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귀를 열고 우리의 외침을 진지하게 들어라”

[인터뷰] 엄경철 KBS본부장

지난 1일부터 시작한 파업이 10일을 넘어 KBS 프로그램 곳곳에서 ‘땜방’이 나타나고 있다. KBS 사측은 조합원들에게 업무복귀 명령과 문자를 보내고, 부서장들이 직접 전화로 회유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로 노조의 합법파업에 제동을 걸려고 하지만, KBS본부 파업은 오히려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우유빛깔’ 엄경철 KBS본부장이 서 있다.


조합원과 KBS, 그리고 국민의 행복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엄 본부장은 이번 투쟁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겠다고 말한다. 의로운 싸움은 반드시 이긴다. ‘비호감 인물’들에 의해 지난 2년간 KBS는 국민의 방송에서 ‘김비서(KBS) 방송’으로 무너져 내렸다.

‘KBS를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는 내부 구성원들의 분노는 새노조 결성으로 이어졌고, KBS를 변화시키려는 총파업 투쟁으로 새노조의 존재를 알렸다. 엄 본부장은 “단체협약은 공영방송 KBS를 더욱 공영방송답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며 “조합원들은 단협의 절실함과 절박함을 몸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운동과 언론운동을 하는 것은 언론노조의 기본적인 책무다. 엄 본부장은 “공정방송 쟁취는 언론노동자의 근로조건과 직결된 내용”이라며 “편파적인 보도가 나갔을 때 조합원들이 느끼는 심리적 고통은 너무나 크다”고 강조했다.

엄경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을 9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 ‘KBS PD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다. 건강은 어떤가?
파업 첫날 이튿날은 몸 상태가 안 좋았다. 심리적인 스트레스와 걱정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매우 좋아졌다.

- 파업 대오는 어떤가?
파업 9일 차인데 횟수를 더할수록 조합원들의 열기가 더욱 뜨겁다. 파업대오가 계속 유지되고 있고, 우리를 지지하고 동참하는 내부의 비조합원들이 새노조에 가입하고 있어, 큰 힘을 주고 있다.

현재 상황에는 본사 지역 할 것 없이 업무 복귀 조합원은 거의 없다. 부득이하게 이미 예정된 촬영 때문에 들어갔다가도 후배의 간곡한 호소로 파업 현장으로 다시 나오는 경우도 있다.

- 현재 조합원 수는
파업 직전에 840여 명이었다. 어제 기준으로 920명이 됐고, 오늘 광주 지역 PD들이 10여 명이 가입할 것이고, 기술, 경영, 스튜디오 카메라맨들이 합류할 예정이다. 조합원 1천 명을 돌파할 수 있을 것 같다.

- 지역 상황은 어떠한가?
파업 전 걱정을 많이 했다. 지역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고, 고립되어 있어서 파업 열기가 약화하지 않을까 우려가 컸다. 하지만 지역에서도 자체 프로그램을 잘 운영하고 있다. 사회봉사활동도 하고, 선전전과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굳게 연대해 가면서 자체적으로 스스로 힘을 다지고 키우고 있었다.

조합원들이 새로운 조합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과거처럼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선도하고 이끄는 모습이 아닌 스스로 노조에 참여해 조합을 만들어가고 있다. 집단 지성, 집단행동 모델로 고무적인 일이 각 영역에서 보인다.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앞으로 KBS 역사의 큰 자산이 될 것 같다. 이 조합원들이 연차가 쌓이고 KBS에서 중요한 일을 하면서, 내부 체질을 변화시킬 것이다.

- 지난 7일 'KBS 개념탑재 문화제'를 성공적으로 했다
가슴 뭉클했다. KBS 앞에서 KBS를 제자리로 살리겠다는 외침이 2년 만에 되살아난 것이다.

이번 개념 탑재 문화제는 KBS 구성원들이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시민들에게 약속하는 자리였다.

우리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시민이 이렇게 많구나. 스스로 힘을 확인하고 저력을 느끼고, 공감하는 자리였다. 개념들이 많이 심어졌을 것이다. 6층 경영진들도 개념이 심어졌으면 좋겠다.



- 그렇다면 파업 배경은?
‘KBS를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는 내부 구성원들이 모여서 만든 새로운 구심체인 ‘새노조’를 인정하게 하는 싸움이다. 인정을 받아서 그것을 기반으로 내부에서 새로운 변화를 이끄는 싸움을 하기 위해 파업을 한 것이다. 외면적 모습은 단체협약 쟁취다. 노조의 제도적 틀인 단체협약을 맺고 그것을 통해 노조활동이 가능하다. 단체협약은 공영방송 KBS를 공영방송답게 만드는 새로운 구심체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이것이 매우 절실하고 절박하다는 것을 몸으로 알고 있다.

이번 파업은 KBS에 양심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 계기가 된 것 같다. 지난 2년 동안 KBS가 계속 추락하면서 국민들에게 지탄과 조롱을 받았다. 이번 파업으로 KBS에게 희망을 품고, KBS에게 박수를 보내고, 따뜻한 눈길로 KBS를 보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 현재 사측의 입장은?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초강경 대응을 하고 있다. 집회 현장을 원천 봉쇄하거나 또 집회가 어렵게 열려도 출입을 통제한다거나 물리적 마찰 유도하는 방식으로 계속 우리를 압박하고, 방해하고 있다. 파업의 열기를 누그러트리려는 시도다.

