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현장은 노동부 매뉴얼이 법이었다

김성락 지부장, “적당히 파업해서 이길 수 없는 싸움”

김성락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장은 16일 올 임금단체협상 투쟁을 길게 보고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아차 지부 임금단체협상 투쟁에 타임오프 매뉴얼을 등에 업은 회사 쪽이 이 기회에 노조를 말살하기 위한 치밀한 계획을 준비했다는 판단에 성급한 투쟁을 했다가는 오히려 역공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정비지회 중식집회에 참석한 김성락 기아차 지부장과 홍희덕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김성락 지부장은 16일 타임오프 노동탄압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경기도 광명의 기아차 소하 공장을 찾아온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과 기자들에게 “15일 투쟁 사업장들이 모여 8월 투쟁까지 길게 보고 가자고 했다”며 “금속 동지들에게는 죄송하지만 파업시기를 조정해 가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21일 금속노조 파업에 함께 하지 않기로 한 배경을 설명했다.

기아차 지부는 지난 14일 2차 지부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19일부터 휴가 전까지 투쟁전술을 확정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1일 금속노조 파업엔 확대간부와 대의원, 노동조합 직책을 맡은 자만 4시간 부분 파업을 벌이고 민주노총 집회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기아차지부가 이런 결정을 내리자 일부 언론들은 “파업 동참 시 예상되는 심각한 후유증을 감안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조합원 임금이나 복지가 아닌 전임자 처우 문제로 파업하면 불법인 데다 ‘기아차가 왜 총대를 메야 하느냐’는 현장 정서도 부담이 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성락 지부장은 홍희덕 의원에게 “노동부 의도는 기아차노조가 무력화 되면 전국 사업장에 타임오프를 적용하는 것이 목표”라며 “기아차 투쟁으로 이 문제가 쟁점화 됐을 때 환노위에서 매뉴얼 문제를 분명히 해결해 달라”고 주문했다.

송성호 기아차 부지부장도 “8월에 투쟁전술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부는 국회나 사회적으로 타임오프 매뉴얼과 노조법이 문제가 돼서 검토하자는 분위기가 안 되면 산업 평화를 깨도 노사합의에 이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자제해 왔다. 국회 차원의 쟁점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아직까진 사회적으로 쟁점이 형성됐다기 보다는 혼란이 더 커서 차분한 쟁점형성이 덜 됐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산하 사업장에서 극심한 혼란이 일고 단위사업장 사용자들까지 이 문제로 우왕좌왕 하자 지난 주 대규모 타임오프 토론회를 열고 쟁점 만들기에 나서기도 했다. 홍 의원도 오는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야당들이 타임오프 관련한 문제를 강력히 제기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차지부 정비지회 중식집회에 참가한 김성락 지부장

기아차 노조, “회사는 당장 파업으로 몰지만 길게 보고 간다”

송성호 부지부장은 “이미 6월 25일에 쟁의권을 확보해 놨지만 사측도 이번에 검토를 많이 한 것으로 안다. 사측은 교섭을 해태해 조정불가를 받으려는 전술이다. 어제 경남에서 현대기아차 그룹 노조들이 모였는데 모두 동일하게 지침을 내린 것이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현대기아그룹사 전체 문제로 보고 기아차가 먼저 탄압의 총대를 맸다”고 설명했다. 송 부지부장은 “회사는 빨리 파업을 하라는 식으로 탄압하고 있다. 회사가 관리자를 모아 현장에서 교육하면서 노동부를 거스르면 여신이나 특별 감사를 받는다고 하면서 현장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김성락 지부장도 “조합원들도 이 문제를 못 막으면 금속노조가 무슨 필요가 있는냐고 한다. 투쟁을 신중히 해 기아차가 타임오프를 막지 못하면 노동운동 전체가 위기에 빠진다”고 덧붙였다.

김태영 부지부장도 “회사는 근태관리 매뉴얼로 지부를 밀어 붙이면 노조가 6월말이나 7월초에 파업을 할 거라고 본 것이다. 아마도 회사는 전임자 문제로 인한 파업만을 부각해 현장을 흔들고 조합원들이 노조를 이탈하면 8월에 노조를 흔들어 보겠다는 의도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성락 지부장은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정비지회 중식집회에 참석해서도 “외부에서는 김성락 지부장과 기아차 사장이 얘기가 잘 돼서 파업을 안 하느냐고 묻곤 하는데 저는 파업을 안 하고 임단협이 잘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예전처럼 적당히 파업 전술을 구사하고 돈 덜 받고 단협 몇 가지 얻어 내는 것으로 끝날 싸움이 아니”라고 이번 투쟁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김 지부장은 “화가 나고 분노가 치밀지만 준비 없이 싸움을 시작하면 노조가 끝장나는 싸움이 될 수 있다”며 “지부는 철저히 준비를 할 시간을 벌고, 경영진에게는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다. 경영진이 조속히 교섭석상에 나와 진정성을 보이는 것만이 파국을 막고 기아차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올해 반드시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 쟁취 등 임단협 요구안을 반드시 쟁취해 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 지부장은 “동지들에게 감동을 못 드린 집행 책임은 있지만 노조를 지켜야 우리의 미래가 있다.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어떤 경우든 책임을 전가하지 않겠다. 한 목소리로 마지막까지 힘을 모으자” 당부했다.

