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은 정몽구 위해 있나”

동희오토 노숙농성...법원보다 더 철통같은 현대자동차 본사

“서초경찰서가 드디어 입장을 정한 것 같다”

지난 8일,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농성 중이던 동희오토 조합원 3명을 서초경찰서가 ‘집회 방해’ 등의 혐의로 연행했다. 조합원들은 ‘그냥 앉아만 있었는데 연행했다’며 서초경찰서의 연행에 항의했으며, 이로써 10일 오후 4시 정당과 시민사회단체, 금속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폭력적 연행을 규탄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이 시작된 지 5분 만에 서초경찰서 경비과장은 ‘불법집회를 하고 있다’며 해산 명령을 내렸다. 당시 기자회견장에는 어떤 피케팅이나 구호제창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서초경찰서 경비과장이 내세우는 집시법 위반 사항은 ‘정치적 발언을 했다’는 것이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최진일 사무장은 “서초경찰서가 드디어 입장을 정한 것 같다”며 비꼬았다. 그는 지난 8일, 조합원들이 연행되기 직전의 상황에 대해 “용역들이 우리의 물품을 빼앗고 우리를 도로로 내던질 때는 경찰이 어디에 가있는지 보이지도 않더니, 가만히 앉아있는 조합원 세 명을 갑자기 연행해 갔다”고 설명했다. 서초경찰서의 ‘현대차 지키기’가 본격화 됐다는 것이다.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 역시 “기자회견을 시작하자마자 해산 방송을 하는 것은 처음 본다”면서 “대한민국은 청와대와 국회, 그리고 법원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보다 현대와 삼성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더 어렵다”며 비난했다.

서초경찰서의 ‘현대자동차 엄호하기’

기자회견 후에는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의 기자간담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기자회견 도중 쏟아지는 빗줄기로 인해 가로수 밑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하지만 가로수가 드리워진 곳은 현대기아차 앞 인도. 인도로 들어서는 기자회견단을 용역직원들이 막아섰다.

기자회견단은 “인도를 왜 막냐”며 항의했고, 경찰에 사태수습을 요청했다. 하지만 서초경찰서 경비과장은 “(현대차에서)이미 신고 된 집회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인도를 사용할 수 없다”며 못 박았다. 몇 주 째 계속되고 있는 현대차 직원들의 ‘교통질서 준수’관제 집회였다.

서초경찰서 측은 인도로의 보행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서초경찰서 소속 한 경찰은 “이들이 인도로 진입하면 그대로 주저앉아 노숙을 할 것이 뻔하다”면서 “노숙을 하면 안 되기 때문에 막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경찰은 본사 건물 끝 쪽의 인도에서 간담회를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기자회견단은 도로를 따라 지정한 장소에 도착했지만 그들을 맞는 것은 경찰의 통제와 ‘불법 집회를 해산하라’는 경비과장의 명령 뿐 이었다.

  현대기아차 본사 앞 인도를 경찰들이 '철통 보안'하고 있었다.

결국 현대차 본사 앞은 용역직원과 현대차 직원, 그리고 경찰들로 완벽히 차단된 모습이 연출됐다. ‘노숙은 안 된다’던 경찰은 현대 본사 건너편의 인도에서의 노숙농성에는 더 이상 관여하지 않았다. 홍희덕 의원은 “재벌들을 위해서만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을 각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민변의 권영국 변호사는 “공권력은 정몽구를 위해 쓰는 것이 아닌, 국민들의 공적 권리를 위해 쓰여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연행된 지 이틀 만에 석방된 이백윤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은 “조합원들을 잡아가고, 농성 자리를 포크레인으로 파버리면 우리가 엉덩이 붙일 곳이 없어지고, 투쟁이 좌절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희오토 조합원들의 노숙농성이 30일째를 맞고 있는 지금, 8명의 조합원을 막기 위해 2백 여명의 용역직원과 사측 직원, 그리고 경찰이 동원된 상태다. 지난 7월 22일, 대법원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은 위장도급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대법판결을 무색하게 만드는 초유의 경찰의 현대차 비호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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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 서초경찰서 , 동희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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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ㄷㄷㄷ

    참 좋은 세상이다. 재벌은 좋겨다. 저기 도열한 인간들 수 만큼 경비인력 고용안해도 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