회사는 7월 5일 자로 업무복귀 명령을 내렸다. 또 조합원 개인별로 인사위 회부, 심지어는 해외 연수가 결정된 사람에게는 연수가 취소될 수 있다는 등의 압박을 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 대화 창구는 마련돼 있나?
공식적으로는 요지부동이다. 단체협약안 중 핵심적인 안을 어떻게 풀 것인가에 내부적으로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것 같다. 겉으로 초강경으로 대응하지만, 타협 없이는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사측도 알고 있다. 공방위를 어떻게 할 것인지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사측은 공정방송을 요구해 불법파업이라고 하는데
방송사 특성상 근로조건과 직결된 것이 공정방송이다. 편파적인 보도가 나갔을 때 조합원들이 느끼는 심리적 고통은 분명히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것이다.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것은 노조가 합법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근로조건 개선 요구다. 언론사 노조는 노동운동과 언론운동을 해야 하는 사회적 책무가 있다. 국민은 노조가 공정방송을 위해 싸우라고 요구하고 있고, 우리는 그것에 화답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회사에 공정방송을 요구하고, 이를 위해 제도적 틀을 만드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사측이 말하는 불법파업은 법리적으로도 사회적인 요구를 보더라도 스스로 자가당착이다.

- 앞으로 투쟁 전망은?
파업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간다. 애초부터 일정 정도 각오했었다. 회사 강경론자들이 이번 기회에 새노조를 주저 앉히자는 말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예상외로 파업 대오가 단단해지고 장기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 사측이 당황해 하고 난감해 하고 있다.

장기화를 전제로 회사에 더 고민을 던져줘서 스스로 우리 요구안에 답변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싸움의 방식이다. 조만간에 회사 측에서 어떤 매시지가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전망은 우리 요구 달성에 어렵지 않다고 본다. KBS를 살리겠다는 싸움이다.

- 장기화할 때 다른 복안은 있나?
전 조합원이 일치단결해서 하는 총파업보다 강도 높은 싸움은 없다. 길이 막혔을 때 길을 뚫기 위해 몸을 던지는 것이 단식인데, 필요하다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은 조합원들과 함께 길을 뚫을 수 있다고 생각해 남겨둔 싸움이 단식이다. 하지만, 나의 아들이 단식을 싫어한다. 조합원들과 함께 길을 만들겠다.

- 투쟁의 목표는?
기본적으로 단체협약을 쟁취해서 노조를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독자적인 공정방송위 설치해서 앞으로 새 노조가 국민의 비난을 받고 있는 뉴스의 불공정성 편파성을 제기하고, 제동을 걸고 개선하는 일을 해야 한다. 새로운 구심체를 만들어서 KBS 내부에 산소 같은 역할을 하겠다. 구심체를 중심으로 더 많은 조합원이 모여서 KBS의 건강성을 유지하고, 건강한 세력이 대세가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 김인규 사장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 많은 조합원이 왜 자발적으로 파업현장에 왔을까. 그것을 김인규 사장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김 사장은 ‘공영방송을 장악하려고 온 사람이 아니다. 기자의 자율성, 보도 독립성 훼손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2년 동안 내부의 억압 구조에 대한 분노가 표출된 것이 이번 파업이다. 이번 파업의 이유를 수장이라면 귀담아들어야 한다. 현재 김인규 사장과 경영진들은 본인들의 입장에서만 바라보기 때문에 소통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 귀를 열고, 우리의 외침을 진지하게 들었으면 하다.

-‘비호감 16강’ 행사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김인규 사장을 함께 선택했는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서 이명박 대통령의 방송장악 시도가 전 영역에서 이뤄졌다. KBS, MBC, YTN 다 이뤄졌다. 김인규 사장은 그런 연장 선상에서 실행하고 있다. 당시 누가 더 비호감이라고 선택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두 명 모두를 비호감으로 선택했다.

- 언론노조 조합원들에 한마디 한다면?
각 본부 지부 분회에서 금전적으로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여러 가지 지원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것에 감사하다. 하지만 많이 배고프다. 부탁하고 싶은 것은 KBS 파업 싸움의 의미를 알리고 공감대를 넓혀주셨으면 한다. 우리 싸움이 KBS만의 싸움이 아닌 한국 언론에서 분명히 필요한 싸움이다. 한국 언론이 더욱 독립, 자율적인 영역을 넓히고 깊게 하는 것으로 함께하는 싸움으로 일상생활에서 지지와 연대를 해 주셨으면 한다. 아시는 KBS 본부 조합원들에게 응원 문자도 보내주셨으면 한다.

-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은?
예능 프로그램이 차질이 본격화하고 있어 불편함을 겪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죄송스럽다. 그러나 예능 피디들이 왜 사랑하는 자기 프로그램을 놓고 파업을 하고 있을까? 파업의 이유를 한 번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파업했는데, 파업을 비난하는 사측보다 파업에 참여한 PD들에게 응원이 많이 오고 있다. 좀 불편하시더라도 승리하면,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열정적으로 보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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