어 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인권의 부분을 또 한 번 조례제정 함으로 인해, 헌법의 가치가 부정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회를 맡은 조동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학생인권조례는 강아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처럼, 조례가 헌법을 능멸하는 것이며 국격을 훼손하는 자해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서 “오염되지 않고, 손을 대서는 안 되는 미래사업인 학생들을 정치적 도구화로 이용하려는 것은 진보가 아니다”라면서 “과거 중국의 문화혁명도 이런 식이었기 때문에 중국이 발전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보수층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담고 있는 수업권, 복지, 신체의 자유 등을 포함한 학생인권 일반에 대한 고민 보다는, 교육계에 불어 닥칠 진보적 정책들이 끼칠 영향을 먼저 생각했다. 이는 현 교육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념 갈등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쟁과 평가’ 밑에 깔려 있는 자본주의적 성향은 차치하더라고, 보수층의 주장하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반대 근거는 미약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보수층이 주장하는 교육 기조가 대중들과 공감하기 위해서는 이원희의 ‘부적격 교사 10% 퇴출’같은 자극적인 선전이 아닌, 진보 교육감이 내놓은 정책에 대한 교육적 비판과 대안 수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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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성취도 , 교원평가 , 일제고사 , 학생인권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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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수기자

    보수는 학생들을 노예로 여깁니다.
    역사적 자본,노예본능은 참 영원하군요.
    한심한 보수 늙은 영감태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