중식집회에 참석한 정비지회의 한 간부도 “지부는 단 한 번도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 노동조합을 사수해야 임단협 승리와 생존권 사수도 할 수 있다. 이 싸움은 길게 갈 것이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반드시 고용과 생존권을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기아차 지부 노조탄압 보고서 국회 환노위에 전달
14일 공장 불났어도 대의원 활동 인정 안 해 정상화 되레 늦어져


이날 기아차 지부는 홍희덕 의원에게 기아차 노조탄압 사례를 설명하고 국회 환경노동위 의원들에게 전달할 ‘개악노동법을 빌미로 한 기아자동차 사용자의 노조탄압 보고서’를 전했다. 기아차 지부가 만든 노조탄압 보고서는 두 권짜리로 근태관리 매뉴얼과 사쪽의 각종 입장이 담긴 내용증명서와 공문 등이 담겨 있다.

송성호 기아차 부지부장은 “단위사업장이 힘든 것은 노동부 매뉴얼이 법이고 탄압도구로 쓰이기 때문”이라며 “공장에 불이 났는데도 산업안전위원회나 대의원을 인정하지 않는 노동부 매뉴얼 때문에 협의 대상자가 없다. 10시간 맞교대 공장이라 주야가 같이 협의를 해야 하는데도 저녁 7시 30분에 협의를 하자고 하면 야간조는 무급으로 하고 주간조는 퇴근 후에 협의해야 하는 데 말이 안 된다”고 매뉴얼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실제 지난 14일엔 기아차 소하 1공장 신도장 공장 상도부스에서 상도로봇이 자체 발화해 화재가 발생했지만 근태관리 매뉴얼 때문에 신속한 라인가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노조에 따르면 관련 대의원들이 ‘안전사고 원인 파악과 대책마련을 위한 협의 대상자’가 없어 소하 1공장 라인은 14일 16시 14분부터 15일 새벽 1시 30분까지 중단됐다. 송성호 부지부장은 “안전사고가 났는데도 사측과 협의를 하면 무급처리가 되기 때문에 협의대상자가 없어 평소 2시간이면 끝났을 사고처리가 안돼서 그 다음날 새벽까지 라인이 중단됐다”고 지적했다.


홍희덕 의원은 “전운배 노동부 정책관에게 ‘이번 매뉴얼의 성질이 뭐냐’고 물었더니 ‘근로감독관 지침서이지 기존 단협에 이미 맺은 사무실 제공이나 조합 활동과는 무관하다’는 답변을 받았는데도 현장에서 안 먹히니 걱정”이라고 밝혔다.

송 부지부장은 “사측은 노동부 매뉴얼이 법이라 절대 수정이 불가하다고 한다. 심지어 대의원이 4시간을 근무 한 후에 조퇴하고 조합 활동을 하면 4시간 근무한 것도 무급처리 하겠다고 나오고 있다. 현장에서 아예 대의원 활동을 분쇄할 의도를 보이고 있다. 기아차 타임오프 한도가 38,000시간인데 500여명인 대의원 대회 시간을 포함해 버리면 사실상 유급 전임자는 없다. 대의원 대회 한번하고 총회하고 나면 시간이 전부 없어진다”고 꼬집었다.

또 “자동차 공정은 차체, 도장, 조립 등 각 공정이 다르고 10시간 2교대가 기본인 노동집약적 산업인데도 이런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며 “판매 쪽에선 공정거래 감시기능이나 차체는 큰 프레스를 관리하고, 도장은 유기용제, 조립은 근골격계 문제 등에 대한 노조의 감시기능이 있다. 노조법 자체가 개정 되지 않는다면 감시기능은 상실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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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자

    참세상이 투쟁회피하는 기아차 집행부 대변지인가? 김용욱 기자는 김성락 집행부가 파업투쟁을 지금 회피하는 것을 변호하기 위해 이런 글을 쓰는가? 참세상 정말 왜 이러나? 타락의 길을 걷고자 하는가. 김용욱 기자 이런 타락한 관료주의 변호하는 글 쓰고도 민중언론 기자라고 명함 돌리고 다니는가? 각성하라.

  • 총파업!

    참세상 타락해도 더럽게 타락하고 있다. 김용욱 기자 기아차에 가서 김성락 지부장을 인터뷰하지말고 현장활동가들이나 조합원들을 인터뷰해봐라. 어떻게 이 따위로 글을 쓰는가? 정말 열받는다.

  • 바보

    밑에 분들 누구신지. 존나리 열받어있는 당신들부터 이름까고 맘에 있는 말 다 해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