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가 된 한국인, ‘방가방가’

“한국인의 권위가 무너지는 코미디”

한국에서의 ‘외국인’은 똑같은 외국인이 아니다. 국적과 인종에 따라 달라지는 한국인의 시선은 여전히 날이 서있다. 특히 이주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엄격하다. 10년 전 유행했던 “사장님 나빠요”라는 적나라한 유행어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 문제는 여러 인권단체에서 꾸준히 제기해온 사안이었다. 하지만 아직 대중들에게 이주노동자는 그리 친근한 존재가 아니다. 사업장에서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착취가 여전히 이루어지고, 경찰은 그들을 표적으로 불심검문과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며, 출입국관리소의 단속은 무자비하다. 그래도 이주노동자들을 향한 대중들의 ‘불편한 시선’은 거두어지지 않고 있다.

30일, ‘이주노동자’라는 예민한 문제를 건드리며 육상효 감독이 ‘방가방가’라는 영화를 개봉했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코믹물’의 형태로 담아냈다. 한국인의 차별적 시선도, 욕설, 착취 역시 웃음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웃음 뒤에는 뭔가 ‘찔림’이 남기도 한다. “사장님 나빠요”가 이주노동자들의 존재를 인식시켰다면, 이번 유머는 좀 더 구체적인 그들의 삶을 보여준다.


‘방가방가’의 단독 주연을 맡은 김인권씨는 이미 ‘해운대’, ‘박하사탕’, ‘외과의사 봉달희’ 같은 작품에서 감초 역할을 하며 얼굴을 알렸다. 이번에 드디어 주연을 꿰차게 된 데에는 ‘동남아 삘 나는’ 외모가 한 몫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이주노동자들이 밀집해 있는 안산 원곡동의 공단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지내며 촬영을 했다.

영화상에서 김인권은 ‘방태식’이라는 인물로, 취업의 장벽에 가로막혀 ‘방가’라는 부탄인으로 위장 한 채 가구공장에 취업하게 된다. 그 곳에서 이주노동자들과 생활하며 생기는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영화의 주 내용이기 때문에, 실제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김인권씨는 이번 영화를 촬영하며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SBS라디오 [서두원의 SBS전망대]에 출연한 김인권씨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제일 큰 문제는 출입국 문제”라고 말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전락했을 때 시달리는 단속과 추방 문제였다. 그는 이어서 “좁은 공간에서 많은 분들이 주무시는 숙소라든가, 부당한 대우 등 환경이 그렇게 좋지 못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로 살았던 촬영기간 동안 그는 “부끄러움이 생겼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인권 씨는 “아직까지 (한국이)민족개념, 국가개념이 강한 것 같다”면서 “‘동남아필로 생겼다’라는 자체만으로 웃는다는 게 사실은 우리 인식 속에 동남아 사람은 우리 보다 못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 영화는 어찌보면 그런 인식을 가진 한국인의 권위가 무너지는 코미디”라고 덧붙였다.


영화에서는 이주노동자를 향한 욕설과 성희롱, 임금착취의 사회 문제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영화에서 이 무거운 내용은 신기하게도 웃음의 코드가 된다. 김인권 씨는 “오히려 그런 부분들에서 더 웃음이 크게 터진다”면서 “예를 들어 외국인 노동자분들을 강의실에 모아서 제가 욕을 가르치는데, 일단 멀리서 봤을 때는 웃음을 유발시키는 코미디 장면”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연기하는 제 입장에서는 슬펐고, 너무 울컥해서 밖에 나가서 좀 눈물을 흘린 기억도 있다”고 털어놨다. 영화는 일단 관객들을 웃기지만, 그 희극 속에서 관객들은 뭔가가 찔리고 부끄럽다. 그냥 대수롭게 웃어넘기기에는 걸리는 것이 많은 영화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6억 원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방가방가’는 개봉일 흥행 3위를 기록하며 작은 저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김인권 씨는 “흥행보다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시고 많이 웃고, 느끼고 돌아가시는 바가 하나씩은 있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영화가 끝난 후 “사장님 나빠요”로 연결되는 이주노동자의 삶이 “사장님 방가방가”의 삶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 이주노동자가 된 한국인 ‘방가’의 삶이 관객들의 공감과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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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인

    영어자막 나오는 영화관은 없나요? 이주노동자들이 보고싶어 하거든요...