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교육지부 1000일 투쟁, “승리 후 통한의 눈물 흘리자”

기륭, 동희오토 등 장기투쟁사업장 연대 방문...“끈질긴 투쟁 할 것”

재능교육지부의 투쟁이 1000일을 맞았다. 사측의 천막 탈취와 폭력, 그리고 각종 고소고발이 진행된 1000일의 시간동안, 조합원들은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을 떠나지 않았다. 15일, 투쟁 1000일을 맞아 본사 앞에서 진행된 투쟁에서 유명자 지부장은 결국 눈물을 흘렸다.


“조합원들은 한결같이 ‘1000일 투쟁까지 올 줄 몰랐다’라고 얘기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천막이 침탈당하고, 비 한 방울 막는 비닐조차 없이 1년 째 투쟁했을 때, 일부 동지들은 ‘몇몇 조합원들과 간부만 힘들어지는 이 투쟁 언제까지 계속 할 것이냐’며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노동조합과 임단협을 포기했을 때, 현장에 복귀해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지 생각했습니다. 500일, 700일, 800일, 그 수백 일의 투쟁을 우리는 무엇이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저희는 노동조합과 임단협 쟁취를 통해 법 사각지대에 있는 학습지 선생님들의 권리를 위해 이 자리를 지켰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1000일 투쟁 동안 정말 많은 동지들이 연대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멀리서 걱정해주시는 많은 동지들 보다, 빵이나 우유를 사들고 직접 농성장을 찾아주신 동지들이 더 큰 힘이 된 것이 사실입니다. 농성장에 같이 머무르며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이렇게 연대하는 동지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시는 동지들, 저희들의 손을 잡고 가시는 동지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유명자 지부장의 발언을 시작으로 재능지부의 1000일 투쟁 집회가 시작됐다. 이 자리에는 재능지부처럼 장기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조합원들이 참석해 ‘지치지 말자’며 끈질긴 투쟁을 다짐했다.

두 달 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이백윤 동희오토 지회장은 이 자리에서 재능지부의 견고한 투쟁을 응원했다.


“그간 투쟁하며 가장 힘들고 또한 부러웠던 것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현판식이나 노조창립기념식에 참석 할 때였습니다. 돌아와서 조합원들을 모아놓고 내년에는 우리도 동지들 모셔놓고 공장 안에서 멋진 현판식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그 때는 아무 의미 없는 돼지머리에 절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해주신 동지들에게 큰 절 올리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유명자 지부장님. 우리 눈물을 아껴둡시다. 투쟁 승리로 이끌고 현판식 할 때 통한의 눈물, 후회 없는 눈물을 흘립시다”

어느새 6년째 기륭자본에 맞서고 있는 기륭분회 조합원들 역시 집회에 참여해 이들을 응원했다. 유흥희 기륭전자분회 조합원은 “1800일을 넘긴 우리가, 1000일이 넘는 장기 투쟁 테이프를 끊어놓고 이를 승리로 이끌지 못해 1000일을 넘기는 것이 일상사가 된 것 아닌가 반성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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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저들은 얼마나 많은 돈을 갖고 있길래 짓밟으려 하나”면서 “기륭과 재능 자본은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모습이 똑같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5시부터 3시간 남짓 진행된 이번 집회에는 백여 명의 연대단체 회원들이 참석해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특수고용직, 비정규직의 노동자성을 되찾아야 한다며 입을 모았고, 이를 위해 1000일이 넘는 시간을 아스팔트에서 보내고 있는 재능지부와 이외의 장기투쟁 사업장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은 “재능지부 조합원들께 정말 존경한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재능교육에서 대한민국의 야만성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인간다움과 자존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투쟁해 나가자”며 응원했다. 이재웅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조합원들이 모아온 성금을 재능지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또한 참석자들은 재능 투쟁 승리를 기원하는 소원지를 작성해 농성장 앞에 매달았다.

1000일간 재능교육 본사 앞에 울려 퍼진 ‘끈질긴 투쟁으로 반드시 승리하자’는 구호가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질지는 모른다. 하지만 재능지부 조합원들은 사측이 노동조합 인정, 해고자 전원 복직, 단체협상 원상회복을 약속하지 않는 한 2000일이 넘는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얘기한다. “답이 없는 싸움이지만 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이들에게 1000일은 희망을 위한 전환점이자, 새로운 출발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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