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떼 시위, 위장취업...언론의 ‘동희오토 비정규직 죽이기’

“기형적 하도급 구조를 알고서도 ‘생떼 시위’라 할텐가”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 금속노조 동희오토 지회 조합원들의 농성이 9일째를 맞고 있다. 사측의 용역 투입과 경찰의 연행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는 ‘해고자 복직’과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이다.

노동자로서 노동문제 때문에 진행하고 있는 농성이지만, 21일 10여개 언론은 이들의 ‘정당하지 못한’ 농성이 회사를 비롯한 사회에 ‘피해와 손해’를 가져다준다는 여론몰이가 한창이다.

회사 입구, 누가 막았나 봤더니...

현재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입구는 봉쇄돼 있는 상태다. 직원들도 하나로 마트를 통해 사무실로 들어간다고 한다. 입구는 버스 다섯 대를 동원하여 막아 놨다. 그 앞에는 직원들이 ‘교통법규를 잘 지키자’며 알 수 없는 집회를 하고 있고, 60여 명의 용역들 역시 회사 앞에서 진을 치고 있다.

21일자 한국일보 경제면에는 “현대차 납품 협상 왔는데, 시위대가 입구 막다니...”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 내용은 ‘앨런 위버’씨가 현대차 납품협상에 왔는데, 시위대 때문에 출입구가 봉쇄돼 약속시간보다 20분을 늦게 도착해 제품의 우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백윤 동희오토 지회장은 “조합원들은 차량이나 행인들의 통행이 방해 되지 않는 곳에서 농성을 진행 중이며, 회사에 난입을 시도한 적도 없다”면서 “하지만 정작 회사에서는 10명의 조합원들을 막기 위해 60명의 용역과 차량으로 정문을 틀어막고 있다”며 의아해 했다. 결국 회사의 과잉대응이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제살 깎아먹기’로 귀결된 것이다.

또한 한국일보 같은 기사에서 앨린 위버씨는 ‘기아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혀를 차며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이번 사건으로 현대기아차의 이미지가 타격을 받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용역 업체까지 동원된 삼엄한 출입구 봉쇄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지는 것이 당연하다. 심지어 본사 앞에서 난무하는 욕설과 폭력, 그리고 농성에 맞서는 사측의 관제집회로 현대기아차 본사 앞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부정적인 이미지가 본사 정문 앞의 모습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본질적으로는 ‘노사관계’가 이미지 형성에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만약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설명대로 ‘6년동안 대화 한번 하지 않고 노동자를 무시’한 현대기아그룹이라면 어떻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다.

기형적인 하도급 구조를 알고서도 ‘생떼 시위’라 할텐가

언론에 설명하는 사측의 한결같은 멘트는 ‘생떼 시위’라는 간결한 단어다. 협상은 동희오토의 몫이며, 사측은 협상을 할 권한도 의무도 없다는 설명이다. 21일자 매일경제 ‘현대차 직원들 옆 건물 출입구 쓰는 까닭?’기사도 역시 타 언론사들과 ‘오십 보 백 보’인 사측의 인터뷰가 실렸다. 기사에 따르면, 사측은 “이들을 고용한 것은 동희오토의 협력업체이며, 기아차는 원도급업체가 아닌 만큼 협상할 권한도 의무도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측에서 ‘협력업체’라고 주장하는 동희오토의 실상은 현대기아차의 ‘계열사’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현재 동희오토 지분의 35% 이상을 현대기아차 그룹이 소유하고 있다. 또한 동희그룹의 계열사는 모두 현대차 납품업체다. 동희그룹은 현대자동차의 하청업체 및 납품업체로, 사측의 입김이 직간접적으로 미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동희오토의 토지와 건물은 모두 현대자동차에서 임대한 것이며, 기계장치는 현대캐피탈에서 금융리스로 빌려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희오토에서 생산되는 모닝은 연구, 개발, 판매, A/S등 모든 것을 기아차에서 담당하고 있다.

노조는 동희오토의 수익구조도 기형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백윤 지회장은 “동희에서 수익구조를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동희는 자신들의 1년 수익률이 10억도 안되며, 모닝의 수익률은 현대기아차가 대부분 가져가고 있다고 표명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 구조 역시 현대기아차의 입김 아래 놓여 있다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 이백윤 지회장은 “현재 동희오토 공장장은 기아차 소하리 공장의 공장장이 좌천되어 배치된 것이며, 이전 공장장은 기아차 소하리 공장으로 발령받아 떠난 것”이라고 밝혔다.

