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츠키 사망 70년이 의미하는 것은?

[신간안내] 『마르크스21』7호(2010년 가을, 책갈피)

『마르크스21』7호가 나왔다. 이번 호는 주목할 만하거나 논쟁적인 이슈를 많이 담고 있다. 먼저, 유럽 반자본주의 좌파 활동가 심층 인터뷰는 유럽의 재정 위기와 그리스 노동자 투쟁의 상황을 쉽고 생생하게 들려줘 독자들이 재정 위기와 긴축 정책을 어떻게 봐야 하고, 노동자 운동과 좌파는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효과적인지 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각각 영국과 그리스의 반자본주의 활동가인 조셉 추나라와 니코스 루도스는 한국의 좌파 활동가들에게 아주 유익하고 풍부한 분석과 경험을 전해 주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어떻게 이룰 것인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보험료를 우선 인상하자는 주장을 날카롭게 비판한 글이다. 필자인 정형준은 인의협(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사로, 한국 의료의 문제점을 폭넓게 살펴보면서 보험료 우선 인상론의 문제점을 설득력 있게 파헤친다. 그는 한국 의료 체계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심각하게 높은 민간 의존성이 한국 의료의 최대 약점이라고 지적하고, 공공병상을 확충하는 등 의료 체계의 공공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의료 공공성과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려면 국가와 자본에 대항한 투쟁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번 호는 트로츠키 사망 70년을 <특집>으로 다뤘다. 트로츠키는 1940년 8월 21일 망명지 멕시코에서 스탈린이 보낸 자객에게 암살당했다. 트로츠키는 레닌과 함께 러시아 혁명을 이끌었고, 20세기의 가장 암담했던 시절인 1930년대에도 파시즘에 맞서는 공동전선을 제안하며 진정한 사회주의 정치를 발전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가족들이 거의 다 스탈린에게 살해당하는 온갖 고초 속에서도 반스탈린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이번 특집에는 두 글을 실었다. 하나는 폴 르블랑의 ‘트로츠키는 살아 있다!’로, 유명한 전기 작가 로버트 서비스의 트로츠키 전기를 비판한 것이다. 소련 붕괴 후 선진 자본주의 세계의 극좌파가 대개 트로츠키주의 단체들인 상황이 되자 우익과 지배 이데올로그들은 트로츠키를 주된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르블랑은 우익 이데올로그의 공격에 맞서 트로츠키를 훌륭하게 방어하고 있다. 아직 로버트 서비스의 트로츠키 전기가 국내 출판되지는 않았지만 출판 가능성이 높으므로 미리 르블랑의 글을 읽어 볼 가치가 있다.

다른 하나는 트로츠키 사후 트로츠키주의의 하나인 국제사회주의경향의 기원을 다룬 최일붕의 글이다. 이 글은 토니 클리프의 국가자본주의 이론, 빗나간 연속혁명 이론, 상시군비경제 이론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할 뿐 아니라 이 이론들의 오늘날의 의미도 짚고 있다.

<시리즈 기획 한국 경제>는 세 번째 순서로 ‘한국 진보진영의 경제 대안 논의’를 다뤘다. 필자 강동훈은 이 글에서 한국 진보진영의 개혁주의적 경제 대안 중 주된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는 주주 자본주의와 재벌 개혁, 보편적 복지국가를 둘러싼 논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번 호의 <쟁점>은 G20과 프랑스 반자본주의신당 NPA다. 먼저, ‘G20 - 세계 민중에게 고통 전가하는 ‘글로벌 거버넌스’’는 G20이 어떤 기구인지를 충실하게 폭로하고 있다. 필자 김어진은 이명박이 G20을 임기 중 최대 치적으로 삼고 싶어 하지만, G20은 금융 위기 해법을 제시하기는커녕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 할 뿐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이명박이 말하는 개발(개도국 지원)의 본질도 파헤치고 있다. 또, 이 글은 런던·피츠버그·토론토에 이어 서울에서도 G20에 항의하는 대중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자본주의신당 NPA - 프랑스 급진 좌파의 새로운 지평’은 유럽 최대의 좌파 단체로, 자본주의는 물론 스탈린주의 및 사회민주주의와는 다른 대안으로 세계 급진 좌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NPA의 기원과 진화를 우호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번 호 <현대 진보사상 조류>는 ‘민족주의 기원과 전파 - 베네딕트 앤더슨 ≪상상의 공동체≫ 비평’이다. 이 글은 스코틀랜드 민족 문제를 다룬 저작으로 아이작 도이처 상을 받은 닐 데이비슨의 논문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데이비슨은 앤더슨의 접근법이 일종의 ‘포스트모더니즘적 마르크스주의’라면서, 포스트모더니즘적 요소 때문에 앤더슨은 민족의 역사적 실재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오히려 민족 담론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고 지적한다. 그 결과 앤더슨은 민족을 ‘상상의’ 것으로 보기 쉬웠다는 것이다. 비록 앤더슨 자신이 그렇지 않다고 어떤 대목에서 부정해도 그의 전반적인 논조는 그런 경향을 보인다. 반대로 데이비슨은 민족 일반의 기원과 형성을 자본주의의 발달과 밀접하게 결부시켜 논의한다. 포스트모더니즘으로 훼손된 역사유물론적 민족 이론을 전면 복원하려 했다는 점에 데이비슨 글의 의의가 있다.

[목차]

7호를 내며

<심층 인터뷰>
유럽 반자본주의 좌파 활동가들에게 듣는다
― 유럽의 재정 위기와 그리스 노동자 투쟁 _ 니코스 루도스 & 조셉 추나라

<논쟁>
보험료 우선 인상론 비판
―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어떻게 이룰 것인가? _ 정형준

<쟁점>
G20 ― 세계 민중에게 고통 전가하는 ‘글로벌 거버넌스’ _ 김어진
반자본주의신당 NPA ― 프랑스 급진 좌파의 새로운 지평 _ 이기웅

<시리즈 기획 한국 경제 ③>
한국 진보진영의 경제 대안 논의 ― 복지국가 논의를 중심으로 _ 강동훈

<특집> 트로츠키 사망 70년
트로츠키는 살아 있다!
― 전기 작가 로버트 서비스의 왜곡에서 트로츠키 구하기 _ 폴 르블랑
국제사회주의경향의 기원 _ 최일붕

<현대 진보사상 조류>
민족주의의 기원과 전파
― 베네딕트 앤더슨 ≪상상의 공동체≫ 비평 _ 닐 데이비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