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이 연행되기 직전, 경찰들에게 외친 말이다.
현대기아차 사측의 원청 사용자성 인정을 요구하며 노숙 농성을 진행 중이던 동희오토 조합원들이 13일 오후 5시,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노숙 농성을 진행한 지 1일째 되는 날이었다.
밤샘 농성에서 그들을 괴롭힌 것은 용역
조합원들은 지난 12일 12시, 동희오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교섭요청 공문을 정몽구 회장에게 전달하려 했지만 80여 명의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가로막혔다. 이후 그들이 선택한 것은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 노숙농성. 사측에서 거부하고 있는 직접교섭이 이루어질 때까지 무기한 노숙농성을 진행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12일 늦은 밤부터 13일 아침까지 이어진 조합원들의 노숙농성은 험난했다. 12일 11시, 용역들이 농성장에 난입해 침낭 2개를 강탈한 것을 시작으로, 잠을 자는 조합원들을 향해 헤드라이트를 비추고, 차 배기구에서 매연을 뿜었다. 심지어 건물외벽을 청소하겠다며 물대포를 쏘아대기도 했다.
본사 건물은 용역과 버스 등 바리케이트로 철저히 폐쇄돼 있었다. 현대 자동차의 ‘모닝’을 만들어 온 노동자들은 회사의 철저한 배제에 놓여졌다. 사측에서 고용한 용역들에 의한 괴롭힘은 사측이 그들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조합원들이 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이다. 조합원들은 “기아차 서산공장인 동회오토는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동회오토의 토지와 건물은 현대차에서 임대 했으며, 기계장치들은 현대 캐피탈에서 금융리스로 빌려 쓰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회오토에서 생산되는 ‘모닝’은 연구와 개발을 비롯해 판매와 A/S등 모든 것을 기아차가 담당하고 있었다.
동회오토 조합원들은 “상황이 이런데도 동회오토가 현대기아차 그룹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노동자들을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면서 “사측에서 거부하고 있는 교섭에 정몽구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위일체’된 ‘사측, 용역, 경찰’의 조합원 연행 작전
‘원청 사용자성 쟁취 및 파견노동 확대 저지’ 기자회견을 준비했던 금속노조는, 동회오토 조합원들의 소식을 듣고 장소를 기존 청와대에서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2시로 예정되어 있었던 기자회견은 용역업체들의 지속적인 방해로 40분이 지연된 후에야 진행됐다. 용역 측은 “기자회견을 하려면, 농성장에 있는 플랜카드를 철수하라”고 요구했고, 기자회견단은 “기자회견과 농성은 별개다. 근거 없는 요구”라며 이를 거부했다. 용역 측이 끈질기게 철수를 요구한 플랜카드에는 ‘정몽구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라는 문구와,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어야 하는 근거들이 적혀 있었다.
용역 업체는 기자회견이 시작하려는 찰나, 용역 직원들을 투입하여 플랜카드를 철거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기자회견 도중, 용역 업체와 조합원들의 대치 상황이 이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욕설이 오고 가는 험악한 상황이 지속됐다. 하지만 경찰은 이를 말리지 않고 수수방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초경찰서의 A경찰은 “사측의 신고로 공무원들이 철거하러 온다고 했다”면서 “그 때 공무원들이 철거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에는 서초경찰서 경비과장이 나타나 자진해산을 명령했다. 경비과장은 “피켓 착용 등 신고 되지 않은 집회를 하고 있다”면서 “자진해산을 요청한다”고 방송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우리가 언제 집회를 했냐”며 반발하고 나섰다. 그들은 “구호제창을 하지도 않았고, 피켓을 들고 있지도 않았는데 집시법을 들이대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4시부터 5시까지 3차에 걸친 경고방송을 내보낸 서초경찰서는 “집시법 위반 현행범으로 검거하겠다”고 공표한 후, 병력 3중대를 동원해 7명의 조합원들을 연행했다. 연행된 사람들은 동회오토 조합원들 이외에도 발레공, 쌍용차 조합원과 사노위 회원이 각각 1명씩 포함되어 있었다.
경찰은 조합원 연행과 함께, 농성장에 걸려있던 플랜카드 2개를 압수하기도 했다. 사측에서 그렇게도 철거를 요구했던 플랜카드였다. 연행 이유를 묻는 질문에 서초경찰서 경비과장은 “아까 방송에서 다 말했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모호한 집시법의 잣대에 의해 한 비정규직 조합원이 “비정규직도 사람이다”를 외치며 끌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