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투쟁으로 현대차의 착취구조가 드러나고 있다”

[인터뷰] 이백윤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지회장

여름 한 계절을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나고 있는 동희오토 조합원들의 노숙농성이 30일을 넘기고 있다. 2번의 연행과 용역 직원들의 괴롭힘, 그리고 농성장까지 침탈당한 그들이지만 여전히 ‘기운이 난다’고 했다.

특히 지난 10일, 이틀 만에 석방된 이백윤 지회장은 농성장으로 복귀하자마자 굵은 빗방울을 맞아가며 또 한 번의 홍역을 치렀다. 기자회견을 막는 경찰과 용역 직원들과의 마찰 때문이었다. 이들과의 한판 사투를 마친 뒤 숨을 고르고 있던 이백윤 지회장은 비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간신히 건물 밑으로 자리를 옮겨 장기화 되고 있는 동희오토 투쟁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백윤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지회장

하청업체와의 간담회를 3일 앞두고 갑자기 2차 연행됐다. 노조 측은 ‘뒤통수를 쳤다’고 얘기하는데, 어떤 의도라고 보나

오는 11일,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교섭을 진행한다. 사측은 우선 교섭 날짜를 잡아놓고 그 전에 농성장을 철거시키면서 조합원들의 기를 꺾을 생각이었던 것 같다. 기를 꺾은 다음 교섭에서 후퇴된 안을 내놓고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방식을 쓸 것이라 예상했다.

8일 연행 과정도 이해할 수 없었다. 3시 10분 경 사측의 용역직원들과 사무직 직원들이 농성장에 와서 집회할 것이니 나가라고 했다. 그 다음으로는 경찰들이 농성장 입구와 좌우를 포진한 후, 100여명의 용역들이 와서 조합원들의 옷가지와 깔판, 물품들을 치워버렸다. 그리고는 조합원들을 사거리 횡단보도로 던졌다. 조합원 2명이 다시 농성장에 와서 앉았고, 내가 도착해 괜찮냐고 묻고는 그냥 앉아있었는데 경찰이 연행해 갔다.


장기농성에도 현대자본은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조합원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도 있는데, 농성장 분위기는 어떤가

조합원들은 그 어느 때 보다 신이나 있다. 2005년 노조 설립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측에 대화를 요구해 왔다. 하지만 전향된 입장은 단한차례도 없었다. 지금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말하지만, 과거에는 벽에다 얘기하는 기분이었다. 사측에 대화하자고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목소리가 다시 튕겨져 나오는 느낌이랄까.

하청업체가 먼저 대화를 요구해 오는 지금이 6년간의 투쟁 중 가장 큰 결실이었다. ‘하청업체와의 간담회’라는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별 것 아닌 성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6년간의 무수한 투쟁을 돌이켜보면 결코 미미한 성과가 아니다.


동희오토가 현대기아차에 요구하는 ‘사용자성 인정’의 성과도 보이나

현대자동차는 업체폐업을 통해 노동자들을 합법적으로 해고했다. 합법적 해고를 적나라하게 이용한 사례다. 때문에 이들은 법을 이용해 자신들을 포장하며 동희오토와는 무관한 관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적 싸움은 전혀 먹히지 않아서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이번 간담회 요청은 현대차가 동희오토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증명한 것이다. 현대차가 직접 나서진 않지만 하청사장이 농성을 접고 대화하자고 요구했다. 이는 현대차가 법적으로 동희오토와 무관하다고 포장했지만, 결국 중심적인 위치에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우리는 내용적인 면에서 현대기아차가 동희오토의 원청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으며, 대화통로를 마련하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하청업체와의 간담회에서 어떤 요구안을 내놓을 생각인가

해고자 8명을 전원 복직시키고, 자주적 노동조합의 보장을 요구할 계획이다. 사측에서 부분적인 복직이나 복직 자체를 불허하는 보상금 제시를 내놓을 경우 교섭을 이어가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요구안은 물론 생계유지라는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현대기아차가 세워놓은 무노조 정책으로 인한 무한 착취, 반복해고, 현장목소리를 잠재우는 현재의 방식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노조활동을 비롯하여 생계 문제도 해결 할 수 없다.


6년간의 싸움이었다. 노조에 대한 사측의 탄압이 어땠나

2005년 노동조합이 결성될 당시, 1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830명의 노동자들 중 250명의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했다. 6월 노조설립 후 8월에 현대차가 태광산업을 업체폐업 시켰다. 하청업체 사장이 건강 악화로 떠났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태광산업은 노동자 전원이 민주노조에 가입한 주력 업체였다.

이후 남은 조합원을 제거하기 위해 업체들의 폐업이 이어졌다. 2008년에는 어용노조 하나를 민주노조로 바꾸기도 했는데, 역시 사측이 바로 업체폐업을 시켰다. 총 4번의 업체폐업이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개별적인 탄압도 이루어졌다. 노동자 아내에게 장미꽃을 사들고 찾아가 남편이 노조활동을 하고 있는데 해고당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고, 조합원들과 아침에 해장국을 먹고 오면 3시간씩 개별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식당 선전전을 막고, 노조 조끼를 입지 못하게 하고, 주동자를 해고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많은 조합원들이 생계에 압력을 느껴 노조를 떠나갔다.


많은 연대단체들이 농성장을 방문하고, 이슈화도 됐다. 어떻게 느끼고 있나

비정규직 노동자가 880만 명에 달하고,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99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13년 동안이나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투쟁은 아직도 노동운동의 중심적인 과제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물론 시민단체들이 연대하고 있지만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도 온전한 자기 과제로 안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7월 22일 최병승 동지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 비정규투쟁의 법적, 대중적 돌파구가 마련되고 나서야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나서고 있다. 아쉬움도 많고 반성할 점도 많은 부분이다. 이번 판결은 무엇보다 10년이 넘게 계속되어온 비정규투쟁의 산물로 인식돼야 할 것이다.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은 노조를 움직이는 것이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 라는 갇혀있는 시선에서 벗어나, 늘어나는 비정규직과 비정규투쟁에 대비할 수 있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동희오토 역시 자본의 전략에 직접적으로 맞서 자본의 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는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이백윤 지회장은 “쪽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우리의 투쟁을 통해 현대기아자본의 착취 구조가 드러나고 있다”면서 “하지만 근본적 성공은 아직 멀었기 때문에 우리는 투쟁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살이 타들어갈듯 한 뜨거운 태양과 용역들의 물대포, 그리고 경찰들의 연행은 오히려 동희오토 조합원들의 투쟁 의지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 한 숨 돌릴 시간 없이 이백윤 지회장은 다시 농성장으로 향했다. 매일 저녁 7시에 진행되는 문화제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10명의 조합원들이 거대자본을 상대로 시작한 비정규투쟁이 오늘도 양재동 한복판을 뜨겁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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