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받았지만 용산철거민들은 울었다

재판부, 국가 잘못은 불인정...온정 강조했지만 양형 기준만 맞춰

“김 모등 집행유예 4년, 장 모 등 집행유예 3년, 박 모 등 집행유예 2년”
용산참사 불구속자들 1심 판결결과 14명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그렇지만 불구속자들과 용산참사 유족들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판사가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자 모두 눈물을 흘렸다. 지난 해 용산참사 현장이 그들의 기억에 떠올랐고 먼저 재판을 받고 중형을 선고받은 철거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눈물과 함께 흘러내렸다.

  용산참사 불구속자들에 대해 진행유예가 선고 됐지만 용산 유족과 전철연 회원들은 착찹한 마음이 교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김시철)는 22일, 작년 1월 20일 발생한 용산참사 당시 재물손괴, 업무방해, 경찰관 상해 등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로 기소 된 박 모씨 등 불구속자 14명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들 불구속자들은 용산참사 당시 남일당 건물 농성에 함께 하기는 했지만 망루 화재가 발생하지 전에 건물 안에서 경찰특공대원들에게 연행된 사람들이다.

이날 재판부는 불구속자들에 대해 업무방해죄와 공무집행방해죄 등을 모두 인정했다. 이전에 이미 구속되어 재판을 받았던 이충연 용산 4상공 철거대책위원장 등의 1심과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날 선고도 당시 집행유예를 선고한 양형 기준에 맞춰 판결했다. 이충연 위원장 재판 당시 망루 안에 들어가지 않았던 사람들은 모두 집행유예를 받았다. 재판부는 불구속자 중 6명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5명에겐 징역2년에 집행유예 3년, 3명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양형 참작사유에서 온정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전체적인 기소내용은 유죄이지만 피고인들은 도시정비구역에서 상가를 임차해 장사하는 분들로 철거과정에서 생활의 터전이 없어지는 어려움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용산 4상공 대책위 유족과 재개발조합이 합의를 도출했고 피의자 모두 반성과 참회, 선처를 호소했고 3만여명의 탄원서를 참작했다”면서도 “이 사건은 모두 공범관계인 이충연, 김성환 등의 공범들과 피고인들의 범죄 가담 정도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 가담정도가 상대적으로 무겁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양형의 균형을 지킬 필요성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각 개인별 양형참작 사유로 14명 불구속자 모두 범죄 전과가 없는 초범이라는 사실과 경미한 벌금형 정도 밖에 없다는 사실도 일일이 열거했다. 판결문 곳곳에서 온정을 강조했지만 실제 양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이전 재판의 양형기준과 철거민들이 지극히 선량한 사람이었다는데 있었다. 철거민들이 가장 억울하게 생각하던 위법한 공권력 행사에 대해선 국가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국가의 잘못은 양형기준에 온정을 첨가하기 위한 양념 정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진압작전의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나 그렇다고 피고인들의 행위가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진압작전이 주도면밀하게 안 된 것은 피고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온정을 언급하는 속에 유죄를 인정한 부분은 이충연 위원장 재판과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보상을 받기 위해 망루농성이라는 형태를 결정하고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 과정에서 화염병의 위험성을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권리행사 방법도 시간이나 여러 측면에서 노력을 더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봤다. 불법을 인식한 상태에서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유죄 근거를 제시했다.

재판부는 또 “이전 이충연 재판의 공판 조서가 대부분 증거로 제출됐고, 그 재판의 특공방치사죄의 쟁점도 논란이 됐다. 이런 쟁점들에 대한 법원 판단은 이전 재판의 1심과 항소심과 같은 맥락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날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A씨는 “마음이 무겁다. 감옥에 있는 이충연 위원장 등 모두에게 미안하다. 특히 용산 4지구가 아닌데도 달려와 주셨다가 감옥에 계신 다른 지역 위원장들에겐 우리만 불구속으로 나와 너무 미안하다. 용산재판이 있을 때 마다 너무 답답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충연 위원장의 부인 정영신 씨도 “판사들도 우리가 죄인이 아닌 걸 알 텐데도 온정을 베푸는 척하는데 오늘 재판을 받은 분들은 어려운 사람을 지나치지 못하고 함께 했었던 분들”이라며 “검사가 엄청난 형량을 구형해 재판 결과가 잘못 될까 봐 잠도 잘 못 잤다. 언젠가는 반드시 진실규명이 반드시 될 것”이라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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