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뿔이 흩어진 GM대우 비정규직 어떻게 사나요

[금속노동자] 빛 바랜 조끼에 담긴 GM대우 비정규직 '천일야화'

GM대우는 재작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부도를 맞고 그 결과 한국의 부평공장에서도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렸습니다. 안에서 일하던 천명이상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저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각자의 살길을 향해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지금은 소수의 노동자들이 비정규지지회와 복직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옛 동료들이 어떻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전화가 오기도 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GM대우 비정규직의 빛 바랜 조끼

어딜 가도 더 나아질 것 없는 비정규직

뿔뿔이 흩어졌던 옛 동료들은 몇 개월을 헤매더니 슬슬 일을 찾아다니기 시작합니다. 언젠가 누구는 남동공단에서 일을 한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시급은 4110원이고 주야맞교대에 특근잔업까지 하지만 명목상 받아가는 돈조차도 150만원을 넘기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더욱이 연차월차라는 개념은 아예 찾아볼 수도 없다고 합니다. 몸이 몇 일 아프거나 집안일 때문에 회사를 몇 일 쉬어야 하면 퇴사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또 한 친구가 있습니다. 마트에서 일을 하는데 하루 12시간 이상 일을 하고 한 달에 한 두번 쉬는게 고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받는 돈은 15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친구는 자신의 월급 형태가 월급제인지 뭔지도 잘 모르겠다고 하네요. 아무튼 일한 시간과 관계없이 정률로 150만원을 받고, 앞의 친구와 마찬가지로 한 달에 두 번 쉬는 정기휴일 외에 연차월차는 꿈도 꾸지 못합니다.

아는 형이 있습니다. 공장에서는 회사 말 잘 듣고, 조합활동을 하던 조합원들에게 그만 좀 하라며 핀잔을 주던 형이었습니다. 인간적으로는 정도 많고, 동생들도 잘 챙겨주는 괜찮은 형이었지만 세상을 부자들의 관점으로만 보던 형이었습니다. 그런 형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침부터 뭐가 그리 속상한지 술을 거나하게 드신 모양입니다. 잔뜩 혀 꼬인 말로 갑자기 한다는 말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거냐고 묻습니다. 이 사람이 뭘 잘 못 먹은 것 같아서 다시 물었습니다. “형 제정신이요! 갑자기 왜그래! 사람이 생각이 갑자기 바뀌면 죽어!” 하면서 농을 걸었더니 그 형이 웃으면서 “어지간하면 참고 일하겠는데 여긴 해도 해도 너무해”라며 말을 합니다.

  지난 23일 GM대우자동차 부평공장 앞에서 비정규지회 천막농성 1000일을 맞아 금속결의대회를 진행했다.

나름 규모가 큰 사업장에서 일을 하는 듯합니다. 생산직도 2~300명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거기서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모두 십 여개의 업체에 쪼개져 있고, 집단적인 해고가 비일비재 하다고 합니다. 상시 채용직을 모두 수개월짜리 파견계약직으로 채우고 있는데 하루아침에 수 십명씩 해고가 되고 수 십명씩 채용하는 것을 보니 참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월급도 앞의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잔업특근을 다해야 명목임금을 150만원 정도 챙길 수 있다고 합니다. 노동자들이 수시로 짤리기에 퇴직금 같은 것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합니다. 휴일의 개념도 없습니다.

깊숙한 곳에서 분노가 자리 잡았습니다

저와 함께 부평공장에서 일을 했던 동료들은 비정규직지회를 원망했던 사람도 있고 심정적으로 지지 했던 사람도 있습니다. 시기상조라고 말하면서 빠진 사람도 있고, 회사의 눈치 때문에 조합설립 이후 회사에서는 말조차도 제대로 나눠 본 적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사람들이 간혹 전화도 오고, 오고가다 인사도 나누면서 근황을 묻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모두 자신의 처지에 대해 고민하고 이것이 사회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청업체사장은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책임질 수 없는 바지사장일 뿐이며 모든 것은 원청이 좌지우지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최저시급으로 설정해놓고 비정규직 스스로 권리를 쟁취할 구조를 파괴해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본과 법에 냉소와 체념, 그리고 깊숙한 곳에 분노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자신의 일상을 파괴해버린 GM자본에 대한 분노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방관하고 오히려 자본의 편에 서서 제도로 보완해주는 국가에 대한 경멸입니다.

비정규직 천막농성 1000일

지난 25일로 GM대우차 비정규직지회는 천막농성을 시작한지 1000일을 맞았습니다. 지회는 천막농성 1000일이라는 의미도 중요하지만, 1000일이라는 시간 속에서 뿔뿔이 흩어진 부평공장의 수많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삶도 같이 생각해야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그들의 삶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기에 더욱더 그렇습니다. 시급 4110원!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자 미래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그렇기에 비정규직 철폐 투쟁은 모두의 투쟁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만 있으면 길이 보입니다. 함께 길을 만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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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자

    지금은 시급이 4320으로 올랐이 않았나요?
    아차 아직 고시를 안했지............
    동지들 뿐만 아니라 남한 모든 노동자들이 죽지 못해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번 견뎌봅시다.
    그날은 꼭 옵니다.

  • 지나다

    장관고시를 해도 2011년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입니다. 시급 432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