동희오토 조합원들은 이 같은 증거들을 제시하며 “이런데도 동희오토가 현대기아차 그룹과 아무런 상관이 없나, 정몽구 회장과의 직접 교섭을 원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실제로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3월 25일, 대법원에서는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의 현대중공업 사용자성을 인정하며 ‘원청회사가 제공한 도구 및 자제 사용’, ‘원청회사 공정관리자의 지휘, 감독 하에 놓여 있었던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동희오토 역시 이와 같은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요구는 당연한 움직임이다.

“금속노조 개입 정황? 노조 모르는 무식의 소치”

매일경제는 같은 기사에서 “이 시위는 금속노조 등 기존 노동운동 세력이 개입한 정황도 포착되는 등 투쟁의 진정성이 의심 된다”는 사측의 인터뷰를 내용을 밝혔다.


이에 이백윤 지부장은 ‘노동운동 세력’, ‘정황 포착’, ‘의심’등의 단어에는 ‘불온함’이 비치지만, 그들의 인터뷰 내용은 ‘무지’가 비친다고 평가했다. 그는 “금속노조는 산별노조이며, 산별노조는 노조 조합원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같이 투쟁을 하고 지원을 한다”면서 “금속노조 자체가 그러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인데 ‘개입한 정황이 포착 된다’고 말하는 것은 무식의 소치다”라고 비난했다.

한편 해고된 조합원들의 이력 역시 문제가 됐다. 한국일보는 기사 본문에서 ‘해고자들은 운동권 출신으로 위장 취업을 한 사실이 밝혀져 법원 판결에 따라 정당하게 해고됐다’라는 사측의 인터뷰를 실었다.

동아일보 역시 사측의 말을 인용해 ‘해고자들은 동희오토 하청업체 직원으로 취업했으나 학력을 허위 기재하거나 전 직장에서의 노조 간부 경력 등을 누락한 게 드러나는 등 위장 취업한 것으로 밝혀져 법적 근거에 따라 정당하게 해고됐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동희오토 조합원들의 설명은 이와 다르다. 이백윤 지회장은 “조합원 중에 대학을 중퇴한 사람이 있는데, 졸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력서에 쓰지 않은 것 뿐 인데 학력을 허위기재 했다고 한다”며 비난했다. 또한 “조합원 중에서는 상근활동을 한 사람은 있지만 노조 안에서 간부 활동을 한 사람은 없다”고 설명했다.

기형적인 원하청의 구조로 인한 피해는 동희오토 조합원들을 길거리로 내 몰고 있다. 조합원들은 ‘정몽구 회장과 직접교섭만 한다면 농성을 접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전망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다. 사측은 한결같이 “교섭의 권한도 의무도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교섭 ‘권한’은 아직 없을지 모르지만, ‘의무’는 충분해 보인다. 이백윤 지회장의 “우리는 왜곡된 하청구조에 대해 문제제기 하는 것”이라는 말처럼, 적어도 사측은 무력을 동원한 사건진압이 아닌, 문제제기에 대한 답변으로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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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언론 , 동희오토 , 현대기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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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흠..

    비정규직으로 공장이 돌아간다면 차라리 모두 비정규직으로 하는게 낫지않나? 대신 이익금을 나누는걸로?? 예를들어 무상의료 무상교육이라든지..그런 방식으로 해야지 개인한테 돌아가봤자 투기밖에 더 하나 사교육투기 부동산투기

  • 하하

    현대기아차는 고용주도 아니라면서 어떻게 개인 인적사항을 알고 있을까~~

  • 지들이하고서

    자해공갈단이라고 있다.
    지들이 하고서 공갈 치는. 지들이 문 닫고서 지들이 피해 보고 있다고... 지네들 옆문에 차량통로까지 근사하게 만들고서.. 사람들 옆으로 나와 집회하는 곳으로 가던데,,

  • 동아,매일,한국일보는 각성하라!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한 투쟁을 폭도로 왜곡보도하는 너희들이야 말 진짜 생때질 자들이요. 편향이념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